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번째 우승의 주역이었던 김세현. 하지만 그 이후 그의 행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1번째 우승의 주역이었던 김세현. 하지만 그 이후 그의 행보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2017년 7월 31일. 눈길을 끄는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소속의 김세현-유재신과 기아 타이거즈 소속의 손동욱-이승호의 2대2 트레이드다.

당시 이름값만 놓고 보면 김세현-유재신의 무게감이 훨씬 컸다. 늘 아쉬움을 컸던 김세현은 2016년 36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르며 리그 최고 마무리투수로 등극한 상태였다. 2017년의 성적이 2016년에 비해 다소 아쉬웠지만, 검증된 자원임은 분명했다. 주로 대주자로 활약하며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해온 유재신 역시 작전수행능력 만큼은 남부럽지 않았다.

반면 손동욱-이승호는 낯선 이름이었다. 2013년 1라운드 지명을 받고 기아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손동욱은 첫해 13경기에 출전해 12.3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이승호 역시 이제 갓 프로구단에 입단한 유망주에 불과했다. 손동욱과 마찬가지로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 검증된 자원은 아니었다.

즉시전력감과 미래유망주의 트레이드. 미국에서야 흔한 일이지만, 국내에선 익숙하지 않은 사례였다. 트레이드에 임하는 두 팀의 자세가 달랐던 만큼 손익계산을 둘러싼 말들이 분분했다.

이러한 트레이드는 두 팀의 상황이 성사시켰다. 당시 기아 타이거즈는 좋은 성적을 이어가며 우승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불펜에 아쉬움이 있었다. 모처럼 찾아온 우승의 기회를 잡기 위해선 전력 보강이 필요했다. 김세현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택지였다. 유재신 역시 결정적인 순간 1점을 만들어줄 수 있는 선수였다. 두 선수 모두 우승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였다.

반면, 키움 히어로즈는 당시 가을야구 진출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우승을 노릴 전력은 아니었다. 대신 미래를 책임질 투수들이 필요했다. 전력강화의 기조를 투수 쪽으로 옮겨둔 상태였다. 더 이상 성장가능성이 없는 선수보단 긁지 않은 카드를 원했다. 더욱이 손동욱과 이승호는 모두 좌완투수였다.

먼저 웃은 것은 기아 타이거즈. 기아 타이거즈는 김세현의 활약 속에 기대했던 우승에 성공했다. 유재신 역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반면, 키움 히어로즈로 향한 두 선수는 잠잠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김세현은 지난 시즌 40경기에 출전해 4세이브, 평균자책점 6.75에 그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유재신은 46경기에서 타율 0.424에 생애 첫 홈런까지 기록하며 나름 활약했으나, 백업멤버로서의 한계는 분명했다. 문제는 다가오는 시즌이다. 김세현은 몸상태에 문제를 보이며 스프링캠프를 일찌감치 접었다. 2군 캠프에도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않다. 임창용까지 내보낸 기아 타이거즈는 당장 다음 시즌 마무리 자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반면, 키움 히어로즈의 손동욱과 이승호는 여전히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승호는 지난 시즌 32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하는 등 기대감을 갖게 했다. 어린 나이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가오는 시즌, 잠재적 선발 후보로 거론되는 등 수년 내에 키움 히어로즈의 핵심 자원이 될 전망이다.

기아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트레이드의 승자는 지금까지 기아 타이거즈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김세현의 재기여부, 손동욱과 이승호의 성장 여부에 따라 두 팀의 손익계산서가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다.

기아 타이거즈에게 김세현은 어떤 존재로 남게 될까. 열한 번째 우승을 도운 공신으로 기억될까, 아니면 소중한 미래 자원 대신 영입돼 반짝하고 사라진 이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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