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시대 이후 감독들의 무덤이 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솔샤르 감독대행이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AP
퍼거슨 시대 이후 감독들의 무덤이 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솔샤르 감독대행이 깜짝 활약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27년 장기집권 동안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우뚝 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영광을 안겨준 퍼거슨 감독이 2012-13시즌을 끝으로 물러난 이후, 맨유의 최대 과제는 그의 후계자를 찾는 일이었다.

하지만 구단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감독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선택된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실망만 남긴 채 한 시즌도 버티지 못했다. 뒤이어 명망 높은 루이스 반할 감독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맨유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다시 선택된 인물은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였다. 첼시를 이끌던 시절, 퍼거슨 감독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인물이다. 화려한 경력과 특유의 카리스마 등 퍼거슨 감독의 후계자로 최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무리뉴도 실패였다. 2016-17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준우승 등 이전 감독에 비해 준수한 성과를 냈지만, 맨유에 걸맞은 수준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무리뉴 감독은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논란과 잡음을 일으켰고, 이는 2018-19시즌 성적부진으로 이어지며 무리뉴 감독을 떠나게 만들었다.

이처럼 퍼거슨 감독이 떠난 이후 6시즌 동안 3명의 감독을 갈아치운 맨유. 시즌 도중 무리뉴를 경질한 상황에서 뚜렷한 대안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인물은 팀의 레전드 올레 군라르 솔샤르였다. 솔샤르는 감독으로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이 없는 ‘초보’였다. 그에겐 그저 팀 선배로서 선수들을 잘 다독여 시즌을 마무리하는 역할이 주어진 듯했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다. 솔샤르 감독대행 체제의 맨유는 180도 달라진 경기력과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답답했던 경기력은 과거의 짜릿함을 되찾았고, 대승을 이어가며 모처럼 좋은 결과를 냈다.

그렇게 1승씩 쌓아가던 솔샤르의 맨유는 무려 8연승을 내달렸다. 초반엔 대진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평가절하도 있었지만, 토트넘·아스널·레스터 등 까다로운 상대들도 제압하며 이를 불식시켰다.

솔샤르 감독대행의 부임 후 8연승은 맨유 역사상 최대 성과였다. 기존엔 레전드 감독 맷 버스비의 4연승이 기록이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정식 감독이 아닌 감독대행이 뜻밖의 이정표를 남긴 셈이다. 솔샤르 감독대행은 8연승에 이어 10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솔샤르는 1월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맨유 감독이 이 상을 수상한 것은 퍼거슨 이후 7년 만이다. 이 역시 솔샤르 감독대행의 성공적인 행보를 상징한다.

심사숙고 끝에 지휘봉을 맡긴 감독들은 모두 실패했다. 그런데 임시방편으로 지휘봉을 맡긴 감독대행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맨유는 이렇게 퍼거슨의 후계자를 찾게 된 것일까. 축구, 참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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