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나오면서 중소상공인의 일부 비용 부담이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다만 단체협상권과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조정 등의 과제는 남아있다./뉴시스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이 나오면서 중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에 일부 숨통이 트이게 됐다. 다만 단체협상권과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조정 등의 과제는 남아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내년 1월말부터 중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이전보다 한결 낮아진다. 정부는 카드수수료 우대구간을 연 매출 ‘5억원’에서 ‘30억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수료개편안을 내놨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상공인들의 경영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지원 대책 마련에 골몰해왔다. 카드수수료 대책은 그 중 하나다. 중소상공인은 전반적으로 환영의 분위기다. 인건비 상승을 상쇄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용 절감의 효과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서 풀지 못한 숙제도 존재하는 만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 카드수수료 부담 경감… 자영업자에 숨통 

정부가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한지 한달째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카드수수료개편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우대수수료율 적용구간은 연 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에 연매출 5억∼10억원인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2.05%에서 1.4%로, 10억∼30억원인 가맹점은 2.21%에서 1.6%로 인하된다. 모두 0.6%포인트 가량 낮아지는 셈이다. 전체 269만개의 카드가맹점 중 93%가 우대가맹점이 됐다.

30억원 초과 일반 가맹점에 대한 혜택도 신설됐다. 연매출 3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가맹점은 현 2.20%에서 1.90%로, 10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 가맹점은 2.17%에서 1.95%로 각각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체크카드 수수율도 내려간다. 5억∼10억원은 1.56%에서 1.1%로, 10억~30억 구간은 1.58%에서 1.3%로, 30억 초과 구간은 1.6%에서 1.45%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 뉴시스
정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 뉴시스

이번 대책으로 정부는 6,000억원 정도 카드수수료 인하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연 매출 5억~10억원 가맹점은 평균 147만원, 10억~30억원 가맹점은 505만원 가량의 수수료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세액공제 혜택도 늘어나는 만큼 추가적인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 내년부터 연매출 10억 원 이하 개인사업자의 신용카드 결제분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지원 한도가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확대된다.

이번 카드수수료 개편은 연매출 5억원 초과 차상위 자영업·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경감하는데 중점을 뒀다. 5억~10억원 구간의 경우, 실제 소득수준이 영세함에도 우대혜택을 받지 못했다. 반면 기존의 연매출 5억원 이하 구간은 현행과 동일한 수수료 체계가 운영된다. 그간 지속적인 인하조치로 수수료율이 상당히 낮아진 점이 감안됐다. 5억 미만 구간은 0~1%초반대의 수수료율 적용을 받는다.

◇ 얼마나 혜택볼까… “인건비 상승 부담, 소폭 상쇄 가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봤다. 안 소장은 “업종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상승의 일정 부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카드수수료 인하로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일부 보전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대형가맹점과의 구조적인 차별 구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만큼 지속저인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시사위크

그렇다면 소상공인 업계의 체감 분위기는 어떨까. 서울에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이번 수수료 개편에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A씨의 매장은 연간 7~8억원의 매출을 내는 곳이다. 내년부터 2%대 수수료율이 1.4%로 낮아지게 됐다. A씨는 이로 인해 연간 340만원의 수수료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A씨는 “통상 매출의 80%가 카드결제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신용카드 기준) 했을 때 한달에 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덜 들 것으로 추산된다”며 “사업주 입장에선 이 또한 큰 돈이다. 내년도에 당장 인건비가 오르는데, 파트타임 알바생의 인건비 상승분은 보전할 수 있을 듯 싶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계는 5억~10억원 매출 구간에 포함된 사업주가 많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이번 개편으로 우대 혜택을 보게 된 점주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교적 큰 문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충분치는 않지만 고무적인 혜택인 것은 분명하다”는 시각이다. B씨 매장의 연매출은 7억원 이상이다. 그는 한해 600~700만원의 수수료 절감을 기대했다. B씨는 “한달에 50만원 정도면 꽤 큰 금액”이라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것을 모두 감당할 수 없지만 일정부분의 보전은 가능하다”고 봤다.

5억~10억원 구간에 해당하는 편의점의 경우, 약 200만원 정도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C씨는 “10월 매출 기준으로 수수료율 1.4% 적용시 월 15만8,000원 정도가 인하되는 것으로 계산됐다”며 “매출이나 카드사용량에 따라서 변동이 있겠지만 최근 매출 기준으로는 11만~15만원대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 단체협상권ㆍ의무수납제ㆍ대형가맹점 수수료율 미해결 

30억 초과 구간은 어떨까. 해당 구간의 경우, 수수료율 인하폭이 낮지만 매출이 큰 만큼 비용 절감 금액 자체는 높다. 연간 80억원대 매출를 올리는 마트를 운영 중인 D씨는 1년에 3,200만원 가량의 수수료 인하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D씨는 “한 달로 따지면 280~300만원 정도의 절감 혜택이 생기는 셈”이라며 “이 정도면 직원을 한명 더 뽑을 수 있는 비용”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새로운 혜택이 생긴 것 자체에 ‘환영’의 뜻을 보냈다. 물론 아쉬운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개편 정책에서 단체 협상권이 제외된 점이 거론됐다.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은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 인하에 강한 의지를 보인 점은 고무적”이라며 “다만 가맹점 단체협상권 이슈가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담배 판매금이 세제 부과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은 점과 의무수납제가 빠진 점도 거론됐다.

안진걸 소장은 “종합적인 측면에서 카드수수료 체계에 대한 개편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이번에 5억원 미만 구간은 인하정책에서 제외됐다”며 “하지만 이들의 부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제로페이 등을 활성화해 수수료 부담을 경감시키고, 과다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종합적으로 논의돼야한다”고 지적했다.

500억원 이상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문제도 숙제로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대형 가맹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어 차별 구조 논란을 불러일으켜왔다. 카드사 노조는 수수료 인하에 따른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여야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안 소장은 “500억원 이상 구간에서 수수료율을 0.1% 포인트만 올려도 수익 감소에 따른 카드사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우려는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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