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가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으로 돌아왔다. /쇼박스 제공
배우 송강호가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으로 돌아왔다. /쇼박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최초 1억 관객 돌파, 트리플 천만배우, 대한민국 대표 배우 등 화려한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는다. 이름 석 자만으로도 관객은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보기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그리고 배우는 연륜과 명성에 기대 허투루 하지 않는다. 매 작품 치열하게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연기한다. 그것이 자신을 믿고 선택해준 관객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배우’ 송강호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비결이다. 

송강호는 1991년 연극 ‘동승’으로 데뷔한 뒤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강력한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다. 누적관객 수 1억 명을 돌파한 최초 배우이자,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도 세 편이나 보유하고 있다. 500만 관객을 넘긴 작품도 열 편이 넘는다. 단순히 흥행 성적만 좋은 것은 아니다. ‘공동경비구역 JSA’·‘복수는 나의 것’·‘살인의 추억’·‘괴물’·‘밀양’·‘변호인’·‘택시운전사’ 등 작품성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출연한 작품이 대부분 흥행을 하거나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송강호는 충무로 대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한다. 이번에도 심상치 않다. 그의 스크린 복귀작인 영화 ‘마약왕’(감독 우민호)이 개봉 첫날인 19일 경쟁작 ‘아쿠아맨’ ‘스윙키즈’ 등을 따돌리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기 때문.

‘마약왕’에서 송강호는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연기변신을 선보인다. /쇼박스 제공
‘마약왕’에서 송강호는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연기변신을 선보인다. /쇼박스 제공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송강호는 1970년대 아시아를 제패한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으로 분했다. 이두삼은 1970년대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로 시작해, 탁월한 사업 감각과 처세술로 단숨에 부와 권력에 접근하며 아시아 최고의 마약왕으로 거듭나는 인물이다.

이두삼으로 분한 송강호는 한계를 뛰어넘는 연기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소시민적인 친근한 모습부터 권력을 거머쥔 마약왕의 카리스마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인물의 희로애락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특히 영화 후반 몰아치는 송강호의 연기는 광기와 파격, 그 이상이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위크>와 만난 송강호는 “송강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마약왕’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마약이라는 소재가 흔하지가 않다. 낯설기도 하고 잘 모르는 세계다 보니 두렵기도 했지만, 그 지점이 배우로서는 호기심이 생겼고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이두삼은 가공된 인물이지만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서 오는 리얼함도 좋았다.”

-이두삼을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 부분은.
“이두삼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비뚤어진 욕망 그리고 집착과 파멸로 이어지는 한 남자의 굴곡진 인생에 초점을 맞췄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고 자기 통제가  무너지고, 본인의 선택이었지만 다시 잡을 수도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인생의 아이러니. 권력과 돈의 쾌락을 놓지 못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송강호가 자신을 향한 대중들의 기대치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쇼박스 제공
송강호가 자신을 향한 대중들의 기대치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쇼박스 제공

-그동안 보여줬던 소시민적인 모습과 동시에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였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길게는 15년 정도 진지하고 소시민적인 모습과 정의로운 이상을 추구하는 인물들을 하게 됐다. 일부러 선택한 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배우로서 반가웠던 것은 짧게는 ‘살인의 추억’ 멀게는 ‘초록물고기’나 ‘넘버3’에서 갖고 있던 캐릭터의 유쾌함이 이 영화에서 유연하게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관객들도 예전 송강호의 유쾌함을 만나고, 후반부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 담겼기 때문에 처음 보는 얼굴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 않을까 싶다.”

-‘송강호’라는 이름값의 기대치도 크다. 자신을 향한 관객들의 기대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상당히 부담이 있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부담이 앞으로 작품 활동이나 방향성을 좌지우지 할 만큼의 부담은 아니고 늘 자극을 주는 정도인 것 같다. 이번에도 결과를 떠나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도전으로 인식이 되고 평가가 됐으면 좋겠다. 결과는 그 뒤에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이 크다.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새로운 느낌의 영화들이 자주 보여주는 것이 목표고, 결과는 제 손에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출연한 다수의 작품이 흥행에 성공했다.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 등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트리플 천만배우’가 됐다.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하하. 흥행은 정말 알 수가 없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쓰기가 참 애매하긴 한데 제 입장에서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작품을 연기할 때는 가장 그 작품에 맞는, 그 작품이 요구하는 걸 찾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배우로서의 방향성이 있다면.
“개인적 가치관은 있겠지만,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할 때 흔히 말하는 이념적으로 선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신 우리가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고, 몰랐던 얘기들, 새로운 얘기들과 새로운 방식들을 추구하는 데 최대한 배우로서의 욕심을 끝까지 유지할 거다.”

송강호가 배우로서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쇼박스 제공
송강호가 배우로서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쇼박스 제공

-자신을 향한 편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이념적이지 않다는 말을 강조했는데.
“아무래도 ‘변호인’하고 ‘택시 운전사’라는 작품 이후에 그런 말을 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분들의 표현이 잘못됐다기보다는 편견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마약왕’ 기자간담회에서 외롭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순간 그런 느낌이 들었고 어떻게 극복했나. 
“배우가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그런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고, 실제 그렇지도 않다. 구태의연한 표현일 수 있는데 배우들이 외롭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결국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도와줄 수도 없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태의 작업들을 계속한다. 결과는 또 배우가 져야 한다. 이런 톱니바퀴에서 행복만 있을 수는 없다. 너무 괴로운 작업일 수 있는 거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칭찬을 받든 받지 않든 이 과정 자체가 달달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걸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좋은 작품과 좋은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작은 성취감이라도 만들어냈을 때의 희열인 것 같다. 그런 것들이 극복을 할 수 있는 작은 힘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

-연말 극장가에 ‘마약왕’ 외에도 다양한 영화들(‘스윙키즈’·‘아쿠아맨’·‘PMC:더 벙커’ 등)이 관객과 만난다. 경쟁을 해야 하는데.
“연말 대진표를 보니 다양해서 좋더라. 관객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양하니 이것저것 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약왕’만 보자면, 후반부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다. 우민호 감독 전작인 ‘내부자들’처럼 기승전결이 있고 익숙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 것에 대한 배반감이 있을 것 같다. 신선하게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호불호가 있다는 것이 나쁜 반응은 아닌 것 같다. 만장일치의 느낌보다는 놀람도 있을 수 있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고, 열려있는 느낌의 영화일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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