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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증인]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2019. 01. 23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증인’(감독 이한)이 관객들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증인’(감독 이한)이 관객들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할 수 있을까.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순호(정우성 분)는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 길재(박근형 분)와 그가 남긴 빚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해서 택한 길이다. 결혼도 포기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지만, 아버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주치기만 하면 맞선 재촉이다.

그런 순호에게 인생 역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로펌 대표가 살인 용의자의 국책 변호 건을 잘 마무리하면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시켜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순호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순호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지우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의사소통이 어렵다.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계속해서 지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던 순호는 점차 지우를 이해하게 되고, 지우도 그런 순호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나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증인’(감독 이한)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인물이 점차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 깊은 감동을 전한다.

‘증인’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인물이 점차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 깊은 감동을 전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증인’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인물이 점차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 깊은 감동을 전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지우에게 접근했던 순호가 순수한 지우로 인해 오히려 위로를 받으며 소통해가는 과정은 각박한 현실에 지친 우리의 마음도 치유한다. 자기만의 세계에 집중했던 지우가 사건의 증인이 돼 세상과 소통하려는 모습은 현실과 타협하는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며, 자신을 직시할 용기를 준다.

순호를 향해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 지우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자체다. 그런 지우의 질문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의 순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진실을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선한 사람이다. 지우의 엄마 현정(장영남 분), 순호의 아버지 길재, 사건의 담당 검사 희중(이규형 분) 등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배우들은 호연을 펼친다. 영화 ‘더 킹’(2017)의 차세대 검사장 후보 한강식, ‘강철비’(2017)의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 등 선 굵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정우성은 강한 이미지를 벗고 인간적이고 공감 가는 캐릭터로 새로운 매력을 전한다. 김향기는 세상과 소통하려 하는 지우를 맑은 눈빛과 순수한 매력으로 담아냈다.

‘증인’에서 호연을 펼친 (위 왼쪽부터) 장영남·이규형·김향기와 (아래 왼쪽부터) 정우성·박근형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증인’에서 호연을 펼친 (위 왼쪽부터) 장영남·이규형·김향기와 (아래 왼쪽부터) 정우성·박근형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규형도 제 몫을 해낸다. 사건 담당 검사이자 지우와 소통하는 방법을 아는 희중으로 분해 김향기와 훈훈한 ‘케미’를 발산한다. 반면 검사와 변호사 관계로 만난 정우성과는 미묘한 신경전과 함께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전하기도 한다. 순호 아버지 길재로 분한 박근형도 아들을 장가보내기 위해 맞선을 재촉하는 장난스러운 모습부터 묵묵히 자식을 응원하는 진심 어린 아버지의 모습까지 진정성 있게 그려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증인’은 착한 영화다.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4)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따스한 시선과 섬세한 연출로 풀어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한 감독은 이번에도 극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웃음 요소도 적절히 녹여내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마음을 여는 것보다 닫는 것에 더 익숙해져 버린 우리 모두의 마음을 감싸줄 따뜻한 영화 ‘증인’은 오는 2월 13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2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