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 슬럼프를 겪고 있는 러셀 웨스트브룩. /뉴시스‧AP
슈팅 슬럼프를 겪고 있는 러셀 웨스트브룩.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최악의 한 달을 보낸 러셀 웨스트브룩은 반등할 수 있을까.

작년 12월 한 달 동안 웨스트브룩이 던진 슛은 모두 256개. 이 중 단 90개만이 림을 통과했다(성공률 35.1%). 커리어 평균 슛 성공률(43.5%)과 비교하면 8%p 이상 낮다. 급기야 댈러스 매버릭스를 상대한 작년 마지막 경기(12월 31일·현지시각)에는 22개의 슛을 던져 단 4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하는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8개를 시도한 3점 슛은 단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한 선수의 슈팅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인 자유투 성공률은 더 심각하다. 53.7%라는 웨스트브룩의 2018년 12월 자유투 성공률은 샤킬 오닐이나 안드레 드러먼드 같은 센터들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웨스트브룩이 아무리 림 어택을 즐기는 선수라 하더라도, 그는 어디까지나 하프코트에서 공을 잡고 공격을 조율하는 가드다. 코트를 넓게 쓰는 것이 대세인 현대농구에서 ‘슛 없는 가드’의 영향력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웨스트브룩은 원래부터 슈팅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팀의 1옵션 내지 2옵션으로 평가받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슛 성공률을 비교해보면, 어느 시즌을 기준으로 삼든 웨스트브룩의 TS(슈팅 효율성 지표)는 대개 가장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이제까지의 웨스트브룩이 ‘좋은 슈터가 아닌’ 정도였다면, 최근 그의 기록은 슛을 던지는 것이 손해인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8/19시즌을 10경기 이상 소화한 선수 가운데 출전시간이 경기당 25분을 넘는 선수는 현재까지 모두 164명이다. 그리고 이 가운데 러셀 웨스트브룩의 TS는 뒤에서 네 번째로 낮다. 에이브리 브래들리와 드레이먼드 그린, 케빈 낙스만이 웨스트브룩보다 슈팅 효율성이 낮은데, 이 세 선수들은 평균적으로 경기당 8~11개의 슛밖에 던지지 않는다. 웨스트브룩은 경기당 슈팅 횟수가 19번에 달한다.

웨스트브룩의 부진과 별개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기세는 나쁘지 않다. 23승 13패를 기록하며 서부지구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오클라호마시티의 상승세는 대부분 지난 한 달간 31점을 넘는 평균득점을 기록한 폴 조지의 활약에서 기인한다. 폴 조지의 불꽃이 사그라들 때까지 웨스트브룩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험난하기로 이름난 서부지구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미끄러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한국시각 1월 1일, 댈러스와 하루 만에 다시 만난 웨스트브룩은 전날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24개의 슛을 던져 13개를 적중시켰으며 자유투도 6개를 얻어내 모두 성공시켰다. 트리플더블을 기록하며 승리의 1등공신이 된 웨스트브룩은 경기 후 ESPN과의 인터뷰에서 “팀 공격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은 내 탓”이라고 반성하는 한편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다짐도 밝혔다. 오클라호마시티의 다음 경기는 2일(한국시각) 열리는 LA 레이커스와의 시합. 레이커스의 최고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가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웨스트브룩에게는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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