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커리가 달 착륙 조작설을 제기한 지 사흘 만에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뉴시스·AP
스테판 커리가 달 착륙 조작설을 제기한 지 사흘 만에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카이리 어빙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뽑아보라면 크게 3가지 대답이 나온다. NBA 최고의 드리블러, 중요한 순간이 되면 더 강해지는 클러치 플레이어, 그리고 지구평면설의 지지자. 그가 작년 3월 던진 “나는 지구가 둥글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한마디는 어빙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이들에게 지구과학 수업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고 있다는 교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어빙은 결국 “내가 장난을 좀 쳤다”고 사과했지만, 그동안 어빙이 보여준 태도가 워낙 진지했다보니 이 말을 믿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이제 사람들은 ‘둥근’ 지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어빙의 사인회에 참석하고, 어빙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의 스태프들은 그에게 지구본을 선물로 안겨준다. 지난 21개월여 간 지구평면설 발언의 진위에 대해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아온 어빙도 이제는 직접적인 대답을 피한 채 “농구에 대해 물어보지 그래요?”라고 말을 돌리는 편을 택한다. 농담을 수습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혹은 신념을 굽히고 싶지 않아서인지는 알 수 없다.

농구에서는 세계 최고인 NBA 선수들은 때때로 전혀 다른 분야, 이를테면 과학에서 엉뚱함을 드러내곤 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인물이 폭탄 발언을 내놨다. 현 NBA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테판 커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애틀랜타 호크스의 두 선수, 빈스 카터와 켄트 베이즈모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윙잉 잇’에 참석한 자리에서 “음모론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인류가 정말 달에 갔는지 의심스럽다”고 발언했다.

상처 입은 자존심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어빙 사태’의 재발을 우려한 것인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커리의 발언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10일(현지시각) 나사가 스테판 커리를 휴스턴에 위치한 존슨 스페이스센터의 달 연구실에 정식으로 초대했다고 보도했다. 앨러드 버텔 나사 대변인이 직접 나서 “나사는 수백 파운드의 달 암석을 보관하고 있다. 커리가 스페이스센터를 방문한다면 나사가 50년 전에 무엇을 했는지, 내년에 무엇을 할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워리어스 선수단에 초청장을 보냈다. 나사는 민간 우주항공기업과의 공동프로젝트를 통해 2019년 중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커리는 13일(현지시각) ESPN과의 인터뷰를 통해 “달 착륙 조작설 발언은 농담이었다”고 해명하는 한편, 이와 별개로 나사의 초대는 기쁘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커리가 나사 본부를 방문하는 시점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가 휴스턴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는 내년 3월 14일 즈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휴스턴 로켓츠의 홈구장 도요타 센터와 존슨 스페이스센터는 차로 40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로켓츠와의 경기 후 이틀간의 휴식을 갖는 워리어스 선수들에겐 좋은 견학 기회인 셈이다.

지구평면설과 달 착륙 조작설은 그래도 음모론 중에선 다수파에 속한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지난 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4세 미국인 중 34%가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고 있으며, 영국인 중 4분의1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조작됐다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2009년의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공룡은 인류의 애완동물이었다”는 조던 클락슨의 주장에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이번에도 원흉은 팟캐스트다. 클락슨은 지난 3월 팀 선배 채닝 프라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우리가 어떻게 개를 길들였는지 알지? 나는 인류의 먼 조상이 아주 거대했고, 그들이 공룡을 애완동물로 길렀다고 생각해”라며 자신의 ‘애완공룡설’을 피력했다. 물론 클락슨의 동료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냈고, 클락슨 역시 다른 곳에서 같은 주장을 펼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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