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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이 간다
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안진걸이 간다⑬] 들썩이는 치킨가격 … “점주도 소비자도 고달프다” 
2018. 11. 26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서민 간식인 치킨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줄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민과 자영업자들 모두 가격 인상이 마냥 편치만은 않은 처지에 놓였다.
서민 간식인 치킨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줄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민과 자영업자들 모두 가격 인상이 마냥 편치만은 않은 처지에 놓였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대표적인 서민간식인 ‘치킨’의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BBQ가 결국 ‘기습 인상’을 단행한 후, 줄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치솟는 생활 물가로 허리가 휘고 있는 서민들 입장에선 반가울 리 없다. 특히 치킨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민 간식이다. 이 때문에 치킨 가격 인상 이슈는 유독 예민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를 지켜보는 치킨 가맹점 점주들의 마음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가격 인상 요인을 더 이상 감내하기도 어려운 처지라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서민도, 자영업자도 편치 않은 가격 인상. 어디서 해법을 찾아야 할까.

◇ 치킨값 2만원 시대… 왜 가격 높아지나  

최근 국내 1위 치킨프랜차이즈 업체인 BBQ가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19일자로 황금올리브치킨과 자메이카 통다리구이, 써프라이드 등 대표품목 3개의 가격을 1,000원~2,000원씩 인상키로 한 것. BBQ 매장의 절반 정도가 배달료(평균 2,000원)를 별도로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가격 인상으로 치킨 한 마리당 2만원이 넘게 됐다.

BBQ의 가격 인상은 9년만이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각종 식품·외식 물가로 시름하고 있는 서민들로선 절로 한숨이 나오는 일이다. 또 BBQ의 가격 인상을 기점으로 다른 업체들도 ‘도미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져 서민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업체에 대한 시선도 싸늘해지고 있다.

BBQ 측은 이번 가격 인상이 가맹점주들의 요청으로 불가피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인건비, 임대료, 원부자재 등의 인상을 이유로 가맹점주로부터 지속적인 가격 조정 요청을 받아왔고, 협의를 통해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현 가격구조로는 그야말로 ‘한계 상황’이라는 게 치킨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일각에선 “산지 닭값 시세는 1년 전과 크게 변한 게 없다”고 꼬집고 있으나, 치킨 가맹점주들은 “실정을 제대로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반박한다.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bbq가 최근 대표적인 치킨제품 3개를 가격을 1,000~2000원씩 인상을 단행했다. /뉴시스
국내 치킨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bbq가 최근 대표적인 치킨제품 3개 가격을 1,000~2000원씩 인상했다. /뉴시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치킨의 원재료인 생닭 원가는 1,300~1,400원 가량이다. 가공업체들이 이 생닭을 절단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넘기면, 본사는 염지와 숙성 과정을 거쳐 각 가맹점에 납품한다. 이때 납품가격은 평균 5,000원 정도에 형성된다. 여기에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기름, 양념, 소스, 포장재 등의 부재료 비용까지 합치면 닭 한 마리를 튀기는데 필요한 재료비만 평균 8,000원에 달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인건비, 임대료,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수수료, 배달 대행료, 본사 로열티 등 각종 비용을 더하면 자영업자들이 한 마리를 튀겨 가져가는 이익은 더 줄어든다. 업계에선 닭 한 마리를 팔아 가져가는 이익이 1,000원 정도 밖에 안 된다는 한탄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 “닭 한마리 팔아 1,000원도 안 남아” 

이에 대해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치킨 가맹점주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인건비, 임대료, 각종 부대비용이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닭 한 마리 팔아서 평균 1,000원 미만이 남는다고 하는데 하루에 수백마리를 파는 게 아니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킨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철봉에 매달려서 누가 먼저 떨어지나’ 게임을 하고 있다는 표현도 한다”며 “가격 인상을 한다고 자영업자들의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다. 인상이 되면 매출이 감소될 수도 있다는 부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치킨업체에선 가격인상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점주들도 매우 민감하다”며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소비가 위축될 수도 있어, 고민이 깊다. 그렇다고 비용 인상 부담 요인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공동의장은 “왜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지, 그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고, 어디서 비용 부담이 과도하게 발생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본사의 과도한 폭리 구조 ▲배달앱 수수료 폭리 ▲필수물품 강요 등의 문제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이 가운데 배달앱 서비스는 업계의 딜레마로 부각된 사안 중 하나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은 적지 않은 수수료 부담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최근 ‘배달앱 문제개선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배달앱 1위사인 ‘배달의 민족’은 중개수수료가 0원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로는 월 8만원 기본광고료에 외부 결제 수수료 3.3%를 부과하고 있다. 또 앱 상단에 노출되는 광고인 ‘슈퍼리스트’에 자리하기 위해서는 비공개입찰을 거쳐야 해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

또 다른 업체인 ‘요기요’는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 12.5%에 외부결제수수료 3%를 더해 15.5%의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 이같은 과도한 수수료 문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원들은 수수료 폭리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더 이상의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선 과도하게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가격인상 주범 찾고 본사 상생정책 고민해야”

이를 두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배달앱 수수료 문제의 개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본사 차원의 상생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가격이 오르면, 매출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진짜 이익이 되는지를) 신중하게 따져보고 결정을 해야 한다”며 “가격 인상 대신, 본사 차원에서 상생지원 정책을 펼쳐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더이상의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선 과도하게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배달앱수수료 구조 개선을 비롯해 본사 차원의 상생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사위크

안 소장은 또 “설령 가격이 올라 이익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본사의 과도한 폭리, 필수 물품 강제 등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또 다시 가격 인상 요인이 생길 수 있다”면서 “본사가 나서 일부납품 가격을 낮추고 필수 물품구매품을 축소하면 점주들의 부담은 훨씬 감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각종 필수물품을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하게 하고 있다. 치킨업계에서도 기름과 파우더를 비롯한 각종 물품을 본사를 통해 공급받아야 하는 구조다. 안 소장은 이같은 필수품목항목을 축소해 자영업자들이 합리적인 비용 구조를 꾀할 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맹점주들이 구매협동조합을 만들어, 일부 품목은 이를 통해 조달받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했다.

안 소장은 “또봉이통닭 등 일부 프랜차이즈사는 가격 인상 대신, 오히려 할인 정책을 펼치고 그 할인 비용 부담을 본사가 지는 상생 정책을 펼치기도 했다”며 “다른 가맹본부도 적극적인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봉이통닭은 다른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할 때, 오히려 가격 인하와 대대적인 할인 정책을 펼쳐 이목을 끈 곳이다. 특히 할인 정책에 대한 손실은 본사가 짊어져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최종성 또봉이통닭 대표는 “가맹점주가 어려울 때 조금은 사정이 나은 본사가 할인 정책이나 보전 정책을 쓰면 가맹점주들이 살아날 힘을 얻고 본사에 대한 신뢰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치킨업계가 ‘가격인상’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