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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오해와 진실①] 설립 논란 16년 만 ‘첫 결실’
2018. 12. 21 by 최영훈 기자 choiyoungkr@sisaweek.com

불과 47개의 병상을 갖춘 ‘영리병원’ 허가를 두고 논란이 거세다. 관광산업과 지역사회 활기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주장과 국내 건강보험체계를 무너뜨릴 구멍이 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16년에 달하는 영리병원 도입 연혁부터 찬반 논란까지 이슈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정부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주식회사처럼 투자받고 수익을 돌려주는 '영리병원' 국내 도입을 위해 끊임없이 규제를 풀었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정부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주식회사처럼 투자받고 수익을 돌려주는 '영리병원' 국내 도입을 위해 끊임없이 규제를 풀었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2018년 12월 5일, 사업을 추진한 지 16년 만에 국내 1호 영리병원 사업이 승인났다. 영리병원은 주식회사처럼 투자받고 수익을 돌려주는 병원이라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의료민영화로 가기 위한 수순, 공공의료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 등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 시작은 ‘외국인 전용’ 

시작은 2002년이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제정된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라 ‘외국인 전용’ 병원 도입이 허용됐다.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는 영리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한 게 시초였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와 입주가 당초 예상보다 밑돌았고, 내국인 진료 없이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 설립은 번번이 좌초됐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영리병원 관련 규제를 풀었다.

정부는 2005년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 진료 대상에 내국인도 포함시키도록 했다. 2007년에도 규제 완화 기조는 이어졌다. 외국 법인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비율이 50% 이상인 국내법인 합작도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영리병원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영리병원 건립을 위한 규제 완화 조치는 이어졌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에서 사실상 외국인 의사만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을 국내 의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박근혜 정부도 규제를 완화해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도입에 나섰다. 2014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국내 의사가 영리병원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보다 넓혔다.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을 위해 규제까지 풀었지만, 찬반 논란에 번번이 좌초됐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정부가 영리병원 도입을 위해 규제까지 풀었지만, 찬반 논란에 번번이 좌초됐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 ‘영리병원 갈등’에 번번이 좌초

정부의 영리병원 도입은 수많은 갈등을 불러왔다.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의료 민영화로 가기 위한 단초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충돌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연일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영리병원 도입에 나섰다. 시작은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이었다. 2006년 인천경제청은 미국 뉴욕장로병원을 송도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건립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업무협약도 맺었다. 하지만 재원조달 실패로 영리병원 건립은 무산됐다.

이후에도 경제자유구역에서 영리병원 건립 시도는 이어졌다. 2009년 존스홉킨스병원은 서울대병원과 손 잡고 송도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병원 및 생명의학연구센터 건립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인천시와 3자간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하지만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했다. ‘고급인력이 빠져나가 국내 일반병원들이 무너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는 ’의료 민영화 촉진‘이라는 우려도 있다. 결국 인천시와 존스홉킨스병원은 지역 내 반발로 2012년 사업을 철회했다.

반발 여론에도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멈추지 않았다. 인천 송도가 연이어 영리병원 건설에서 고배를 마시자 제주도로 눈을 돌렸다. 2013년 정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국내 최초 투자개방형 외국 병원인 싼얼병원 설립 사업에 나섰다. 당시 정부는 ‘투자개방형 병원 12년만의 첫 결실’이라고 거창하게 소개했다.

하지만 싼얼병원 설립은 사업 시작 1년만에 무산됐다. 싼얼병원 모기업인 중국 천진하업그룹 대표가 2013년 7월 구속됐고, 산하 회사 2곳은 주소지 확인 결과 존재하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역 내 반발 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에 정부는 2014년 9월, 싼얼병원 건립을 불허했다.

정부의 영리병원 도입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싼얼병원 건립을 불허한 지 1여년 만인 2015년 12월, 중국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인 녹지그룹이 제출한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제주도도 3년이 흐른 뒤 찬반 논란 진통 끝에 ‘외국인 전용 진료 조건부’로 국내 첫 영리병원을 승인했다. 그 영리병원 1호가 제주 녹지국제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