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 감독의 신작 ‘뺑반’이 설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 쇼박스 제공
한준희 감독의 신작 ‘뺑반’이 설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 쇼박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차이나타운’(2015)을 통해 기존 누아르의 전형성을 탈피했다는 호평과 함께 실력을 인정받은 한준희 감독이 4년 만에 영화 ‘뺑반’으로 돌아왔다.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참신한 소재로 기존 범죄 영화와는 차별화를 꾀했다. 여기에 공효진·류준열·조정석·염정아·전혜진 등 신선한 캐스팅 조합으로 관객의 취향 저격에 나선다. ‘뺑반’이 설 연휴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경찰 내 최고 엘리트 조직 내사과 소속 경위 은시연(공효진 분). 조직에서 유일하게 믿고 따르는 윤 과장(염정아 분)과 함께 F1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정재철(조정석 분)을 잡기 위해 수사망을 조여 가던 시연은 무리한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오명을 쓰고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다.

알고 보면 경찰대 수석 출신, 만삭의 리더 우계장(전혜진 분)과 차에 대한 천부적 감각을 지닌 에이스 순경 서민재(류준열 분). 팀원은 고작 단 두 명, 매뉴얼도 인력도 시간도 없지만 뺑소니 잡는 실력만큼은 최고다. 계속해서 재철을 예의주시하던 시연은 뺑반이 수사 중인 미해결 뺑소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재철임을 알게 된다.

뺑소니친 놈은 끝까지 쫓는 뺑반 에이스 민재와 온갖 비리를 일삼는 재철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시연.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친 그들의 팀플레이가 시작되는 가운데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망을 빠져나가려는 통제불능 스피드광 재철의 반격 역시 점점 과감해지는데…

‘뺑반’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류준열(위)와 조정석 스틸컷. / 쇼박스 제공
‘뺑반’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류준열(위)와 조정석 스틸컷. / 쇼박스 제공

▲ 다채로운 캐릭터의 향연 ‘UP’

‘뺑반’은 통제불능의 스피드광 사업가를 쫓는 뺑소니 전담반의 고군분투를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뺑소니만을 다루는 경찰 내 조직인 뺑소니 전담반 ‘뺑반’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중심으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더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스키드 마크, 범퍼 조각, CCTV 영상 등 작은 증거 하나 놓치지 않는 치밀함과 집요함으로 사건을 쫓는 뺑소니 전문가들의 활약은 기존 경찰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차별화된 재미 요소다. 여기에 비양심적 범죄 뺑소니 사건은 공감대를 자극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뺑반’은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시도된 적 없던 대규모 카 액션을 구현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롱테이크의 긴 호흡으로 담아내 속도감과 리얼리티를 높였다. 여기에 격렬하게 벌어지는 충돌과 전복 등을 생생하게 연출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주요한 카 액션 장면은 주연 배우들이 직접 소화해 인물의 감정을 쫓는 섬세함까지 놓치지 않으며 ‘뺑반’만의 에너지 넘치는 영상미가 완성됐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은 ‘뺑반’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공효진(위)과 전혜진(아래 왼쪽), 염정아 스틸컷. /쇼박스 제공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은 ‘뺑반’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공효진(위)과 전혜진(아래 왼쪽), 염정아 스틸컷. /쇼박스 제공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은 ‘뺑반’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주, 조연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개성 강한 매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덥수룩한 머리에 안경, 오래된 폴더 폰을 애용하는 등 겉보기엔 어수룩해 보이는 민재는 차에 있어서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천부적인 감각과 지식을 지녔다. 엘리트 경찰에서 한순간에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 시연은 강렬하고 터프한 매력으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매뉴얼 수사와 감각 수사,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던 시연과 민재가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호흡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져 눈길을 끈다.

시연과 민재가 잡고 싶어 하는 재철은 기존 영화의 악역과는 사뭇 다르다. 말을 더듬기도 하고 사람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등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고 서늘한 광기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재철을 연기한 조정석이 ‘이상한 놈’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재철은 독특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악인이다. 

이들 외에도 우선영 계장은 평소에는 친근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사건이 발생하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팀의 중심을 지키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만삭 경찰이라는 설정도 신선하다. 내사과 과장 윤지현은 아끼는 후배 시연을 믿고 함께 수사를 해나가지만 항상 냉철함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금수저 검사 기태호(손석구 분)는 공도(일반 도로에서 벌이는 불법 레이스)까지 참여하며 뺑반의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한다. 시연과의 은근한 ‘썸 케미’도 영화의 소소한 재밋거리다.

‘뺑반’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이성민(왼쪽)과 손석구 스틸컷. /쇼박스 제공
‘뺑반’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이성민(왼쪽)과 손석구 스틸컷. /쇼박스 제공

개성 강한 캐릭터들은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더욱 빛을 발했다. 민재로 분한 류준열은 고강도 액션과 섬세한 감정을 오가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민재의 룩과 디테일한 설정 등 실제 류준열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가 완성됐다.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 연기를 펼친 조정석도 흠잡을 데 없다. 날선 표정의 서늘한 연기부터 폭발하는 광기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공효진·염정아·전혜진의 활약도 반갑다.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아닌 역할을 맡아 주체적이고 당당한 매력을 발산한다. 손석구는 영화 속 숨겨진 매력의 캐릭터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린 이성민(서정채, 민재의 아버지 역)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공효진은 ‘뺑반’에서 엘리트 형사 은시연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공효진은 ‘뺑반’에서 엘리트 형사 은시연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 후반 갈수록 힘 잃는 여성 캐릭터 ‘DOWN’

‘뺑반’은 그동안 주로 남성들이 해오던 경찰 캐릭터를 여성으로 설정하면서 기존 범죄 영화와 차별화를 꾀했다. 우선영 계장과 윤지현 과장은 리더의 자리에서 팀을 이끌고 시연도 민재보다 높은 직급으로 사건 해결에 임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세 캐릭터 모두 힘을 잃는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며 활약을 기대하게 했던 시연은 민재의 조력자로 후퇴해 아쉬움을 남긴다.

빠르게 달려가던 이야기는 중반 이후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는 느낌을 준다. 영화 중반 어떤 사건을 시작으로 전혀 다른 드라마가 펼쳐지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깨져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를 기점으로 재미가 다소 반감된다. 이에 133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겠다.  

◇ 총평

‘뺑반’은 뺑소니 전담반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국내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피디한 카 액션 등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배우들의 열연도 관전 포인트다. 공효진·염정아·전혜진은 각기 다른 ‘걸크러시’ 매력을 발산하고, 조정석은 생애 첫 악역 도전에서 흠잡을 데 없는 열연을 펼친다. 배우로서 점점 더 영리해지는 류준열과 특별 출연에도 빛나는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성민은 더할 나위 없다. 오는 3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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