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제작비 30억이 투입된 중급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이 최근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무서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순제작비 30억이 투입된 중급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이 최근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무서운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요즘 극장가는 수백억을 들인 한국영화 대작들이 장악하고 있다. ‘티켓 파워’를 갖춘 스타급 배우들을 멀티캐스팅하고, 화려한 영상미와 압도적인 스케일을 내세워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대작이라고 모두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고예산 영화들은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와 흥행 코드를 나열하는 등 관습화된 서사를 차용했고, 이것이 패착이 돼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최근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의 흥행은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쏟아지는 대작들 사이에서 순제작비 30억원이 투입된 ‘완벽한 타인’은 압도적인 스케일보다 단단한 내실을 앞세워 관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결국 자본보다 “재밌으면 본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가 증명된 것이다. (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는 58억원이다.)

‘완벽한 타인’은 지난 5일 개봉 6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180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지난 28일에는 500만 관객 돌파에 성공, 장기 흥행을 이어오고 있다. 30일 오후 4시 기준 총 누적 관객수는 502만7,446명이다.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2016, 감독 파올로 제노베스)를 한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했다.

‘완벽한 타인’은 비슷한 소재와 장르 등 획일화돼가고 있는 한국영화 시장에서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시나리오, 촘촘한 연출을 앞세워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힘을 보여줬다.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그동안 극장가 성수기에 맞춰 대작들이 쏟아져 나왔었는데 그러한 작품들에 비해 새롭고 신선한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전형적인 목표를 갖고 만드는 대작들에 비해 이 영화는 이야기적인 측면과 탄탄한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췄고, 내용 자체도 신선해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액션, 범죄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극장가를 장악하면서 피로도가 쌓인 관객들이 쉽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점도 흥행 비결로 꼽았다. 양경미 평론가는 “지나치게 정치적이거나 목적의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객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라며 “자극적인 소재로 관객들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일상적이고 우리네 이야기를 하면서 더 공감하고 재밌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유해진·조진웅·이서진·염정아·김지수·윤경호·송하윤 등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집들이를 배경으로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과 차진 대사, 깨알 애드리브 등이 115분이라는 러닝타임을 가득 채우며 지루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양경미 평론가는 “흥행이라고 하는 것이 작품도 좋아야 하지만 시대의 분위기나 사람들의 선호도 등이 모든 것이 연결돼야 하는데 ‘완벽한 타인’은 원작이 있지만 시나리오 자체도 훌륭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영화들과 차별화되면서 피로도를 낮췄고 영화적 재미는 높였다”면서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관객들을 끌어모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급 영화의 힘을 보여준 ‘완벽한 타인’이 획일화된 한국영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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