서울시가 과거 독거어르신들에게 원룸형주택 1,000호를 공급키로 했던 사업이 실종됐다. 사진은 2015년 5월 서울시가 발표했던 보도자료. / 시사위크
서울시가 과거 독거어르신들에게 원룸형주택 1,000호를 공급키로 했던 사업이 실종됐다. 사진은 2015년 5월 서울시가 발표했던 보도자료. / 시사위크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서울시가 올해 말까지 독거어르신들에게 주택 1,000호를 공급키로 했던 약속이 유령처럼 사라졌다. 계획을 발표했던 부서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사업으로 담당자도 없다’고 답했고, 주요 협력부서는 ‘자신들의 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지만, 관련 자료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앞서 서울시는 2015년 5월 독거어르신 밀집지역에 '원룸형 안심공동주택'을 올해까지 총 1,000세대 공급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지하, 반지하 등에 거주해 주거실태가 열악한 독거어르신들을 위한 사업으로, 독립공간과 함께 공동체 생활이 가능한 사랑방도 제공되는 게 특징이다. 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인 일자리, 여가 등 정책현장을 찾아 체험한 날 발표됐다.

하지만 이 사업계획을 발표했던 어르신복지과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없는 사업이다”며 “제가 알기로는 그 사업이 없어졌다”고 답했다. ‘다른 사업으로 전환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는 것 같다. 주택정책과에서 주택에 관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며 “(어르신복지과에선 직원이 바뀌고) 오래 전 업무라서 아시는 분들이 없다”고 말했다.

한창 마무리 단계를 밟아야 할 사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셈이다. 물론 사업 자체는 진행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변경한 이유 및 배경이 불확실한 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당시 자료에 언급된 담당자 한 분과 연결 됐지만, “잘 진행되고 있었다”며 “자리가 바뀐 후 상황은 자세히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1월 1일자로 보직이 변경됐다.

'독거어르신 원룸형 안심공동주택 1,000호 공급사업'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서울시에 청구했지만, 관련자료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 시사위크
'독거어르신 원룸형 안심공동주택 1,000호 공급사업'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서울시에 청구했지만, 관련자료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 시사위크

반면 서울시의회 측에선 또 다른 말이 나왔다. 시의회 관계자는 ‘당시 계획을 진행했던 어르신복지과에서 계획이 없어졌다고 한다’는 질문에 “소통의 문제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2014년도에 임대주택 8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주관은 임대주택과로, 공급대상자 중에는 어르신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독거어르신에 1,000호 공급사업도 8만호 공급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이 사업을 총괄하는 임대주택과에 연락을 해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서울시는 2014년 12월 기자들을 상대로 2018년까지 새로운 임대주택 8만호 공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엔 ‘홀몸어르신주택’ 등이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계획의 일환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임대주택과 관계자는 “(독거어르신 1,000호 공급사업) 발표를 어느 쪽에서 했냐”며 “어르신복지과에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어르신복지과) 조직차원에서 뜻을 갖고 목표를 세운 것”이라며 “비슷한 업무를 했다고 해서 다른(임대주택) 과에 (결과를) 얘기해달라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한 사업을 놓고 부서별로 각기 다른 말들을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 홍보실은 ‘정보공개청구’를 제안했다. 홍보실 관계자는 “담당자가 바뀔 수 있고, 그사업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부서별 입장이 다를 수도 있다”며 “그런 경우 문서로 확인하면 된다. 이 사업이 어떻게 됐는지 문서를 청구해라”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이달 8일 ▲‘독거 어르신 원룸형 안심공동주택 1,000세대 공급 사업’ 관련 진행상황 ▲사업 주체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통지기한 만료일인 지난 21일 저녁 서울시 어르신복지과로부터 ‘관련자료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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