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송강호 vs 하정우, 승자는 없었다
2019. 01. 0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송강호(왼쪽)와 하정우가 연말 극장가 경쟁을 펼쳤지만, 승자는 없었다. ‘마약왕’ ‘PMC: 더 벙커’ 스틸컷. /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송강호(왼쪽)와 하정우가 연말 극장가 경쟁을 펼쳤지만, 승자는 없었다. ‘마약왕’ ‘PMC: 더 벙커’ 스틸컷. / 쇼박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송강호와 하정우가 연말 극장가 경쟁을 펼쳤지만, 승자는 없었다. 할리우드 대작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1억 배우들’이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새해 첫날 박스오피스 1위는 할리우드 영화 ‘아쿠아맨’이 차지했다. 지난 1일 ‘아쿠아맨’은 하루 동안 38만4,11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총 누적 관객수 387만6,004명을 기록했다. 400만 관객 돌파도 목전에 두고 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한국 영화는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정우 주연의 영화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는 지난해 12월 26일 개봉한 뒤 3일째까지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아쿠아맨’에게 다시 정상의 자리를 내줬다. 새해 첫날 ‘PMC: 더 벙커’는 19만5,868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2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수는 137만4,905명이다.

송강호의 ‘마약왕’(감독 우민호)은 10위까지 떨어졌다. ‘마약왕’은 1만9,248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누적 관객수는 183만2,885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9일 ‘마약왕’과 같은 날 개봉한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는 6만6,175명(누적 관객수 132만5,184)을 불러 모아 6위에 머물렀다.

‘마약왕’과 ‘스윙키즈’, 그리고 ‘PMC: 더 벙커’는 제작비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작들이다. 하지만 세 영화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손익분기점 달성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마약왕’과 ‘PMC: 더 벙커’의 부진이 눈에 띈다.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 이두삼(송강호 분)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마약왕’은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가 이두삼으로 분해 파격적인 연기 변신과 열연을 펼쳤지만, 부족한 서사와 진부한 전개 방식 그리고 조연 캐릭터들의 평면적 활용 등으로 혹평을 들었다.

글로벌 군사기업(PMC)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내세운 ‘PMC: 더 벙커’는 카메라의 흔들림을 고스란히 표현한 촬영 기법과 색다른 화면 구성 등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또 한반도와 미국, 중국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불법체류자들과 소외계층의 이야기, 남북의 우정과 에이헵(하정우 분)의 트라우마까지 지나치게 많은 스토리와 극에 어울리지 않는 신파적 요소가 제대로 배합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약왕’과 ‘PMC: 더 벙커’는 ‘최초 1억 배우’(누적관객수 1억명 돌파)와 ‘최연소 1억 배우’ 타이틀을 갖고 있는 송강호와 하정우의 신작으로 더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대결의 승자는 없었다.

송강호는 ‘마약왕’으로 7년 만에 흥행 실패를 맞보게 됐다. 2012년 161만 관객을 동원한 ‘하울링’ 이후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다. 2015년 개봉한 ‘사도’가 ‘하울링’ 이후 최저 관객수를 기록했지만, 624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마약왕’은 약 400만명으로 알려진 손익분기점에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차트 아웃 수순을 밟고 있어, 송강호의 필모그래피에 오점으로 남게 됐다.

포기하기는 이르지만, 하정우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PMC: 더 벙커’는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약 410만명으로 알려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갈 길이 멀다. ‘신과함께-죄와 벌’과 ‘1987’(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까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최연소 1억’ 배우에 이름을 올린 하정우의 흥행 기세는 한풀 꺾인 모양새가 됐다.

일각에서는 한국 영화의 부진이 기존의 흥행 공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대작들이 잇따라 개봉을 하면서 관객이 분산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더 이상 배우의 이름값에만 기대 흥행을 바라볼 수 없는 이유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