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어락’(감독 이권)은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영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도어락’(감독 이권)은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영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옛 속담이 있다. 1인 가구를 노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잔혹한 강력 범죄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이 속담이 뼈저리게 다가온다. 영화 ‘도어락’(감독 이권)은 귀신보다 더 무서운 ‘사람’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영화다. 공포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나, 극적인 효과 없이도 소름을 돋게 하는 것은 영화가 주는 ‘공감’과 ‘현실 공포’가 빚어낸 힘이 아닐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경민(공효진 분). 퇴근 후 집에 돌아온 경민은 원룸의 도어락 덮개가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불안한 마음에 도어락 비밀번호를 변경해 보지만 그날 밤, 잠들기 전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

‘삐-삐-삐-삐 잘못 누르셨습니다’

공포감에 휩싸인 경민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그들은 경민의 잦은 신고로 귀찮아할 뿐,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고 얼마 뒤, 경민의 원룸에서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과 함께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자신도 안전하지 않음을 직감한 경민은 직접 사건의 실체를 쫓게 되는데…

▲ 현실 공포 ‘UP’

‘도어락’은 열려있는 도어락,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 혼자 사는 경민의 원룸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현실 공포를 그린 스릴러다.

영화는 주인공 경민의 원룸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현실 공포를 담아내 몰입도를 높인다. 어두운 골목길 나를 쫓는 듯한 발자국 소리, 낯선 사람과 단둘이 타게 된 엘리베이터, 한밤중 문고리를 흔드는 소리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일상 속 공포들은 현실적이라 더 무섭다.

‘도어락’은 피해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공감대를 형성한다. 공효진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도어락’은 피해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공감대를 형성한다. 공효진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가장 안전한 공간인 ‘집’이 두려운 장소로 바뀌면서 일어나는 스토리도 흥미롭다. 혼자 사는  경민이 잠든 사이 침대 밑에서 기어 나오는 낯선 자의 등장은 역대급 스릴을 선사한다. 누군가 자신의 집에 침입한 것 같다는 경민의 직감을 아무도 믿지 않지만, 그녀의 집에 낯선 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관객들은 그가 언제라도 경민을 위협할 것이라는 긴장감에 휩싸인다.

피해자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흐름도 좋다. ‘도어락’은 2011년 개봉한 스페인 영화 ‘슬립 타이트(Sleep Tight)’를 원작으로 하는데, 피해자를 관찰하는 범인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원작과 달리 피해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 동료 직원들의 시선과 경찰들의 태도 등 피해자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는 사회적인 편견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를 던진다.

공효진은 ‘평범한’ 직장인 경민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몰입도를 높였다. 식상할 수도 있는 인물을 디테일이 살아있는 연기로 내 주변 어딘가에 있을법한 생생한 인물을 완성, 극을 이끈다.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점차 변화를 겪는 경민의 감정의 폭도 자유자재로 오가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는 공효진은 ‘도어락’에서는 지금을 살고 있는 평범한 여성 모두를 대변한다.

‘도어락’에서 열연을 펼친 공효진(오른쪽)과 김예원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도어락’에서 열연을 펼친 공효진(오른쪽)과 김예원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경민의 직장 동료이자 든든한 조력자 효주 역을 맡은 김예원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밝고 든든한 모습의 효주로 완전히 분한 김예원은 현실 공포 속 긴장감의 템포를 조절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조복래와 이가섭도 ‘도어락’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큰 몫을 한다.

▼ 힘 잃는 후반부 ‘DOWN’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더 공포스러웠던 ‘도어락’은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고 극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다소 힘이 풀린다. 영화는 경민과 범인의 대결을 극한으로 몰고 가며 스릴러 영화의 공식을 따르고자 했지만, 오히려 힘을 잃는다. 또 극 말미 벌어지는 두 인물의 격렬한 몸싸움이 지나치게 길게 묘사돼 피로도를 높인다. 몇몇 잔인한 장면도 포함돼 있어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 총평

현실적이어서 더 무섭다.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거나, 상상했을 법한 일상 속 공포로 공감대를 자극하고, 더 큰 스릴을 선사한다. 피해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담아내며 씁쓸한 사회의 단면을 직시한 점도 극의 몰입을 높인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공효진은 ‘도어락’에서도 흡입력 있는 연기로 원톱 주연으로서 제 몫, 그 이상을 해내고 김예원과 조복래, 이가섭의 활약도 반갑다. 러닝타임 102분, 오는 12월 5일 개봉.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