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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마약왕] ‘연기왕’ 송강호, 한계는 없다
2018. 12. 17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송강호가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로 돌아왔다. /쇼박스 제공
배우 송강호가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로 돌아왔다. /쇼박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부산에 살던 이두삼(송강호 분)은 평범한 가장이자 하급 밀수업자다.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한 그는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에 눈을 뜨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이두삼은 뛰어난 눈썰미, 빠른 위기대처능력, 신이 내린 손재주로 단숨에 마약업을 장악한다.

사업적 수완이 뛰어난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 분)와 손을 잡으면서 그가 만든 마약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달게 되고, 마침내 이두삼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까지 세력을 확장, 백색 황금시대를 연다. 하지만 마약으로 인해 세상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승승장구하는 이두삼을 주시하는 김인구 검사(조정석 분)는 그를 쫓기 시작한다. 

‘마약왕’(감독 우민호)은 독재 정권의 혼란 속에 있었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되고 몰락하는 과정을 시대상과 함께 풀어낸 작품이다. 국내 최대 항구 도시 부산을 거점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실제 마약 유통 사건들을 모티브로 재창조했다.

‘마약왕’은 소시민이었던 이두삼이 시대가 낳은 괴물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김대명(위 왼쪽)과 송강호(위 오른쪽, 아래) 스틸컷 /쇼박스 제공
‘마약왕’은 소시민이었던 이두삼이 시대가 낳은 괴물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김대명(위 왼쪽)과 송강호(위 오른쪽, 아래)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는 소시민이었던 이두삼이 시대가 낳은 괴물이 되는 과정을 블랙코미디 화법으로 풀어낸다. 딸린 식구만 여럿인 그가 이 나라에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돈’과 ‘빽’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이 두 가지를 얻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이 속도감 있게 펼쳐져 몰입도를 높인다.

이와 함께 ‘마약왕’은 경제 급성장기의 풍경과 아이러니, 시대와 권력을 직조한다. “일본에 뽕 팔면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라는 이두삼의 대사처럼 한탕주의가 팽배하고 반일감정으로 일본에 마약을 팔아 돈을 벌면 애국자로 받아들여졌던 당시 사회상을 풍자하며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마약왕’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송강호(왼쪽)과 조정석 스틸컷 /쇼박스 제공
‘마약왕’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송강호(왼쪽)과 조정석 스틸컷 /쇼박스 제공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70년대 비주얼을 새롭게 재현한 점도 흥미롭다. 당시 분위기와 시대상, 정치 문화적 배경에 현대적인 느낌과 상상력을 더해 ‘마약왕’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완성됐다. 여기에 이두삼의 인생에 따라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더해져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두삼으로 분한 송강호는 한계를 뛰어넘는 연기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소시민적인 친근한 모습부터 권력을 거머쥔 마약왕의 카리스마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인물의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영화 후반 몰아치는 송강호의 연기는 광기와 파격, 그 이상을 보여주며 ‘역시 송강호’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마약왕’ 조연 배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소진 배두나 김대명 이희준 조우진 /쇼박스 제공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마약왕’ 조연 배우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소진 배두나 김대명 이희준 조우진 /쇼박스 제공

두삼과 엮이는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도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두삼을 쫓는 열혈 검사 김인구로 분한 조정석, 두삼의 사촌동생 이두환 역의 김대명은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두삼의 조강지처 성숙경을 연기한 김소진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배두나는 로비스트 김정아로 분해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이 밖에도 조우진(조성강 역)·이희준(최진필 역)·이성민(서상훈 역)·김홍파(백교수 역) 등 누구 하나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펼친다.

영화 ‘내부자들’(2015)에서 촌철살인 대사와 리얼한 스토리로 호평을 받았던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에서도 날선 통찰력을 보여준다. 10년간 이어지는 한 남자의 일대기를 치밀한 구성과 촘촘한 전개로 담아낸다. 특히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웃음 요소도 적절히 배합하며,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오는 19일 개봉, 러닝타임 13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