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조정석. / JS컴퍼니 제공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는 조정석. / JS컴퍼니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자신감이 넘친다. 매 작품, 확신에 찬 연기로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어떤 역할이든 그 인물 자체로 분해 마음껏 헤엄친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보다, 설득당하고야 마는 것. 배우 조정석의 자신감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다.

조정석은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으로 데뷔한 뒤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관상’(2013)·‘역린’(2014)·‘특종: 량첸살인기’(2015)·‘시간이탈자’(2016), 드라마 ‘더킹 투하츠’(2012)·‘오 나의 귀신님’(2015)·‘질투의 화신’(2016) 등 사극·로맨스·스릴러·코믹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을 소화했다.

조정석은 안정적인 연기력에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까지 갖추며 대중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그는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그동안 유쾌하고 따뜻한 캐릭터로 공감과 사랑을 동시에 받았던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서늘하고 광기 어린 새로운 얼굴로 관객과 마주한다.

조정석은 ‘뺑반’에서 한국 최초 F1 레이서 출신의 JC 모터스의 의장 정재철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조정석은 ‘뺑반’에서 한국 최초 F1 레이서 출신의 JC 모터스의 의장 정재철 역을 맡았다. /쇼박스 제공

‘뺑반’은 통제불능 스피드광 사업가 정재철(조정석 분)을 쫓는 뺑소니 전담반 뺑반(뺑소니 전담반)의 고군분투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조정석은 ‘뺑반’에서 한국 최초 F1 레이서 출신의 JC 모터스의 의장 정재철 역을 맡았다. 겉으론 전도 유망한 사업가지만 탈세, 횡령, 뇌물 상납 등 온갖 범죄에 연루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제불능의 인물이다.

차와 스피드에 빠져 위험천만한 불법 레이싱을 즐기는 스피드광 재철로 분한 조정석은 그동안 보여준 적 없던 서늘한 표정부터 폭발하는 광기까지 완벽 소화하며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조정석은 데뷔 후 처음으로 소화한 악역임에도 자신감 넘치는 연기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그동안 봐왔던 숱한 악인과는 다르고, 나쁜 것보다 ‘이상한 놈’에 더 가까운 독특한 재철이지만, 조정석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확신에 찬 연기로 관객을 설득시키고야 만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조정석은 “자신감이 없으면 연기를 할 수 없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조정석이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 JS컴퍼니 제공
조정석이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 JS컴퍼니 제공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너무 재밌게 잘 봤다.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 느낌 그대로 잘 나온 것 같다. 포장된 도로를 열심히 잘 달리고 있다가 비포장도로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거칠고 반듯하지 않은 느낌이 되게 좋았다.”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했다. 정재철을 어떻게 해석했고 어떤 악인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나.
“‘난 나쁜 놈, 악역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지는 않았다. 재철이 ‘이상한 놈’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지 않나. 그렇게 접근을 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고 물론 영화 내에서 그런(악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악역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별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곳곳에서 재철의 대사를 통해 전사가 드러나는데 과거들이 재철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청장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쥐락펴락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 대대손손 재벌로 살았던 사람이 아니고 자수성가한 스타일이라서 그런 관계 형성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았나 싶었다.”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는데.
“새로운 게 늘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지만, 진짜 새로운 걸 만났을 때 짜릿함이 있지 않나. 되게 짜릿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그랬고, 연기하면서도 그랬다. 짜릿한 흥분을 갖고 연기했던 것 같다. 어떻게 표현할까, 어떻게 연기를 할까에 대해 (한준희) 감독님이랑 얘기를 하면서 너무 재밌었다. 그냥 재밌었다.”

조정석이 ‘뺑반’을 촬영하며 재철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 JS컴퍼니 제공
조정석이 ‘뺑반’을 촬영하며 재철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 JS컴퍼니 제공

-카 액션도 직접 소화했는데, 감정까지 담아냈어야 했다.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진짜 힘들었다. 연기도 하랴 운전도 하랴. 근데 정말 좋았던 것은 그런 장면들을 모니터 하면 내 얼굴이 정확하게 나오고 내가 운전하고 있다는 게 정확히 보여 좋기도 했다. 하하. 우리 영화가 어렵지만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들을 보는 희열도 있었다. 톰 크루즈가 ‘미션임파서블’에서 왜 그렇게 리얼하게 하려고 하는지 공감한다.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시도한 것 같다. (‘뺑반’은) 위험한 게 별로 없었다. 멍석을 잘 깔아줬다. 완벽하게 준비를 해줬기 때문에 리허설을 할 때도 실제 촬영을 할 때도 안전하게 잘 마쳤다. 제작진과 연출부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배우보다 스태프의 공이 더 크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사실 캐릭터를 구축해나가고 연기할 때 인물이 어떤 감정이고 어떤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재철은)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왜 얘는 이럴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었는데 차차 연기를 하고 시나리오 꾸준히 보면서 분석하다 보니 이해가 되긴 하더라. 자수성가를 했지만 어릴 때 하도 형편이 안 좋다 보니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된 거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놓고 싶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이 절로 생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감이 됐다. 그런데 힘들고 어려웠던 그런 지점들이 재밌었다. 배우들이 ‘요즘 너무 스트레스 받아, 이번 역할 너무 힘들어’라고 얘기하지만, 그게 사실은 재밌는 거다. 그 스트레스가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고, 노력이니까. 그런 것들을 즐기는 것 같다. 즐기니까 이 직업을 하는 거다.”

-조정석의 연기에는 항상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 점이 조정석의 연기를 깎아내릴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
“만약 깎아내린다면, 깎일 거다. 깎인다면 다시 열심히 해서 원상복구할 거다. 나는 도전과 모험을 끝까지 하고 싶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지 않나. 하하. 누가 잘 못한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 없고, 잘한다고 해서 어깨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끼는 대로 하는 게 제일 맞고, 그런 확신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자신감이 없으면 이 직업을 못할 것 같고 자신감이 있어야만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나리오에 적힌 글을 실제로 구현해내서 많은 사람들이 그걸 믿게 하고 재밌게 만들려면 내가 확신에 차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신감이 없으면 확신이 안 생길 것 같은 거다. 그래서 자신감은 늘 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자신감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감 있게 했는데 안 되면, 다시 한 번 던져서 넣으면 된다. 그런 마음이다.”

-후배들에게도 자신감을 강조하나.
“자신감 있게 하라고 항상 얘기한다. 고민이 있다고 하면 ‘고민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자신감 있게 하면 될 것 같은데?’라고 한다. 안 된다고 고민하고 쥐어짜고 대사 연습하고 연기 연습하고 그런 것보다 그냥 툭 해보는 게 좋을 때도 있다. 그냥 이것저것 해보는 거다. 정답이 어디 있겠나.”

조정석이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이유를 전했다. / JS컴퍼니 제공
조정석이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이유를 전했다. / JS컴퍼니 제공

-연기에 관해서 특히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건가 아니면 평소 성격이 그런 편인가.
“평소 성격이 그렇다. 물론 고민은 많이 한다. 보통 연기할 때 머리를 엄청 키워놓는다(준비를 많이 한다). 그다음 할 때는 그냥 툭 한다. 축적돼있으면 체화된다고 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 사람이 말하는 거라고 생각이 든다. 남들이 ‘아닌데? 조정석인데?’라고 하더라도. 그게 연기의 가장 기초다.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게 한다는 게 아니라 고민도 많이 하고 여러 가지 생각도 많이 하는데 할 때는 그냥 담백하게, 어떨 때는 너무 담백해서 투박할 정도로 접근하는 스타일이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라 원치 않는 구설수에 휘말릴 때도 있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편인가. 
“긍정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은 느낌이다. (실제로) 대수롭지 않으니까. 이 직업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연기적 칭찬을 받을 때도 있고 꾸지람을 받을 때도 있고 내가 한 작품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그런 것들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한테는 그냥 당연한 일이다. 물론 칭찬이 아닌 안 좋은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안 좋긴 하다. 그런데 단련이 된 것 같다. 공연을 하면서 망한 작품도 해보고 너무 잘 돼서 앙코르 공연까지 한 무대에도 올라봤다.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해봐서 그게 그냥 단련이 된 것 같다. 온도 차이를 많이 느껴봐서.”

-연기로 질책 받은 적은 없다. 타고난 거 아닌가.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숙련되고 싶지는 않다. 숙련된 연기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계속 거칠고 싶다. 매끈하면 재미없지 않나. 내가 잘 못할 것 같은 것도 해보고 아주 잘 할 수 있는 것도 해보고 이것저것 여기저기 막 그냥 다 하고 싶다. 하하”

-자신없는 역할도 있나.
“아이의 아빠? 부모 역할은 아직 생소하다. 물론 모든 연기가 상상력과 간접경험을 통해서 하는 거지만, 아빠의 마음이 어떨지에 대한 것은 되게 생경한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두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가 재밌고 충분히 설득력을 주면 할 생각이 있다. 사실 모든 역할에 대해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없다. ‘잘 할 수 있어,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접근을 하는 편이다. 그것이 행여 잘못된 선택이고, 잘하지 못했더라도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할 거다. 도전을 하지 않으면 재미없지 않나. 내가 잘 하는 것만 계속하면 보는 분들도 재미없을 것 같다. 다채롭게 필모그래피를 그리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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