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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기묘한 가족] 112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이야
2019. 02. 0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이 베일을 벗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이 베일을 벗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영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이 베일을 벗었다. 좀비의 존재를 모르는 농촌 마을에 불시착한 좀비, 그리고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기묘한 가족들 등 신선한 설정으로 기존 좀비 영화와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펼친다. ‘기묘한 가족’의 색다른 시도는 성공할까, 실패할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골에 ‘기묘한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앞에 금쪽같은 좀비가 나타났답니다.”

망해버린 주유소의 트러블메이커 가장 만덕(박인환 분)은 우연히 만난 좀비를 집안에 들인다. 여타 좀비와 달리 반반한 외모, 말귀 알아듣는 쫑비(정가람 분)를 보며 저마다의 속셈으로 패밀리 비즈니스를 꿈꾸는 가족.

리더인 맏며느리 남주(엄지원 분)를 중심으로 행동대장 장남 준걸(정재영 분)과 브레인 차남 민걸(김남길 분), 에너지 담당 막내 해걸(이수경 분)에 물리면 죽기는커녕 더 젊어지는 좀비 쫑비까지! 이들의 기막힌 비즈니스는 조용했던 동네를 별안간 혈기 왕성한 마을로 만들어버리는데…

‘기묘한 가족’에서 쫑비 역을 소화한 정가람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기묘한 가족’에서 쫑비 역을 소화한 정가람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신선한 설정 ‘UP’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다. 좀비 개념 자체를 모르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말귀를 알아듣는 좀비가 불시착한다는 설정으로 기존 좀비 영화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시도는 좋았다. 농촌과 좀비의 만남은 신선함 그 자체다. 좀비라는 독특한 소재와 느린 말투가 특징인 충청도의 아이러니한 조합은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물리면 죽는 줄만 알았던 무서운 좀비가 마을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양배추에 케첩을 뿌려먹는 모습도 다른 좀비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 좀비에 대처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좀비에 물리지 않기 위해 머리에는 냄비를 뒤집어쓰고 목도리와 두꺼운 패딩으로 온몸을 감싸는 등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좀비에게 물리지 않는 다른 영화들보다 현실적인 대처법이 눈길을 끈다. 결말도 신선하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좀비 영화를 보며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재기 발랄한 역발상 엔딩이 펼쳐진다.

‘기묘한 가족’에서 호연을 펼친 정재영(위)과 (왼쪽부터) 김남길·박인환·이수경·엄지원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기묘한 가족’에서 호연을 펼친 정재영(위)과 (왼쪽부터) 김남길·박인환·이수경·엄지원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들도 제 몫을 해낸다.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김씨 표류기’·‘웰컴 투 동막골’ 등 코믹 장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던 정재영은 ‘기묘한 가족’에서 우유부단한 주유소집 첫째 아들 준걸 역을 맡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몸 개그로 코믹 내공을 불태운다. 둘째 아들 민걸로 분한 김남길과 맏며느리 남주를 연기한 엄지원의 연기 변신도 반갑다. 망가짐도 불사한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시선을 끈다. 막내 해걸 역을 맡은 이수경과 좀비 쫑비로 분한 정가람도 제 몫을 해내고,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에 있는 삼남매 아버지 만덕을 연기한 박인환은 55년 연기 내공을 제대로 발휘한다.

▼ 터지지 않는 웃음 ‘DOWN’

좀비 코미디를 표방한 ‘기묘한 가족’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코믹한 상황과 대사들이 영화 초반부터 펼쳐진다. 그러나 관객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소소한 웃음을 터트리지만, ‘빵’ 터지는 재미는 없다.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설정이 실소를 유발할 뿐이다.

‘기묘한 가족’은 신선한 소재와 색다른 설정으로 차별화를 꾀했지만, ‘신선함’에 지나치게 집중한 탓에 공감도, 웃음도 주지 못한다. 반전 결말에 도달하기까지 지루한 전개가 펼쳐진다. 일반 관객뿐 아니라 좀비 영화 마니아라도 ‘기묘한 가족’은 소화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11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참 더디게도 흐른다.

‘기묘한 가족’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이수경·엄지원·정재영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기묘한 가족’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왼쪽부터)이수경·엄지원·정재영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총평

지금껏 본 적 없는 좀비 영화임은 분명하다. ‘좀비라는 존재 자체를 모르는 깊은 시골 마을에 갑자기 좀비가 나타났다’는 참신한 설정과 예상을 뒤엎는 결말은 신선함 그 자체다. 망가짐도 불사하며 열정을 불태운 배우들의 호연도 ‘기묘한 가족’의 미덕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미디 영화치고 웃음 타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색다르게 구현된 좀비는 공포감도, 긴장감도, 웃음도 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오는 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