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이 스릴러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도어락’(감독 이권)을 통해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공효진이 스릴러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도어락’(감독 이권)을 통해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공블리’ 공효진이 스릴러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도어락’(감독 이권)을 통해서다. 평범한 은행원으로 분한 그는 더욱 깊어진 연기 내공으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한다. 괜히 믿고 보는 배우가 아니다.

공효진은 로맨스부터 코미디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바탕으로 맡은 배역마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할 뿐 아니라,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까지 갖춰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한다.

그런 공효진의 선택을 받은 작품은 ‘도어락’이다. 열려있는 도어락,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 혼자 사는 경민(공효진 분)의 원룸에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 현실 공포를 그린 스릴러다. 공효진은 ‘도어락’에서 혼자 사는 30대 직장인 경민 역을 맡았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평범한 역할에 도전했다.

그러나 공효진은 평범함마저 특별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자에게 쫓기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공감대를 높였다. 특유의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와 겁에 질린 리얼한 표정 등으로 관객들을 순식간에 극으로 끌어당긴다.

공효진은 ‘도어락’에서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공효진은 ‘도어락’에서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공효진은 ‘도어락’을 시작으로 조정석·류준열과 함께 한 ‘뺑반’을 연이어 선보이며 올 연말을 바쁘게 보낼 예정이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두 작품으로 천만 관객을 모을 것”이라며 야망(?)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도어락’에서 생활 밀착형 연기를 선보였는데,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특별히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스릴러 연기의 뻔한 리액션이나 주인공이 가져야 할 덕목들이 있다. 주인공이고 이 일을 헤쳐나갈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 전사를 세워 나갈 때 너무 소심하거나 심약자면 안 된다거나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까지 태권도를 배웠다더라 하는 것 같은.(웃음) 그런 거 말고 아무것도 없는 그런 상태를 보여주다가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던 거다. 운이 좋게 살아나왔다고 생각한다. 범인의 체구도 고민했다. 현실적으로 확실하게 그림이 그려질 수 있도록 고민했다.”

-찍으면서 유난히 무서웠던 촬영이 있었나.
“폐가에 들어가서 숨는 장면이었다. 범인과 가까이 있는데 피해서 나오는 신이었다. 정말 폐가였다. 철거되는 동네였는데 온기가 없어서 썰렁했다. 그곳에 가니까 뭔가 혼자 집에 돌아가는 공포를 못 느끼고 살았는데, 느낄 수 있구나 싶었다. 나는 배우라 사람들과 만나면 누구나 반가워한다. 지나가다가 부딪혀도 사람들이 반겨주는 상황에 오래 있다 보니까 안전하게 살고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생각이 들었던 것은 작정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작정하고 나를 해치려고 내 집인 것을 알고 들어왔다면 그보다 무서울 수는 없겠다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어락’은 단순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었다. 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한 여자가 혼자서 겪게 되는 사건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완성하고 보니 더 많은 사회적 문제가 기반이 돼있는 얘기긴 했다. 찍을 때는 그렇게 생각 안 했다. 평범하고 겁 많은 여자가 이 일을 어떤 리액션으로 받아서 연기해야 하나 그런 것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통쾌하게 끝내고 찝찝하지 않게 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만들어놓고 보니까 조금 다른 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았다.”

-신체 훼손 등 자극적인 장면들이 포함돼있다. 또 극 후반 범인과 몸싸움을 하는 장면도 다소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사실은 더 많이 도망가고, 더 많이 비켜가고 그랬다. 나는 편집된 것을 보면서 고생은 며칠을 했는데 싶었다. 극적인 포인트 장면 말고 피하고 그런 것들이 더 있었다. 그래서 사실 뒷부분이 너무 짧았다 생각도 했다. 처음에 대본 보고 마지막을 ‘킬빌’처럼 만들어주면 하겠다고 했었다. 진짜 잔인하지만 영화의 톤 때문에 코믹해 보이는 느낌. B급 코미디처럼 다 가짜 같았다. 그런 느낌을 원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배우이고 모든 것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공효진은 앞으로의 스크린 행보에 대해 밝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공효진은 앞으로의 스크린 행보에 대해 밝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현실적인 스토리가 펼쳐졌기 때문에 후반이 더 과하게 느껴진 것도 있는 것 같다.
“농담처럼 ‘킬빌’을 얘기했지만, 너무 평범한 여자라 갑자기 ‘킬빌’처럼 그럴 수는 없었다. 다만 사람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영화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소하고 싶었던 게 있었던 것 같다. 복수를 하고 싶다는 해소보다는 배우로서 연기를 불 질러 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독특한 캐릭터를 해온 터라 그 역할을 표현함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거기 이상 가면 독특한 역할이 돼버리거나 과하게 용기가 있거나 혹은 과하게 소심하거나 이런 게 있어서 평범함을 지키기 위해 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에 뭐라도 해소할 수 있는 시퀀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게 욕심이었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상황, 내 옆집에 있는 일일 것 같다가 갑자기 끔찍한 신이 나오니까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같다. 피로가 누적돼 있다가 막판에 그래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스크린에서는 공효진의 센 모습 위주로 보다가 공효진표 생활 연기를 긴 시간동안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앞으로 스크린 행보에 변화를 기대해 봐도 되겠나.
“그것도 다 의도한 것이긴 하다. 맛보기만 보여주다가 ‘빅피처’로 하하. 계속해서 다 보여주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은 갖고 있는 양이 있기 때문에 너무 빨리 소진시키지 않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영화 작업이 너무 좋고 영화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생각만 해도 떨린다. 물론 겁도 나고 버거워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다른 사람같이 인생을 산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이번에는 힘든 상황에 있는 역할이라 쉽지는 않았다. 스릴러 장르의 연기가 아주 어려운 것 갈고 닦아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환기가 되는 작품이었다.

뭔가 해내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도 들지만 배우에게 드는 아쉬움은 좋은 자극제라는 생각이 든다. 스크린에서는 조금 더 독특하고 짧은 역할들을 서슴없이 했었는데 아쉬움만 주고 사람들에게 충족이 안 되는 것을 너무 심하게 반복하면 또 짜증 날 수 있으니까(웃음)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 롤에 국한되지 않게. 혼자서 하는 거 너무 어렵고 힘들다. 그래서 앞으로도 짧지만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생각이다. 이번 영화가 잘 되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뺑반’도 잘 될 테니. 두 개 합쳐서 천만을 모을 거다. 어떻게든. 하하.”

-관객들이 ‘도어락’을 꼭 봐야 하는 이유를 직접 소개한다면. 
“제일 힘든 것 같다. 이 무섭고 무서운 영화를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지. 극강의 매운맛을 좋아해서 매운 떡볶이를 찾아다니는 분처럼 쫄깃한 스릴러를 정말 좋아하는 분이라면 ‘도어락’을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다. 스릴러 마니아가 아닌 분들은 쉽게 접근하지 않기 바란다. 극장에서 걸어 나오지 못해 창피한 모습을 책임져드릴 수 없다. 큰마음 먹고 보셔야 한다. 그리고 혼자 보는 것은 말리고 싶다. 집에 갔는데 침대 밑이 무서워 돌아버릴 것 같은 분들은 짐을 찾아서 넣어두시길 바란다.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 내 침대 밑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라. 그리고 도어락 비밀번호도 자주 바꾸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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