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사제들’(2015)로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지평을 넓혔던 장재현 감독이 4년 만에 신작 ‘사바하’로 돌아온다. (왼쪽부터) 이정재·이재인·진선규·박정민·장재현 감독 /뉴시스
영화 ‘검은 사제들’(2015)로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지평을 넓혔던 장재현 감독이 4년 만에 신작 ‘사바하’로 돌아온다. (왼쪽부터) 이정재·이재인·진선규·박정민·장재현 감독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검은 사제들’(2015)로 한국형 오컬트 영화의 지평을 넓혔던 장재현 감독이 4년 만에 신작 ‘사바하’로 돌아온다.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층 강렬하고 과감한 미스터리와 서사를 예고한다. 여기에 배우 이정재·박정민·진선규 등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까지 앞세워 관객들의 취향 저격에 나선다. 

장재현 감독은 서울 도심 한복판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뛰어든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검은 사제들’을 통해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영화에서 보기 힘든 낯선 소재와 장르에 한국적 정서를 녹여내 신선한 재미를 선사, 544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장재현 감독의 4년 만의 복귀작 ‘사바하’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장 감독은 ‘사바하’를 통해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층 강렬하고 과감한 미스터리와 서사를 예고한다. /뉴시스
장재현 감독의 신작 ‘사바하’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한층 강렬하고 과감한 미스터리와 서사를 예고한다. /뉴시스

25일 진행된 ‘사바하’ 제작보고회에서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라며 “종교문제연구소를 운영하는 박 목사(이정재 분)가 불교계열의 신흥종교인 사슴동산을 조사하면서 알 수 없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사건을 접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영화 제목인 ‘사바하’에 대해 “불교천수경에 나오는 주문의 한 부분”이라며 “주문을 외우고 마지막에 ‘사바하’라는 말을 붙이는데 성취, 길사의 뜻을 나타낸다. 영화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어감도 좋고 주제적인 부분도 잘 갖고 있어서 영화 제목으로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감독은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사바하’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첫 번째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강렬한 서스펜스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크고 작은 미스터리들이 촘촘하게 엮여있는데 인물들을 따라가고 지켜보면서 (관객들의) 궁금증을 계속 유발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영화가 70%의 불교관과 30% 기독교관이 섞여있는 혼합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는데, 이 세계관이 친근하면서도 잘 모르겠고, 잘 모르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세계관에 대한 설득이 세 번째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신흥 종교 단체 사슴동산을 쫓던 중 의문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박 목사 역은 이정재가 맡았다. ‘신과함께’ 시리즈(2017, 2018)의 염라대왕, ‘대립군’(2017) 토우 등 최근 출연작을 통해 사극을 소화했던 그는 오랜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와 눈길을 끈다. 이정재는 “현대물을 전생에서 했는지 언제 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오랜만”이라면서 “현대 의상을 입으니까 많이 편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이정재는 ‘사바하’에서 새로운 신흥 종교 단체 사슴동산을 쫓던 중 의문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박 목사 역을 맡았다. /뉴시스
이정재는 ‘사바하’에서 새로운 신흥 종교 단체 사슴동산을 쫓던 중 의문의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박 목사 역을 맡았다. /뉴시스

이정재는 평범한 목사와는 다른 가벼운 모습부터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진짜에 다가서려는 진지한 모습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폭넓은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정재는 박 목사에 대해 “목회를 하는 목사는 아니고, 종교문제연구소라는 개인사무소를 열어서 신흥종교의 잘못된 점과 비리 등을 파헤치고 고발하는 일을 주로 하는 목사”라고 말했다.

이정재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다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며 혼란에 빠지는 박 목사로 완전히 분하기 위해 장재현 감독과 많은 대화와 고민을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박 목사의 내면과 고민 같은 것을 잘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기댈 곳이라고는 장재현 감독밖에 없었다”면서 “둘이 리허설을 꽤 많이 했다. 아주 미묘한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얘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지 않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점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고 캐릭터를 연구하며 어려웠던 점을 토로했다.

이어 “내 느낌으로 리허설을 하다 모르겠다 싶으면 감독 보고 연기해보라고 하고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고 그랬다”라며 “연기자는 분위기를 잘 표현해야 하는 거고, 영화의 이야기도 기존에 전달했던 방식과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 역은 박정민이 맡았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인물로 분해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정민은 “그동안 했던 역할 중에서 가장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고 어두운 면을 많이 볼 수 있는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인물(나한)이 어둡고 말수도 없고, 의뭉스러운 점을 갖고 있는데 감정 이입을 하면서 조금 짠했던 것도 있었다”라며 “그래서 더 마음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 역은 박정민이 맡았다. /뉴시스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 역은 박정민이 맡았다. /뉴시스

박정민은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위해 무표정한 얼굴과 낮게 깔린 음성, 탈색한 헤어까지 특별한 변신을 꾀했다. 박정민은 외적 변신에 대해 “(장재현) 감독님이 저렇게 하라고 시켰다”고 털어놔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그는 “나한은 미스터리한 인물이니 튀지 않고 잘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첫 만남에서 탈색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라며 “불균형한 면들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셨다. 더 에너지가 있어 보이고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셔서 설득을 당했다. 바로 탈색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된 이정재와 박정민은 서로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정재는 박정민이 출연한 거의 모든 작품을 봤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이정재는 “박정민의 연기를 보면 굉장히 담백하기도 하면서 뜨거움이 있다”라며 “동료로서 닮고 싶은 박정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 출연작들을 찾아서 보게 된다”라며 “작품마다 변모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다수의 영화를 하면서 다 다른 캐릭터들을 다르게 연기할 수 있을까 굉장히 부러웠다”고 극찬했다. 

이를 듣던 박정민은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정재 선배를 보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와 멋있다’였다”면서 “촬영이 진행되면서 이정재 선배가 구현하는 박 목사의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사바하’라는 영화에 굉장한 변화를 줬다. 너무 놀라웠고, 내가 하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러웠다”고 화답했다.

진선규는 박 목사를 돕는 해안스님으로 분한다. /뉴시스
진선규는 박 목사를 돕는 해안스님으로 분한다. /뉴시스

박 목사를 돕는 해안스님은 충무로 대세 배우로 떠오른 진선규가 맡았다. 최근 개봉한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에 이어 올해만 벌써 두 번째 작품을 선보이게 된 진선규는 “작년에 열심히 찍고 활동했던 것들의 결과물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라며 “‘극한직업’도 너무 좋고, ‘사바하’는 또 다른 모습의 나, 새로운 장르 속의 나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레고 떨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님 역을 맡아 ‘범죄도시’(2017) 위성락에 이어 또 한 번 ‘빡빡 머리’ 헤어스타일을 선보이게 된 진선규는 “(위성락과) 최대한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달라 보일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도시’에서 머리를 밀었을 때 40년 만에 처음 보는 이미지기도 하고 빨리 없애기 싫어서 빡빡 머리를 한 역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제안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더했다.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 진선규는 위성락과 전혀 다른 얼굴로 또 하나의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켜 이목을 집중시켰다. 함께 연기한 이정재도 진선규의 열정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진선규가) 워낙 다양하게 준비를 많이 해오는 것 같은데 티를 안 낸다”라며 “그런데 촬영을 진행하다 보면 준비를 많이 한 게 티가 난다”고 말했다. 또 “배우한테 헤어스타일이 굉장히 중요한데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저렇게 다른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면서 “아주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했고, 많이 느꼈다”고 칭찬했다.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에서 신예 박소담을 발굴한데 이어 ‘사바하’에서는 이재인을 캐스팅,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극중 이재인은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동생 금화로 분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할 예정이다.

이재인은 ‘사바하’에서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동생 금화로 분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할 예정이다. /뉴시스
이재인은 ‘사바하’에서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동생 금화로 분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할 예정이다. /뉴시스

이재인은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너무 재밌고 새롭고 강렬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면서 “캐스팅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하지만 정말 좋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전부 표현하지 못할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던 그는 “감독님이 무표정에서도 금화의 감정이 보여야 한다고 해서 금화의 슬픈 감정이나 두려운 감정이 잘 담길 수 있도록 연습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장재현 감독은 “금화 역에 딱”이라면서 이재인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장 감독은 “영화제 심사하다가 단편영화를 통해 처음 봤는데 참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했었다”라며 “이후 ‘사바하’ 오디션에서 만나게 됐는데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목소리랑 분위기가 다크하면서도 매력적인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워낙 영리해서 캐릭터 분석력이 남달랐다”면서 “그래서 출연해달라고 졸랐다. 이재인이 금화 역에 딱 맞았다.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데뷔 후 처음으로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이재인은 긴장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사바하’로 삼행시를 선보여 현장 분위기를 더욱 훈훈하게 만들었다. 이재인은 “‘사바하’ 대박 기원을 위해 3행시를 준비했다”라더니 “사바하. 바(봐)라! 이게 영화다. 하하! ‘사바하’ 대박나자!”라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이날 이재인만큼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던 사람은 장재현 감독이었다. 장편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이 흥행에 성공한 뒤 4년 만에 또 하나의 오컬트 무비를 선보이게 된 그는 ‘사바하’를 준비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어제 새벽 2시쯤까지 작업을 마무리하고 집에 오는데 눈물이 나더라”라더니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한 3~4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매달렸던 영화”라면서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너무 떨린다. 많은 관심과 기대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장재현 감독의 열정과 눈물이 담긴 ‘사바하’가 한국형 오컬트 무비의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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