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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영리한 배우, 류준열
2019. 01. 3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리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 류준열. /쇼박스 제공
영리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 류준열. /쇼박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정해진 틀 안에서 주어진 역할만 해내는 배우가 있는 반면, 그 틀을 깨고 나와 자신만의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하는 배우가 있다. 자신의 이름값에 기대 안주하는 배우가 있는 반면, 매 작품 도전적인 시도로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배우가 있다. 영리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 류준열이 그렇다.

2015년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한 류준열은 충무로 대표 ‘소배우’(소처럼 일하는 배우)로 꼽힌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뒤 MBC ‘운빨로맨스’(2016)로 공중파 미니시리즈 주연 자리까지 꿰찬 그는 스크린을 주무대로 ‘열일’ 행보를 이어왔다. 

영화 ‘로봇, 소리’·‘섬. 사라진 사람들’·‘글로리데이’·‘계춘할망’·‘양치기들’(이상 2016)과 ‘더 킹’·‘택시운전사’·‘침묵’(이상 2017), 그리고 지난해 선보인 ‘리틀 포레스트’와 ‘독전’까지 데뷔 4년 만에 그가 쌓아올린 필모그래피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부족함이 없다. 특히 류준열은 매 작품 남다른 해석력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 ‘다작’ 행보에도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뺑반’에서 에이스 순경 민재로 분한 류준열 스틸컷. /쇼박스 제공
‘뺑반’에서 에이스 순경 민재로 분한 류준열 스틸컷. /쇼박스 제공

이번에도 새롭다. 한준희 감독의 신작 ‘뺑반’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류준열은 천부적인 감각과 집요함으로 뺑소니 사건을 쫓는 에이스 순경 서민재로 분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한다.   

‘뺑반’은 통제불능의 스피드광 사업가 정재철(류준열 분)을 쫓는 뺑소니 전담반의 고군분투를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뺑소니만을 다루는 경찰 내 조직인 뺑소니 전담반 ‘뺑반’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중심으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더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극중 민재로 분한 류준열은 고강도 액션과 섬세한 감정을 오가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민재의 룩과 디테일한 설정 등 실제 류준열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가 완성됐다.

‘뺑반’ 민재는 류준열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쇼박스 제공
‘뺑반’ 민재는 류준열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쇼박스 제공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류준열은 “(민재에 대해) 제시한 모든 것을 한준희 감독님이 좋아해줬다”며 웃었다.

-민재 캐릭터가 류준열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탄생했다고 들었다. 시나리오 초반 민재의 설정은 어땠고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디어가 더해졌나.
“민재가 어두운 과거가 있고 이후에 큰 사건도 겪는 인물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다운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설정 자체만으로도 우울하기 때문에 새로운 재미를 찾고자 했다. 반대로 밝게 가보자고 했던 것 같다. (한준희) 감독님이 제시하는 것을 모두 다 좋아해 주셨다. 그만큼 대화가 잘 됐던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설득당하는 과정이 있었다. 우리끼리 영화를 1부와 2부라고 나눠서 이야기하는데 1부에서 민재가 울적하고 다운된 모습이면 2부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낼 때 작위적일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경계했다.

그리고 경찰 캐릭터를 구축하는데도 고민을 했었다. 실제 친한 형이 순경이 됐는데 그 형을 통해서 생각하고 있던 경찰의 이미지가 바뀌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경찰은 터프하고 러프하고 날카로웠는데 그 형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굉장히 친절하고 잘 웃는 거였다. 친절함에 대한 강박이 있더라. 그런 지점이 재밌고 흥미로웠다. 이 점을 내가 캐릭터에 녹여내면 독특한 지점으로 흘러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밝고 잘 웃으면서 친절할 것 같지만 정말 웃고 싶어서 웃는 것인지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금의 민재가 나온 것 같다.”

-류준열이 악역 정재철(조정석 분)을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보다 악역을 잘 안 주더라. 이 업계에 없는 일반 친구들을 만나면 조정석, 공효진, 류준열이 뺑소니 영화 찍는다고 하면 ‘네가 당연히 뺑소니범이지, 조정석이 경찰이지?’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니까 오히려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우리 캐스팅이 신선하구나, 색다르구나 싶었다. 세 명의 조합이 신선하다고 계속 얘기를 하더라. 처음에는 못 느꼈는데 계속 듣다 보니 거의 주입식이 된 것 같다. 하하. 계속 이쪽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작품들이 오고 가는 와중에 네 작품과 내 작품이 있고, 네 역할과 내 역할이 있는 게 분명해지더라. 그래서 그런지 바꿔해 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가장 힘들었던 촬영이나 다시 찍고 싶은 장면이 있다면. 
“기회가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찍고 싶다. 그건 모든 배우의 마음일 거다. 사실 힘들었던 것은 없었다. 덥고 추웠던 것 밖에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하나 꼽자면 운전을 하면서 연기하는 게 특이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민재는 운전하는 장면이 짧은데 임팩트도 강하게 보여줘야 하고 재철보다 운전을 잘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이미 재철은 차 안에서 많은 것을 했더라. 하하. 나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는데 굉장히 익숙한 것처럼, 차가 부서지고 난리가 나도 아무 일 없이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착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쉽지가 않더라. 미묘하게 표정이 바뀌는 거다. 그래도 다행히 감독님이 표정 없는 장면들을 많이 써주셨고 원하는 감정들이 묻어난 것 같다. 관객들이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다.”

-올해 세 편으로 관객과 만난다. ‘뺑반’을 시작으로 ‘돈’, ‘전투’까지 류준열이라는 이름에 얹어지는 무게감이 클 것 같은데. 
“책임이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한다. 책임을 많이 못 지고 있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물론 필요한 단어고 중요한 단어이긴 한데 그 단어 자체가 무겁더라. 몫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자주 쓰려고 한다. 영화 작업을 하다 보면 수백 명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자기가 맡은 역할과 자기가 맡은 몫을 한다. 그것을 잘 하면 훌륭한 결과가 나오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삐거덕거리는 것 같다. 나는 내게 주어진 몫, 딱 그만큼만 하고 싶다. 그것을 다 채우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딱 그만큼만 하고 싶다. 그걸 넘어가는 것도 내 분수와 몫에 안 맞는 것 같다. 그것보다 덜 하는 것은 당연히 안 되는 거고 딱 그 정도의 몫을 하고 싶어서 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류준열이 자신만의 매력 포인트를 꼽았다. /쇼박스 제공
류준열이 자신만의 매력 포인트를 꼽았다. /쇼박스 제공

-류준열이 가장 잘하는 건 뭔가.
“내가 내 입으로 말해야 하는 건가? 하하. 잘 하는 거라. 참을성 좋은 것 같다. 환경의 변화에 크게 요동치지 않는 것 같다. 여기저기 적응을 잘 하는 사람인 것 같다. 추우면 추운가 보다, 더우면 더운가 보다 한다. 추운데 ‘추워 추워’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겨울이니까 추운 건데 춥다고 계속 얘기하면 입이 너무 아프더라. 하하. 영화 안에서도 그렇고 평소 생활할 때도 그런가 보다 하는 편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런 태도로 살고 있다.”

-관객들도 그렇고, 영화 관계자도 그렇고 류준열을 향한 기대치와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람들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강점이 무엇인가.  
“관객들의 반응을 판단하기는 어렵고 개인적으로 보자면, 같이 일하고 작업하면서 나를 알고 친해진 분들과 계속해서 편하게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 그래서 좋은 얘기를 들었든, 나쁜 얘기를 들었든 ‘그런 애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본인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더라. 예상과는 다른 모습들과 오래 지냈을 때 시너지, 같이 보낸 시간의 추억들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나도 개인적으로 좋았고 그런 점이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다작을 하고 있는데, 이미지 소비에 대한 걱정은 없나.
“아직까지는 새롭게 봐주시는 것 같다. 물론 고민할 순간이 오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재밌는 거 계속하고, 하면서 신이 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런 고민들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곧 나올 ‘돈’이라는 영화와 ‘트래블러’라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만나보시고 그때 질리시면, 말해 달라. 그때 또 고민을 해보겠다. (웃음)”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많이 채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작품들이야 이미 에너지를 썼고 내가 받은 영감들로 잘 만든 작품이 돼서 관객들한테 보여드려야 하는 거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다. 다음 것을 위해서 올 한 해는 채워나가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그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은 한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 중이다. 지금 영화 홍보 끝나고, 다음 영화 홍보도 끝나면 본격적으로 채워나갈 계획이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그동안 준비했다고 보여드릴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