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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정재영, 좀비 마니아의 이유 있는 선택… ‘기묘한 가족’
2019. 02. 07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정재영이 영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우 정재영이 영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정재영이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을 통해서다. ‘좀비 마니아’를 자처한 정재영은 코믹과 좀비물을 신선하게 엮어낸 ‘기묘한 가족’을 향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은 조용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영화다. 정재영을 필두로 김남길·엄지원·이수경·정가람·박인환까지 세대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좀비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는 ‘기묘한 가족’은 좀비 개념 자체를 모르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말귀를 알아듣는 좀비가 불시착한다는 설정으로 기존 좀비 영화들과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한다.

정재영은 ‘기묘한 가족’에서 우유부단한 주유소집 첫째 아들 준걸 역을 맡았다. 아내 남주(엄지원 분)의 눈치를 보느라 바쁜 소심한 가장이지만, 가족의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인물이다.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2015)·‘김씨 표류기’(2009)·‘웰컴 투 동막골’(2005) 등 코믹 장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보였던 그는 ‘기묘한 가족’에서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몸 개그로 코믹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 웃음을 유발한다.

정재영이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 주유소집 첫째 아들 준걸 역을 맡았다. 해당 영화 스틸컷.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재영이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 주유소집 첫째 아들 준걸 역을 맡았다. 해당 영화 스틸컷.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재영의 스크린 나들이는 오랜만이다. 상업영화로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이후 4년만이고,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이후로는 2년만이다. 그사이 드라마 ‘듀얼’(2017)과 ‘검범남녀’(2018)로 시청자와 만났다. 특히 ‘검범남녀’에서 법의관 백범 역을 연기해 호평을 받은 그는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월화 미니시리즈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해 이목을 끌었다. 또 ‘검범남녀’가 시즌2 제작을 확정,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정재영은 상업영화 복귀작으로 ‘기묘한 가족’을 택한 것에 대해 “좀비와 코미디의 만남이 신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의 모든 좀비 영화를 섭렵했다는 그는 다수의 좀비 영화 중에서도 ‘기묘한 가족’이 가장 색다르다고 단언했다.

정재영이 좀비 마니아를 자처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재영이 좀비 마니아를 자처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좀비 마니아로 알려졌다. ‘기묘한 가족’은 독특한 좀비물이었는데.
“좀비물을 많이 봤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신선했다. 좀비의 유형도 그랬다. 정가람이 연기한 쫑비는 ‘웜바디스’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덜 인간화된 좀비다. 아버지가 물린 후에는 회춘이라는 새로운 설정이 더해진다. 또 그것이 좀비들을 삽시간에 퍼지게 만드는데 이용된다.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좀비에 대해 무지하지 않나. (사람들이) 의심 없이 믿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 결국 좀비라는 것은 인간의 욕심이나 욕망을 통해 파생된 존재다. 그런 면들이 재밌게 잘 담겨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좀비물에 관심이 없거나 정보가 없다면 낯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좋아하던 좀비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찍은 소감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내가 좀비를 하면 재밌겠다, 잘 할 수 있겠다’ 했는데 좀비 분장을 하고 촬영하는 걸 보니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더라. 보는 거랑 찍는 거랑 완전히 다르다. (정)가람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특수 분장도 해야 하고 렌즈도 껴야 한다. 좀비 렌즈는 일반 렌즈와 다르다. 두꺼워서 끼면 잘 안 보이고 아프다. 그걸 끼고 하루 종일 있어야 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돈을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하. 후반부에 나오는 (좀비 역) 배우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1월에 촬영을 했는데, 좀비 특성상 옷을 껴입을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정말 추웠을 거다. 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는데, 다 얼어서 녹이고 또 촬영하고 했던 기억이 난다.”

-준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충청도 사투리다. 처음 해봤다. 사투리는 아무리 열심히 하고 노력해도 외국어 같다. 영어를 아무리 오랫동안 공부해도 원어민이 들으면 바로 알지 않나. 그것과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충청도 사람이 들으면 딱 알 거다. 그냥 넘어가 주시는 거다. 최대한 넘어갈 수 있는 정도까지 가려고 노력했다. 충청도 출신 아닌 분들은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그 부분에 주안점을 뒀는데 사투리 연기는 항상 아쉽다.”

정재영이 상업영화 복귀작으로 ‘기묘한 가족’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재영이 상업영화 복귀작으로 ‘기묘한 가족’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코미디 호흡은 어땠나.
“코미디물이라는 이유로 어떤 대사나 장면들을 코믹하게 일부러 더 첨가해서 하지 않으려고 했다. 과장되게 해서 웃겨야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웃기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했을 때 (관객들이) 웃으면 다행이고, 안 웃어도 그만이다. 안 웃으면 ‘난 웃기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변명을 하면 되는데, 누가 봐도 웃기려고 했는데 안 웃으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나는 웃길 의도가 없었다, 그 상황을 캐릭터를 통해 온전하게 전달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빠져나올 구멍을 만들어놓는다.”

-정가람이 좀비 캐릭터인 쫑비 역을 소화했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는데, 신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호연을 펼쳤다. 
“맞다. 좀비 영화는 많지만 좀비가 메인이 되는 영화들은 거의 없다. 정가람은 완전한 좀비인지, 의인화된 건지 어느 정도 인간성이 남아있는 건지 구체적인 캐릭터 설명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을 거다. 캐릭터가 있는 일반인을 연기하는 것도 힘든데, 있지도 않은 좀비를 해야 하니까.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뭐하고 가만히 있기도 뭐하고, 진짜 힘들었을 것 같다. 기특한 것은 (정가람이) 정말 긍정적이라는 거다. 항상 웃고, 힘든 티 한 번도 안 냈다. 건강한 청년이다. 속은 옛날 스타일이다. 조숙하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들하고 오랫동안 얘기하는 걸 안 좋아하지 않나. 그런데 정가람은 ‘제발 가자’고 할 정도로 얘기를 많이 했다. 재밌는 친구다.”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다. 후배들이 편안하게 잘 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잘 해준 것 같은데.
“후배들이 착한 거다. 잘 받아준다. 사실 부담스럽지 않나. 아무리 친근감 있게 한다고 해도 받아주는 사람이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는 거다. 그 부분을 착각하면 안 된다. ‘내가 유머러스해서 애들이 나랑 있는 거 좋아하잖아’라며 착각하는 눈치 없는 선배가 되면 안 된다. 나는 그걸 잘 알고 있다.”

-양세종이나 류덕환 등 후배 배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정재영을 자주 언급한다. 흔히 말하는 ‘꼰대’는 아닌 것 같다. (정재영은 양세종과 OCN 드라마 ‘듀얼’, 류덕환과 2005년 개봉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호흡을 맞췄다.)
“아니면 걔네가 아는 선배들이 없거나. 하하. (양)세종은 나랑 같이 작품 한 지 얼마 안 됐고, 촬영 내내 붙어있었으니까. 안 그래도 오랜만에 문자가 왔더라. 아무래도 술을 마신 게 아닌가 싶다. 할 때마다 쓸데없이 장문의 글을 보낸다.(웃음)”

정재영이 후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재영이 후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무게감을 내려놓고 다가가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무게감 있을 때는 장난이 아니다. 지하 100m 이상 내려간다. 하지만 그럴 때는 거의 없다.  무게감은 무게를 잡는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억압이다. 특히 배우 일을 하면서 제일 먼저 깨야 하는 게 그런 부분(위계질서)인 것 같다.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같이 연기하기도 부담스럽지 않겠나. 나도 부담스럽고 상대 배우도 마찬가지다. 연기는 세대와 상관없이 상대 배우로 만나야 하는 거다. 저 친구가 편안해야 나도 편한 거다. 나 혼자만 편해봤자 의미가 없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확실했다. 특히 연극영화과가 이상하게 심했다. 군대와 비슷한 문화가 있었을 때가 있었다. 나는 정말 이해가 안 가는 것 중 하나였다. 가장 없어야 할 곳에서 그런 문화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냥 해왔던 거니까 그렇게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개인 활동보다 단체로 작업하는 일들을 많이 하다 보니 조직의 그런 문화가 강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 요구하는 사람도 없다. 아주 잘 된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젊은 배우들은 구김살이 없다. 위축되지도 않는다. 너무 좋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기묘한 가족’만의 매력을 꼽자면.
“신선함은 무조건 인정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한 거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좀비물이 코미디 영화로는 많지 않다. 할리우드에서 B급 코미디 좀비물을 만들지만, 그분들도 조심스러워하는 게 좀비물이다. 좀비 자체가 허구고, 그걸 또 한 번 비틀어야 한다. 좀비물이 대중적으로 정착이 된 다음에 할 수 있는 거다. 예전에는 (좀비 영화를)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기묘한 가족’이 영화화하기까지 오래 걸린 것 같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좀비가 대중적이 됐으니 그래서 (이민재 감독이) 시작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만큼 신선하다. 해외 반응도 궁금하다. ‘어떻게 저런 설정을?’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