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우진이 거침없는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영화사 집 제공
배우 조우진이 거침없는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영화사 집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 해 선보인 작품만 무려 열 편이다. 현대극부터 시대극과 사극, 액션부터 범죄, 코믹까지. 장르도 역할도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것이 없다. 지칠 법도 한데 연기에 목말랐던 시절을 떠올리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배우 조우진이 ‘초심’을 지키는 방법이다.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한 조우진은 오랜 무명 생활 끝에 뒤늦게 빛을 본 스타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을 통해 비로소 대중의 주목을 받은 그는 2017년 무려 열 편의 작품에 참여하며 ‘다작 배우’ 반열에 올랐다.

올해도 거침없는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9월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창궐’(감독 김성훈)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을 통해 첫 스크린 주연 자리까지 꿰차며 뜨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조우진이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일주일의 시간 동안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 등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조우진은 경제 위기 속 새로운 판을 짜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았다.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컨트롤 타워의 실질적 주도권을 쥐고 한시현(김혜수 분)과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로 권력을 앞세운 위력, 상대를 몰아붙이는 날카로움으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 자칫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악역을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수가 좋아하지 않을 인물임에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차관으로 완전히 분해 흡입력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조우진이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을 통해 첫 스크린 주연 자리까지 꿰찼다. /영화사 집 제공
조우진이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을 통해 첫 스크린 주연 자리까지 꿰찼다. /영화사 집 제공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조우진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최국희) 감독의 편집 덕분”이라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영화는 어땠나.
“무겁지만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재 자체가 무겁고, 시나리오로 봤을 때도 무겁게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요즘 무겁고, 긴 호흡이 담긴 영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관객들이 늘어나서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무겁지만은 않았다. 템포감도 있었고, 편집·음악·미술 등 각 파트별로 단단히 몫을 했구나 생각했다.”

-재정부 차관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조우진의 아이디어가 더해졌다고. 초기 설정과 달라진 부분이 있나.
“중심축은 달라진 게 없다. 단지 현장에서 분위기에 따라서 혹은 상대 배우의 리액션을 위해서 애드리브 등을 조금 더 보탰다. 괜히 과한 동작과 표현을 한다기 보다 상대 배우의 연기와 호흡에 따라서 변화를 주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편집하면서 많이 잡혔다. (최국희) 감독이 초반에 ‘우리 대본은 가이드’라고 말했다. ‘상황이나 호흡에 따라서, 본인 역할에 맞게 보태거나 바꿀 수 있으면 허용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자유롭게 했었다.”

-차관은 국가 위기의 상황에서 순간순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대놓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관객들에게 그의 속내를 전달해야 했는데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판을 다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여유와 권력이 있다. 외국 명문 대학을 졸업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과정에서 오는 우월감을 기본적으로 탑재해놓고 연기했던 것 같다. 편집의 힘도 크다고 생각한다. 미세한 리액션을 잘 잡아주셨기 때문에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다작을 소화하고 있는데, 장르도 다 다양하다. 힘들지는 않나.
“숙명인 것 같다.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거고. 초심이라는 것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힘들어한다거나 미리 걱정한다거나 우려한다거나 그런 생각과 사고보다는 초심이라는 것은 주어진 대로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기꺼이 해보자는 각오로 시작을 했으니까. 힘들어하면 안 될 것 같다. 워낙 작품과 배역에 목말랐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저를 위해서라도 힘들어하면 안 될 것 같다.”

조우진이 오랜 시간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사 집 제공
조우진이 오랜 시간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사 집 제공

-다작을 했지만, ‘국가부도의 날’이 스크린 첫 주연작이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주연 맞나? 실감이 안 난다. 사실 분량에 대해서는 굳이 연연하지 않는다. 그런 것에 대해 의식하고 그랬던 것 같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 장면이든, 몇 장면이 됐든. (역할이 커지는 것에 대해) 고민이 자꾸 커지는 것 같다. 고민의 소분류는 모든 배우들이 안고 있는 요소들일 거다. 책임감도 포함돼있을 거다. 일이라는 게 하면 할수록 힘들다는 것을 새록새록 느끼고 있다.”

-함께 작업한 배우들이 조우진 연기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따른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연기를 즐기면서 하는 편인가 압박과 스트레스가 더 큰 편인가.
“압박도 받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그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내 연기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고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그것을 토대로 잘 넘길 수 있는 것 같다. 완성된 작품을 그래서 두 번씩 본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개봉 영화관 찾아가서 보기도 한다. 지인이랑 같이 보러 가기도 한다.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조언도 구한다. 봐도봐도 객관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못 내리니까 의문점이 생기면 한 번 더 보기도 한다.”

-무명 시절이 꽤 길었다. 힘든 시절도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 잘 견뎌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지금도 많이 힘들게 일하는 직업군의 사람들이 많다.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현장에서도 많이 뵙게 된다. 그분들 앞에서 이런 말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는데, 꿈인 것 같다. 삶의 목표가 나를 찾는 거다. 나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찾아보고, 한 번 사는 삶인데 그거 하나라도 찾고 죽자는 마음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연기하는 모습을 내가 보고, 평가도 받고 조언도 얻으면서 내 안에 갖고 있는 캐릭터나 성격, 어떤 면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꿈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지금도 계속 꿈을 꾸고 있다.”

-‘국가부도의 날’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면.
“가족들끼리 봐도 이야깃거리가 많이 제공될 것 같다. 최근 친구들끼리만 볼 수 있는 영화, 어른들끼리만 볼 수 있는 영화, 데이트용 영화 이런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장르가 다채롭게 변화하게 발전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은 한다. ‘국가부도의 날’은 가족끼리 봐도 좋고, 남녀노소 세대를 뛰어넘는 이들이 다 함께 보고 얘기할 수 있는 영화이지 않나 싶다. 그런 점이 우리 영화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