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리말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우리말이 사라질 뻔했던 우리의 역사 속 이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일제강점기 무장투쟁을 한 독립군, 위대한 영웅들의 모습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낸 ‘보통’ 사람들의 진심을 담아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 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분)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주시경 선생이 남긴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로 조선말 큰 사전의 모태가 된 말모이는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자 극중에서 사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비밀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

‘말모이’는 지난해 개봉해 1,200만이 넘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각본을 맡았던 엄유나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여기에 충무로 대표 ‘믿고 보는 배우’ 유해진과 ‘범죄도시’(2017)로 배우로서 확고히 입지를 다진 윤계상이 의기투합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엄유나 감독은 3일 진행된 ‘말모이’ 제작보고회에서 “‘말모이’는 말 그대로 말을 모은다는 뜻”이라며 “1910년 주시경 선생님께서 일본이 말과 글을 빼앗을 것에 대비해 사전을 만들었는데 그 이름이 ‘말모이’다. 돌아가신 후 조선어학회가 사전 작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전국의 말을 비밀리에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말모이 작전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말모이’는 아무도 몰랐던 우리말 사전의 탄생 비화를 담았다. 우리말이 금지된 1940년대, ‘가나다라’ 조차 읽을 줄 모르는 까막눈 판수가 대표 정환을 비롯한 조선어학회 회원들과 함께 시대가 드리운 비극에 굴하지 않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뜻 모아 함께 해내는 모습을 통해 따뜻한 웃음과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말모이’에서 까막눈 판수 역을 맡은 유해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에서 까막눈 판수 역을 맡은 유해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 주연배우 유해진은 우리의 말을 지키고자 노력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감동해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우리 말이 되게 소중하게 지켜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지켜낸 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참 순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것에 공감이 갔다”고 덧붙였다.

유해진은 ‘말모이’에서 감옥소를 밥 먹듯 드나들다 조선어학회 사환이 된 까막눈 김판수 역을 맡았다. 그는 판수에 대해 “한심한 가장이기도 하고 무식한 사람”이라면서 “조선어학회에 들어가고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하는 인물이다. 까막눈이 글을 깨우쳐가는 변화와 한글을 알아가는 과정도 있고,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성장이 있다”고 소개했다. 

‘럭키’, ‘택시운전사’, ‘공조’, ‘1987’ 그리고 ‘완벽한 타인’까지 어느 하나 비슷한 것 없이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온 유해진은 ‘말모이’에서도 특유의 인간미 넘치는 매력은 물론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엄유나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유해진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고 밝히며 남다른 신뢰감을 드러냈다. 엄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김판수 역에는 유해진 선배를 염두에 두고 했다”면서 “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도 갖고 있고, 작품 속에서 항상 빛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어 “또 ‘말모이’는 말맛이 살아있는 영화인데, 유해진 배우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으로 분한 윤계상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으로 분한 윤계상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을 모아 나라를 지키려는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은 배우 윤계상이 분한다. 윤계상은 “이렇게 좋은 이야기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사명감이 생기더라. 보통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이야기인데 영화를 통해서 조금 더 쉽게 보이는 것이 좋은 기회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윤계상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루는 탓에 힘든 작업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감당해야 했다”라며 “이 영화가 영화적인 모습보다는 진짜였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마음을 품고 있으니 조금이나마 그때 그 시절에 우리나라를 위해서 애썼던 분들의 마음이 조금 느껴지더라”라며 “작품 촬영 기간 내내 마음 앓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정환은 유력 친일파 인사의 아들이지만, 식민 치하에서 우리말 사전을 만든다는 큰 목표로 아버지, 그리고 일제와 맞서는 인물이다. 갈등의 반대편에서 까막눈 판수와의 만남을 통해 ‘말모이’가 개인이 아닌 ‘우리’가 함께 하는 것임을 깨달으며, 사람으로서 독립운동가로서 성장한다.

윤계상은 정환과 함께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짜 그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진짜에 다가가면서 캐릭터가 갖고 있고 성장할 수 있는 이유들이 나한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면서 “그러면서 나도 어느 순간 조금 성장해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어학회 대표니 혼자 묵묵히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힘들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나니 작품에 임할 때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말모이’에서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발휘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홍파·우현·민진웅·김선영·김태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에서 탄탄한 연기 내공을 발휘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홍파·우현·민진웅·김선영·김태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에는 유해진과 윤계상 외에도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김홍파·우현·김태훈·김선영·민진웅 등이 그 주인공. 먼저 김홍파는 자기보다 젊고 배움도 없는 까막눈 판수와 너나들이할 정도로 열린 마음의 소유자인 조선어학회 큰 어른 조갑윤 선생으로 분한다. 술을 사랑하고 사람은 더 사랑하는 시인 임동익 역은 우현이 맡아 낭만과 온기를 전할 예정이다.

김태훈은 학회 기관지인 한글 기자로 날카로운 눈빛만큼이나 꼿꼿한 원칙을 가진 박훈을 연기하고, 김선영은 학회의 비밀 서고와 사무실이 있는 ‘문당책방’의 운영을 책임지는 강단 있는 회원 구자영으로 분한다. 또 민진웅은 가장 젊은 회원으로 아내 사랑이 지극한 사랑꾼 막내 민우철 역을 맡았다.

엄유나 감독은 “영화라는 것이 사전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것이 영화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빛나는 영화가 됐으면 했고 역할과 저격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감사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배우들과 제작진의 진심과 사명감으로 완성된 ‘말모이’는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발걸음을 담았다. 내년 1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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