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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도전이 갖는 의미
2018. 12. 1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전에 없던 신선한 재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캡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전에 없던 신선한 재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캡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진짜 재미가 무엇인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 (배우 김의성)

배우 김의성(차교수 역)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연출 안길호, 극본 송재정)이 전에 없던 신선한 재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 분)가 비즈니스로 스페인 그라나다에 방문하고, 여주인공 정희주(박신혜 분)가 운영하는 오래된 호스텔에 묵게 되면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리는 서스펜스 로맨스 드라마다.

지난 1일 첫 방송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7.5%의 시청률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뒤 지난 9일 방송된 4회의 시청률이 8.2%(이상 닐슨코리아 제공)까지 치솟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화제성도 높다. 시청률 상승과 더불어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비결은 ‘신선함’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를 배경으로 가상의 이미지를 추가해 보여주는 기술인 AR이라는 소재를 브라운관으로 끌고 와 그동안 흔히 봐왔던 드라마들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에 갈증을 느꼈던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진우가 게임에 ‘로그인’을 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굉음과 함께 성벽이 불길에 휩싸이고, 15세기 스페인 갑옷을 입은 병사의 시신을 실은 말이 진우 앞에 멈춰 선다. 광장에 서있던 동상은 순식간에 적군이 돼 진우를 공격하고, “당신은 나사르 왕국의 전사에게 죽었습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마치 게임과 드라마가 혼재된 것 같은 새로운 연출 구성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속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캡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속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캡처

게임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을 찾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총탄이 날아드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평안하게 잠에 빠져있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 중 오로지 진우만 보고, 느낄 수 있는 빗줄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AR 게임의 특별함을 전한다. 또 현실 속 희주(박신혜 분)와 게임 속 엠마(박신혜 분)를 창문 안팎으로 하나의 프레임에 담아내 게임과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임을 알려준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전경을 그대로 담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완성도 높은 CG는 독특한 소재를 드라마 안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게 만들었다. 특히 인물의 시점과 높은 퀄리티의 CG를 통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직접 게임을 하는 듯한 몰입을 선사, 재미를 더했다.

새로운 소재를 쫄깃하게 풀어낸 스토리 라인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다. 미성년 천재 게임 프로그래머 정세주(찬열 분)는 의문의 존재에게 쫓기게 되고, 자신이 개발한 새로운 게임을 투자회사 대표인 진우에게 전달한다. 이에 진우가 게임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희주의 호스텔을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극중의 모든 순간이 촘촘하게 엮이며 흡입력 있는 전개가 펼쳐진다.

집필하는 작품마다 뛰어난 상상력과 탄탄한 세계관으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했던 송재정 작가는 이번에도 차별화된 콘텐츠와 스토리 전개로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과거와 현재, 게임과 현실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교차 편집 등 안길호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도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자극적인 스토리나 ‘막장 코드’ 등 흔히 말하는 흥행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시도로 드라마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전 세계(일부 국가 제외)에 방영되고 있다. 현재 중국 수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쉽고 안전한 길이 아닌 낯설지만 새로운 도전을 택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국내를 넘어 한류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