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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작가표’ 악역이 사랑받는 이유
2018. 12. 06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언니는 살아있다' '황후의 품격'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 / SBS '언니는 살아있다' 공식 홈페이지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언니는 살아있다' '황후의 품격' 등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 / SBS '언니는 살아있다' 공식 홈페이지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아내의 유혹’을 시작으로 ‘왔다! 장보리’ ‘언니는 살아있다’ ‘황후의 품격’까지. 김순옥 작가의 작품은 ‘막장 드라마’라고 평가 받지만, 대중들은 그의 작품에 큰 중독성을 느낀다. 그리고 그 중심엔 ‘김순옥 작가표’ 악역이 있다. 

김순옥 작가의 대표작으로는 보편적으로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언니는 살아있다’ 3가지를 꼽는다. 이에 해당 작품 속 악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김순옥 작가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작품에 ‘아내의 유혹’이 빠질 수 없다. 2008년 방영된 SBS ‘아내의 유혹’은 현모양처였던 여자가 남편에게 버림받고 가장 무서운 요부가 되어 예전의 남편을 다시 유혹하여 파멸에 이르게 하는 복수극을 그린 드라마다.

해당 작품은 남편에게 버림받은 뒤 장서희(구은재 역)가 눈 밑에 점을 찍고 돌아오자 아무도 못알아보는 설정으로 지금까지 대중의 관심을 얻고 있는 작품이다.

‘아내의 유혹’을 통해 김서형은 장서희 못지않은 활약으로 시청자들과 눈도장을 톡톡히 찍었다. 악역 ‘신애라’ 캐릭터로 활약한 김서형은 불륜, 폭행 등 각종 악행을 거침없이 저지르는 것은 물론, 매회 샤우팅 창법으로 연기를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아내의 유혹'을 통해 국민악녀로 등극한 김서형/ SBS '아내의 유혹' 방송화면 캡처
'아내의 유혹'을 통해 국민악녀로 등극한 김서형/ SBS '아내의 유혹' 방송화면 캡처

2014년 방영된 MBC 주말 연속극 ‘왔다! 장보리’ 역시 만만치 않다. ‘왔다! 장보리’는 친딸과 양딸이라는 신분의 뒤바뀜으로, 극도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 두 딸과 두 어미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최고 시청률 37.3%(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왔다! 장보리’의 흥행에 이유리는 단연 큰 공을 세운 배우다. ‘연민정’ 캐릭터로 변신한 이유리는 멀쩡히 살아있는 생모를 죽었다고 거짓말 하는가 하면, 애인과 아이를 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협박과 비겁한 술수를 써 시청자들의 분노게이지를 높였다. 이에 해당 작품을 하면서 이유리는 ‘암유발자’ ‘악녀계의 전설’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왔다! 장보리'를 통해 악녀계의 전설로 등극한 이유리 / MBC '왔다! 장보리' 방송화면 캡처
'왔다! 장보리'를 통해 악녀계의 전설로 등극한 이유리 / MBC '왔다! 장보리'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방영된 SBS 주말 연속극 ‘언니는 살아있다’도 시청자들의 혈압을 오르락내리락 하게 만들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그룹 씨스타 출신 다솜이 데뷔 후 첫 악역에 도전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이목을 끌었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다솜은 ‘양달희’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가난이 싫어 부를 얻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양달희’는 신분세탁은 기본,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반복하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써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첫 악역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다솜 / SBS '언니는 살아있다' 방송화면 캡처
첫 악역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다솜 / SBS '언니는 살아있다' 방송화면 캡처

김순옥 작가가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금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SBS 미니시리즈 ‘황후의 품격’을 통해서다. 

‘황후의 품격’은 어느 날 갑자기 신데렐라가 돼 황제에게 시집온 명랑 발랄 뮤지컬 배우가 궁의 절대 권력에 맞서 싸우다가 대왕대비 살인사건을 계기로 황실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해당 작품은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우려감을 얻는 한편, 빠른 전개와 이엘리야의 완벽한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5일 방송된 ‘황후의 품격’의 시청률 9.3%를 기록, 동시간대 지상파 시청률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김서형, 이유리, 김다솜의 뒤를 이어 악역에 도전장을 내민 이엘리야다. 유능한 황제의 비서팀장 ‘민유라’ 역을 맡은 이엘리야는 진짜 애인 태항호(나왕식 역)를 버린 채 신성록(이혁 역)의 숨겨진 여자로 밀회를 즐기는가 하면, 신성록이 교통사고로 태항호의 엄마 황영희(백도희 역)를 죽이자 시체를 유기하는 데 가담하는 등 악행을 계속하며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김서형, 이유리, 다솜의 뒤를 이어 악역에 도전장을 내민 이엘리야 / SBS '황후의 품격' 방송화면 캡처
김서형, 이유리, 다솜의 뒤를 이어 악역에 도전장을 내민 이엘리야 / SBS '황후의 품격' 방송화면 캡처

저는 드라마 작가로서 대단한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거나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안한다.

제가 바라는 건 그냥 오늘 죽고 싶을 만큼 아무 희망이 없는 사람들,
자식들에게 전화 한 통 안 오는 외로운 할머니·할아버지들,
그런 분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거다.
제 드라마를 기다리는 것,
그 자체가 그분들에게 삶의 낙이 된다면
제겐 더 없는 보람이다.
저는 불행한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다가
‘이 드라마 내일 내용이 궁금해서 못 죽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 드라마를 통해 슬픔을 잊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드라마를 쓰고 싶다.

권선징악으로 매 작품 막을 내렸던 김순옥 작가. 그의 권선징악 스토리가 더욱 빛났던 까닭엔 악역들의 활약이 큰 몫을 한다. 지독하게 미운 악역들의 활약 덕분에 주인공들의 선함이 한층 빛났기 때문. 또한 엔딩이 통쾌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쩌면 김순옥 작가가 밝힌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드라마’도 이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보는 국내 사회 분위기와 달리 ‘김순옥표’ 악역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이다 역할도 한다는 평이다. 몸에는 조금 해롭지만 자꾸만 먹게 되는 라면 스프처럼, 김순옥 작가의 악역 역시 밉지만 중독성을 유발시킨다. ‘김순옥표’ 악역에 대중이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보내는 이유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