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상파 3사 드라마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의견제시' '의견진술' 등의 판정을 받았다 / 그래픽= 이선민 기자
최근 지상파 드라마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의견제시' '의견진술' 등의 판정을 받았다 / 그래픽= 이선민 기자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최근 3개의 지상파 드라마 방송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의견제시’ ‘의견진술’ ‘전체회의에 상정’ 등의 판정을 받았다. 폭력, 자극적인 장면 등이 주요이유로 꼽히며 지상파 방송에 대한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지상파 방송, 이대로 괜찮을까.

◇ 2018년 하반기 지상파 드라마, 선정·폭력 ‘빨간불’

지난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언어 관련 심의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 지상파 및 종편‧케이블 예능프로그램 17건에 대한 행정지도를 알리는 한편, 선정‧폭력적 장면을 방송한 지상파 드라마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결과를 공개했다.

먼저 지난해 11월 종영한 SBS TV ‘여우각시별’은 조현병 환자가 항공사 직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 등을 방송해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받았다. 드라마 설정 상의 맥락과 제작진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한 점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부터 '의견제시' 결과를 받은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 / '여우각시별' 공식홈페이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부터 '의견제시' 결과를 받은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 / '여우각시별' 공식홈페이지

실제 지난해 10월 15일 ‘여우각시별’은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SBS ‘여우각시별’ 제작진은 지난해 10월 1일, 제때 약을 복용하지 않은 조현병 환자로 인해 벌어진 공항의 위기상황을 방송했다”며 “실제 공항에서 벌어진 사건을 토대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와 달리, 조현병 환우 및 가족 여러분과 공동체의 마음을 아프게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에 제작진은 앞으로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자극적인 스토리로 화제를 모았던 SBS ‘황후의 품격’도 심판대에 올랐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태후가 황실에 테러를 가한 범인들을 조현병 환자라고 언급하거나, 황제와 비서 간 애정행각을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을 반복 노출, 결박된 사람에게 시멘트반죽을 부어 위협하는 장면 등을 방송하고, 이를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황후의 품격’에 대해 ‘의견진술’을 청취하기로 결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의견진술' 결과를 받은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 / '황후의 품격' 방송화면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의견진술' 결과를 받은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 / '황후의 품격' 방송화면 캡처

마지막으로 지난해 10월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등장인물들의 자살 장면을 구체적‧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이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해 ‘전체회의에 상정’ 심의 결과를 받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과정은 접수된 전체 민원에 대해 심의상정을 거친 뒤, 걸러진 사안에 대해 5인의 전문 위원들이 심사하는 구조다. ‘권고’ 또는 ‘의견제시’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내려지는 ‘행정지도’를 말한다. ‘의견진술’은 법정제재를 하기 전 방송사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구제수단으로, 방송사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절차로 알려진다.

◇ 지상파 민원 제기 ‘상승세’… ‘공정성’ ‘윤리적 수준’ 최다 민원

지상파의 민원 제기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확인됐다.

지난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상반기 민원 접수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텔레비전과 라디오)에 대한 민원은 2,068건(38.7%)로, 타매체에 비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뒤를 이어 종편(종합편성채널)에 대한 민원이 1,747건(32.6%), 케이블방송프로그램(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포함)에 대한 민원이 1.489건(27.8%)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도에 비해 대폭 증가한 수치다. 2017년 상반기 지상파 방송 민원은 1,313건으로, 약 58%로 증가한 셈이다. 방송 프로그램만을 대상으로 한 지상파 신청 민원은 총 1,797건이며, MBC 734건, SBS 731건, KBS 332건으로 집계됐다. 

매체별·위반유형별 방송심의 신청 민원 세부 현황표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매체별·위반유형별 방송심의 신청 민원 세부 현황표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걸까. 지상파 3사 관련 방송심의 신청 민원을 주요 위반유형별로 세분하여 살펴본 결과 ▲윤리적 수준(719건) ▲공정성(453건) ▲권리침해(410건)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방송언어(31건) ▲광고효과(12건) ▲어린이·청소년보호(23건)에 대한 지상파 민원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상파는 국가로부터 방송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방송사를 일컫는다. 이에 지상파가 지닌 무게감은 케이블 및 종편에 비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실제 다수 시청자들은 지상파 방송에 대해 높은 잣대를 제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탓에 일각에서는 지상파 방송을 심의하는 기준이 유독 엄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4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상파와 종편 및 케이블 방송의 심사 기준이) 완전히 똑같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방송법 및 (방송통신위원회) 심의 규정에 방송 매체 및 채널별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매체의 공적 특성에 따라 일부 차별성을 둘 수 있다. 이에 (심사기준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방송법 제32조에는 ‘매체별, 채널별 특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이어 관계자는 “JTBC와 tvN 같은 경우는 시청률, 시청자들의 인식수준, 영향력이 지상파 못지않다. 이런 채널들은 위원님들께서 지상파 못지않게 어느 정도의 잣대를 가지고 검토한다”며 “매체의 성격과 영향력, 사이즈, 매출규모 등 다양한 부분을 숙지한 후 고려해서 심사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 통신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올바른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설치된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뉴시스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 통신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올바른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설치된 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 뉴시스

물론 최근 젊은 세대의 입맛까지 맞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필요로 한다. 더욱이 케이블 및 종편 채널에서 새로운 인기 프로그램을 다수 제작함에 따라 지상파의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 지상파의 도전이 시급한 이유다.

다만 이 과정 속 지상파가 지킬 선은 분명 존재한다. 아직까지 지상파의 영향력은 어느 매체보다 막강하기 때문. 지상파 방송에 공정성이 중요시 여겨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다수의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책임감을 가지고 목적에 충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2019년 새해가 밝았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KBS 2TV) ‘아이템’(MBC) ‘빅이슈’(SBS) 등 다양한 장르의 지상파 작품들이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과연 올 한 해 지상파 방송이 불편한 볼거리가 아닌 즐거운 볼거리로 시청자들의 안방극장을 책임질지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