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가 영화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로 돌아왔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하정우가 영화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로 돌아왔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하정우가 영화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로 돌아왔다. 무려 5년 동안 애정을 쏟은 작품이다. 영화의 소재에 대한 최초 아이디어를 내고 주연 배우, 제작자로서도 이름을 올린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데뷔한 하정우는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신뢰받는 남자 배우 중 한 명이다. ‘최연소 1억’ 배우(누적관객수 1억명 돌파)에 이름을 올렸고, ‘암살’(2015)·‘신과함께-죄와 벌’(2017)·‘신과함께-인과 연’(2018) 등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세 편이다. 데뷔 15년 만에 이뤄낸 눈부신 성과다. 이제 대중은 ‘하정우’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그가 출연한 영화에 깊은 신뢰를 드러낸다.

하정우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다. 멜로, 액션, 판타지, 범죄, 로맨틱 코미디 등 장르도 다양하다. 특히 매 작품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택하면서 안주하지 않는다는 점도 대중이 신뢰를 보내는 이유 중 하나다. ‘PMC: 더 벙커’도 하정우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PMC: 더 벙커’에서 하정우는 주연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PMC: 더 벙커’에서 하정우는 주연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늘(26일) 개봉한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 분)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돼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 분)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생존액션 영화다.

하정우는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 역을 맡았다. 그는 약 80% 영어 대사를 능숙하게 소화할 뿐 아니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로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극한의 상황에서 수많은 선택들을 해야 하는 에이헵 그 자체로 분해 인물의 고뇌와 갈등,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PMC: 더 벙커’는 하정우에게 남다른 작품이다. 주연배우로 활약한 것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또 ‘지하 벙커’라는 소재도 하정우가 제안했다. ‘더 테러 라이브’(2013)로 김병우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던 그는 5년 전 아이디어를 낸 후부터 제작진과 함께 고민하고 애정을 쏟으며 ‘PMC: 더 벙커’를 완성해냈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위크>와 만난 하정우는 주연 배우로서, 제작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을 믿고 응원해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한 작품이에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제작 과정을 지난 5년 동안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더 남다른 부분이 있죠. 어떻게 감독이 노력했고 제작지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노력했는지를 다 지켜봤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 체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더 느끼는 부분이 있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크고요.”

-영화를 향한 다양한 평가가 나왔어요. 인물의 서사가 부족하다거나 캐릭터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어요. 본 적 없는 새로운 액션이라는 호평도 있고요.
“다 일리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의도로 만들었다고 해서 관객이 그것을 읽어주지 못하면 그것에 대해서 구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관객들이 잘 찾아주시고, 잘 즐겨주셨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죠. 드라마의 소재가 쉽냐, 쉽지 않냐 혹은 나와 가깝냐 가깝지 않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PMC: 더 벙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의해서 CIA의 의뢰 때문에 왔다는 설정, 영어로 대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핸디캡이 있는 거죠. 한국 관객들이 처음 이 영화 안에 들어가는 것이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배우 김용건)도 ‘멋있었어, 좋았어’라고 하셨지만 ‘정신 사납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연히 정신 사납죠. 그런 영화니까. 하하. 부정할 수 없으니 ‘네 감사합니다’ 했죠. (극장에서) 앞자리는 피해야 해요. D열(4열)부터 추천합니다. 어떤 영화든 1열에서 보면 목이 나가든 눈이 돌아가든 해요. ‘서편제’(1993, 감독 임권택)처럼 정적인 영화들도 1열에서 보면 어지러울 거예요.”

하정우가 ‘PMC: 더 벙커’에서 자신이 연기한 에이헵에 대해 소개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가 ‘PMC: 더 벙커’에서 자신이 연기한 에이헵에 대해 소개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관객들이 에이헵이라는 인물에 몰입해야 하는 것도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인데요.
“김병우 감독이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의 여러 가지의 면들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 인물이 착한 사람인가, 리더로서의 능력이 있는지 무능한 사람인지, 본성 자체가 나쁜 사람인지 등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부분이 있죠. 그런 것들을 통틀어서 보여준 다음, 마지막 결말에서 해소를 해준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극한 상황에 놓여서 빠른 결정을 해야 할 때 완벽하게 도덕적으로 결정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고립되고 방치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에 있어서 이 인물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을 수 있겠다 생각을 했죠. 영화  결말에서는 이 인물이 결국 성장을 이뤄낸 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과함께’가 아시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PMC: 더 벙커’도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제작자로서 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도 하나요.
“어느새 세상이 변해서 아시아 시장이 커지고, 중국이 커졌죠. 제작 환경이 달라져서 한국 영화 위상이 더 높아졌고 이제는 한국에서도 정말 좋은 작품들 그 이상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신과 함께’를 통해서 시장이 넓어졌다는 느낄 수 있었고  ‘PMC:더 벙커’를 처음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국내에서도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글로벌한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80% 이상 영어 대사를 소화하고 (이)선균 형 외에 모든 배우들이 외국 배우들이라는 패키지 자체가 글로벌하게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갖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신과함께’가 많은 것을 다져놨다고 보긴 어렵지만 첫 단추를 꼈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시장을 넓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한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정우가 최연수 1억 배우에 등극한 소감을 밝혔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정우가 최연수 1억 배우에 등극한 소감을 밝혔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연소 1억 배우에 등극했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깜짝 놀랐어요. 어린 나이에 비해서 작품 수가 많으니까요. 사실 이제 어린 나이라고 할 수도 없죠. 42살이 되니까. 하하. 잘 해왔다, 버텨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운이 좋아서 좋은 감독님과 좋은 시나리오 만났어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제일 좋아요. 최연소 1억 배우라는 것은 산수로 계산해보니 그렇다는 건데 관객들한테 신뢰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좋죠. 진짜 그렇게 신뢰받을 수 있게 나이를 먹어야겠구나, 앞으로 선택을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살면서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나요. 
“성격상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떠한 순간도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편이에요. 아쉽다고 말을 뱉는 순간 진짜 아쉬운 순간이 될 거 같은 생각도 있고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일을 하면서 능력 밖의 일들을 많이 겪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더더욱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과연 인간이 얼마나 능력이 있기에 이런 것들을 선택하고 결과물을 가질 수 있을까, 다 똑같이 나약한 존재들인데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되게 식겁할 때가 있죠. ‘아 나는 진짜 운이 좋았구나, 어떻게 그렇게 잘 해왔지, 잘 버텨왔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어떤 순간도 후회스럽거나 아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무리 발버둥치고 완벽하게 준비해도 나만의 생각이라는 것도 알았고요.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아요.”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