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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김향기가 걸어온 길
2019. 01. 2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아역 배우 김향기가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역 배우 김향기가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제 갓 스무살이 됐지만, 연기 경력은 13년이다. 30편에 육박하는 작품에 출연했고,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무려 두 편이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최연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과 티켓 파워를 모두 갖춘 배우로 인정받았다. 아역 배우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한 김향기가 걸어온 길이다.

김향기는 2003년 3세의 나이로 잡지 모델로 데뷔한 뒤 2006년 영화 ‘마음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깜찍한 외모에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자랑했던 그는 등장과 동시에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영화 ‘방울토마토’(2008)·‘그림자 살인’(2009)·‘웨딩 드레스’(2010)·‘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늑대소년’(2012)·‘우아한 거짓말’(2014) 등과 드라마 ‘히어로’(2010)·‘여왕의 교실’(2013)·‘눈길’(2015)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2017년 개봉한 ‘신과함께-죄와 벌’과 2018년 선보인 ‘신과함께-인과 연’의 흥행 성공으로 김향기는 ‘쌍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극중 막내 저승차사 이덕춘으로 분한 그는 제39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18세였던 김향기는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최연소 수상자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스무살이 된 김향기의 올해 첫 행보는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영화 ‘증인’(감독 이한)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무살이 된 김향기의 올해 첫 행보는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영화 ‘증인’(감독 이한)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무살이 된 김향기의 올해 첫 행보는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영화 ‘증인’(감독 이한)이다.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증인’에서 김향기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 역을 맡았다. 눈빛, 표정, 몸짓까지 지우로 완전히 분한 김향기는 섬세한 표현력과 디테일한 연기, 특유의 순수한 매력까지 더해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향기는 ‘증인’을 따뜻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향기는 ‘증인’을 따뜻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향기는 ‘증인’을 따뜻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언론배급시사회 후 영화를 보고 많이 울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나.
“같이 영화를 봤던 분들과 아마 같은 지점에서 함께 울었던 것 같다. 내가 찍었던 부분은 모니터를 많이 했으니까 눈물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까 똑같은 장면에서 또 눈물이 나오더라. 인상 깊었던 것은 순호와 아버지의 관계였다. 웃음 포인트도 많았지만 마음이 찡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눈물이 확 올라온다기보다는 찡하게 남는 뭔가가 있었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끌었다. 크게 주목받는 상황에서 ‘증인’을 택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마음이 움직였나.
“이한 감독님이 대본을 보내주면서 다른 얘기는 하지 않으셨고, 지우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본 어땠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정말 좋았다. 주제 자체는 민감할 수 있지만 과하지 않았다. 살인사건 목격자와 용의자,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을지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자연스럽게 넘어갔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해나 편견들을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잘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한 감독님이 워낙 감성적이시지 않나. 따뜻하면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 완성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이라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준비했나.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표현할 때 중점을 두고 싶었던 부분은 인물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지만 소통 과정이나 이해하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자연스럽게 그들을 따라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인물에 치우치기보다 과정을 어떻게 하면 잘 융화돼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도 컸다.

지우 캐릭터를 준비하는데 있어서는 (이한) 감독님하고 대화를 나눴던 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몰랐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 같은 경우는 영상 자료들이 있었다. 해외 영상이 많았고 감독님이 찾아서 보내주셨다. 영화도 참고했고, 책도 찾아봤다. 그런 자료들을 보면서 기본적으로 지우가 갖고 있는 특성에 대해 큰 기둥을 세워놓고, 그 외 세세한 감정이나 표현, 변화들은 현장에서 맞춰나갔다.”

김향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향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지우는 굉장히 순수하고 여리지만, 증인으로 나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강인한 아이였다. 김향기가 본 지우는 어떤 인물이었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순수한 표현으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히 큰 힘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선택에 있어서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되게 힘든 일인 것 같다. 특수한 감각이 발달돼 있고, 일상적인 것들이 고통이 될 수 있는 아이가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고, 그것을 실천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순수한 힘을 표현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지우는 증인이 되기를 스스로 선택하는데, 김향기는 연기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했나.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부모님이 항상 ‘힘들면 안 하는 게 맞다’고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늑대소년’이 끝나고 1년 정도 쉬는 시간이 있었다. 학교생활도 재밌게 하고, 즐겁게 쉬고 있었는데 촬영장에 가고 싶고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연기가 좋구나’라고 깨달았던 것 같다. 이후에 한 작품, 한 작품 배워가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맡아가고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면서 성장한 것 같다. 연기할 때 하는 고민조차 힘들어도 설렜다. 매번 그런 감정이 컸고, 내 스스로 선택했다.”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본 적은 없나. 
“있다. 배우가 아니었다면 뭘 했을까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는데,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속상할 것 같다. 연기할 때 느끼는 감정들을 알지 못하는 거니까. 만약 배우를 하지 않았다면 그냥 학업에 집중을 했을 것 같다. 공부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쏟고 평범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김향기가 이미지 변신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향기가 이미지 변신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역배우 출신 배우들이 이미지를 깨기 위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이미지 변신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 있나.
“보이는 직업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작품을 통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내 이미지가 뭔지 잘 모르겠다. 일단 만족을 하면서 연기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운이 좋은 건데, 너무 좋은 작품의 기회를 주셔서 연기를 해나가고 있다는 거다. 이 상황을 잘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들은 지금 내가 이런 모습의 역할을 소화할 사람이 된 거고,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선하고 순수한 캐릭터와 너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에서 탈피하고 싶은 욕심은 없나.
“욕심이라기보다 궁금하다. 내가 다른 얼굴을 보여드리면 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면서 문득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아직 (센 캐릭터의) 시나리오는 못 받았는데 만약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살인을 할 만한 정신력을 갖고 있는, 어둠과 어울리는 캐릭터들? 하하. 궁금하긴 하다.”

-데뷔 16년 차다. 연기 경력은 13년이다. 절대 잃지 말아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나 약속이 있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 아직 배우고 있는 단계고 많이 어리지 않나. 현재까지도 작품에 있어서 기대감을 갖는 다는 것은 초심인 것 같다. 그런 점이 배우로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작품을 맞이할 때 항상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화를 하는 방식이나 고민을 해결하는 노하우는 쌓이는 그런 단계를 밟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