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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내편’, 시청률 고공행진에도 아쉬운 이유
2019. 01. 07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하나뿐인 내편’이 시청률 고공행진에도 답답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고 있다. / KBS 2TV ‘하나뿐인 내편’ 캡처
‘하나뿐인 내편’이 시청률 고공행진에도 답답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고 있다. / KBS 2TV ‘하나뿐인 내편’ 캡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KBS 2TV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연출 홍석구, 극본 김사경)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21.2%의 시청률로 출발한 ‘하나뿐인 내편’은 지난 6일 방송된 66회가 37.7%까지 치솟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해 9월 종영한 전작 ‘같이 살래요’(최고시청률 36.9%, 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보다 높은 성적이다.

그러나 ‘하나뿐인 내편’은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오명도 동시에 얻고 있다. 드라마를 향한 시청자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하나뿐인 내편’이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토록 ‘답답한’ 주인공이라니

‘하나뿐인 내편’은 28년 만에 나타난 친부로 인해 인생이 꼬여버린 한 여자와 정체를 숨겨야만 했던 그녀의 아버지가 ‘세상 단 하나뿐인 내편’을 만나며 삶의 희망을 되찾아가는 드라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운명적으로 재회한 이 부녀를 향해 ‘응원’보다는 ‘분노’를 표하고 있다. 부녀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모든 일을 둘만 아는 ‘비밀’에 부치기로 했지만, 두 사람은 들키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행동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친부 강수일(최수종 분)과 딸 김도란(유이 분)은 팔짱을 끼고 집 근처 시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우리 도란이’, ‘아빠’라며 때를 가리지 않고 서로를 불러댄다. 늦은 밤 수일의 방에 드나들기도 한다. ‘대외적’으로는 재벌집 며느리과 운전기사인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도란의 동서 장다야(윤진이 분)에게 금세 발각되고, 다야는 급기야 도란과 수일의 관계를 불륜 사이로까지 의심하게 된다.

도란의 남편 왕대륙(이장우 분)도 도란의 어설픈 거짓말에 ‘분노’를 드러냈다. 언제부턴가  말도 없이 밤마다 사라지더니, 전화도 받지 않고 휴대폰에는 없던 잠금 기능을 해 놨다. “친정에 일이 있다”며 늦은 밤 또다시 외출을 했지만, 이내 거짓말임이 밝혀졌다. 해명을 요구하는 대륙에게 도란은 “나중에 설명하겠다”며 피했다. 결국 대륙은 화를 참지 못해 집을 뛰쳐나갔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자신의 곁을 지킨 대륙에게 도란은 시도 때도 없이 거짓말을 하고, 친부의 존재를 끝까지 숨기고 있다. “절대 말하면 안 된다”는 수일의 말 한마디 때문에 부부의 신뢰까지 깨버리고 있는 도란, 이럴 거면 결혼은 왜 한 걸까. 수일과 도란의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공감도, 설득도 얻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에게만 애틋한 ‘부성애’가 돼 버렸다.

‘하나뿐인 내편’이 시대와 맞지 않는 설정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 KBS 2TV ‘하나뿐인 내편’ 캡처
‘하나뿐인 내편’이 시대와 맞지 않는 설정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 KBS 2TV ‘하나뿐인 내편’ 캡처

◇ 시대와 맞지 않는 ‘진부한 설정’

‘하나뿐인 내편’은 가난한 여주인공과 재벌가 남자주인공의 러브스토리, 출생의 비밀 등 한국 드라마 속 전형적인 소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진부한 클리셰가 난무한다. 특히 시대와 맞지 않는 설정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여성 캐릭터들이 모습이다. 주인공 도란을 비롯해 그의 동생 김미란(나혜미 분)은 ‘취집’(취직 대신 시집이란 뜻의 신조어)에 성공한 여성들이다. 물론 도란은 결혼 전까지 쉴 틈 없이 일하며 가족들을 돌보는 가장 역할을 해냈지만, 결혼 후에는 시어머니의 압박과 치매에 걸린 시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나운서의 꿈을 키우던 미란은 치과의사 장고래(박성훈 분)와 결혼한 후 구직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나만 취업 안 돼”라고 울부짖던 미란은 남편 도시락을 싸는 행복에 취해있을 뿐이다.

시댁 식구들을 위해 ‘희생’하는 며느리의 모습도 구시대적 발상이다. 가사도우미가 두 명이나 있지만 직접 아침을 준비하고, 이른 새벽 수산시장을 찾아 싱싱한 해산물을 공수한다.  살림을 도맡아 하고 치매에 걸린 시할머니를 살뜰하게 돌보지만,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가 탐탁지 않다. ‘착한 아들’을 꼬드긴 ‘나쁜 며느리’일 뿐이다. 두 사람 사이에도 평화는 찾아왔지만, 평등한 가족 일원의 모습은 아니다. 여전히 남편 대륙을 ‘본부장님’이라고 부르며  스스로 ‘을’을 자처하고 있는 도란은 ‘하나뿐인 내편’에서 가장 답답한 ‘고구마 캐릭터’다.

총 100부작으로 방영될 계획이었던 ‘하나뿐인 내편’은 6회가 연장돼 106부작으로 종영할 예정이다.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에 돌입한 ‘하나뿐인 내편’이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오명을 지워내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