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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구의 ‘가치’ 증명, 단 한 회면 충분했다
2019. 01. 08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여진구가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새로운 ‘광해’의 탄생을 알렸다. / tvN ‘왕이 된 남자’ 캡처
배우 여진구가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새로운 ‘광해’의 탄생을 알렸다. / tvN ‘왕이 된 남자’ 캡처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단 한 회면 충분했다. 배우 여진구가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대배우’ 이병헌의 그림자를 완벽히 지워냈다. 광기에 휩싸인 왕의 모습부터 능청스럽고 천진한 광대의 얼굴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새로운 ‘광해’의 탄생을 알렸다.
 
케이블채널 tvN 새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연출 김희원, 극본 김선덕)는 잦은 변란과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의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 중기, 임금 이헌(여진구 분)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 하선(여진구 분)을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지난 7일 첫 방송된 ‘왕이 된 남자’는 역대 tvN 월화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8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왕이 된 남자’ 1회는 평균 5.7%, 최고 7.5%의 시청률을 기록, 케이블 종편을 포함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왕이 된 남자’는 2012년 개봉해 천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영화 ‘광해’에서는 ‘톱배우’ 이병헌이 왕 광해와 하선을 완벽하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원작과 작품 속 캐릭터가 워낙 많은 사랑을 받은 탓에 드라마 ‘왕이 된 남자’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베일을 벗자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왕이 된 남자’는 첫 방송부터 압도적인 미장센과 몰입도 높은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특히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2역을 소화한 여진구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극중 여진구는 적들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왕 이헌과 왕과 똑 닮은 쌍둥이 외모로 왕을 대신하는 광대 하선까지 1인 2역을 맡았다. ‘왕이 된 남자’ 첫 방송에서 그는 위엄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왕 이헌과 두려울 것 없는 광대 하선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단의 감정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끝내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이헌의 눈물, 궁에 이는 피바람의 중심에서 광기로 휩싸인 이헌의 위태로운 내면 등을 빈틈없는 감정 연기로 그려냈다. 하선은 자유롭고 순수했다. 능청스럽고 천진한 미소의 하선은 이헌과는 또 다른 얼굴이었다.

여진구는 사극과 유독 인연이 깊다. 2005년 영화 ‘새드무비’를 통해 아역 배우로 데뷔한 뒤  드라마 ‘일지매’(2008), ‘자명고’(2009), ‘무사 백동수’(2011), ‘해를 품은 달’(2012) ‘대박’(2016) 등과 영화 ‘쌍화점’, ‘대립군’(2017)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사극을 소화했다. 특히 ‘해를 품은 달’은 여진구의 ‘인생작’으로 꼽힐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와 정확한 발성, 깊은 눈빛 연기는 그가 사극에 최적화된 배우로 꼽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에도 여진구의 사극은 옳았다. 여진구는 한계 없는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광해’를 완성했다. 광기에 휩싸인 그는 이헌이었고, 천진한 미소의 그는 하선이었다. 원작 캐릭터를 소화한 이병헌의 그림자는 없었다. “‘왕이 된 남자’가 여진구의 인생작이 될 것”이라던 김상경(이규 역)의 호언장담이 허풍이 아닌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