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이 역대 최대 규모의 연봉 삭감이라는 불명예기록을 남기게 됐다. /뉴시스
윤석민이 역대 최대 규모의 연봉 삭감이라는 불명예기록을 남기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야구는 긴 휴식기를 보내고 있지만, 야구 관련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 개편, 외국인 선수 영입, FA계약, 연봉계약 등 비시즌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는 ‘대박’ 계약에 웃고, 누군가는 뜻대로 일이 진척되지 않아 씁쓸한 겨울. 기아 타이거즈 투수 윤석민은 후자에 해당한다. 한때 국가대표 우완 에이스로 위상을 높였던 그는 이번 겨울 불명예 기록을 하나 남기고 말았다.

윤석민이 올 시즌 도장을 찍은 연봉계약은 2억원.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윤석민은 지난해 12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바 있다. 불과 1년 만에 10억5,000만원이 삭감된 것이다. 이는 역대 최대 삭감에 해당한다. 앞서 이 부문 기록을 갖고 있던 건 장원삼의 5억5,000만원이었다. 삭감률로 따져도 84%로 역대 2위다. 1위는 박명환의 90%로 남아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에이스로 주목을 받은 윤석민은 2005년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첫 시즌부터 53경기에 나서 비교적 준수한 모습을 보여준 그는 당시 암흑기를 보내고 있던 기아 타이거즈의 한줄기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2011년. 당시 윤석민은 17승 5패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투수부문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 시즌에 무려 3번의 완투승을 거둔 것도 당시 윤석민의 활약을 증명하는 지표다.

2011년 정점에 오른 뒤 다소 하락세를 보이던 윤석민은 2014년 FA자격을 얻어 미국 진출을 추진했고,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윤석민의 미국 생활은 성공하지 못했다. 단 한 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에서도 부진한 모습만 보였다. 결국 그는 2015년 친정팀인 기아 타이거즈로 돌아왔다.

기아 타이거즈는 돌아온 에이스를 극진히 환대했다. 당시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4년 총액 90억원의 계약을 안겨준 것. 여기엔 팀이 어렵던 시절 에이스로 활약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도 담겨있었다. 그러나 이 대박 계약은 윤석민에게 두고두고 꼬리표로 남게 된다.

돌아온 윤석민에게 맡겨진 임무는 마무리. 하지만 팬들은 90억원이나 들인 선수를 마무리로 쓰는 것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윤석민은 30세이브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90억원이란 꼬리표로 인해 평가는 엇갈렸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16년 선발로 전환한 그는 연이은 부상으로 1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1경기 출전에 7,800여만원, 공 하나에 240여만원을 받은 것이다. 뿐만 아니다. 2017년엔 수술 등의 여파로 아예 단 한 경기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기아 타이거즈가 모처럼 우승을 차지한 해지만, 윤석민은 어떠한 기여도 하지 못한 채 웃을 수 없었다.

2018년 6월에 이르러서야 다시 경기에 출전한 윤석민은 뚝 떨어진 구속 등으로 아쉬운 모습이었다. 결국 선발투수 자리에서 내쳐진 그는 불펜에서 경기 출전을 이어갔다. 그렇게 그는 28경기 무승 8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6.75의 실망스런 결과를 남긴 채 FA계약 4년차를 마쳤다.

2015년을 제외하면 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한 적도 없는 윤석민. 당연히 그에겐 또 한 번의 FA권리가 주어지지 않았고, 기아 타이거즈는 단호했다.

우완 에이스 선발투수. 윤석민이 가장 빛났던 모습이자, 팬들이 가장 그리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윤석민은 지난 3년의 아쉬움을 딛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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