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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사바하] 장재현 감독의 피땀눈물
2019. 02. 1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장재현 감독이 영화 ‘사바하’로 돌아왔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재현 감독이 영화 ‘사바하’로 돌아왔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피를 토하고 뼈를 깎으면서 찍었다.” 장재현 감독이 눈물을 흘렸다. 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열정을 쏟아 완성한 ‘사바하’를 세상에 내놓고 터져버린 뜨거운 눈물이다. 그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담긴 ‘사바하’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사람들은 말했다. 그때, 그냥, 그것이 죽었어야 한다고…

한 시골 마을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난다. 온전치 못한 다리로 태어난 금화(이재인 분)와 모두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던 언니 그것. 하지만 그들은 올해로 16살이 됐다.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이정재 분)는 사슴동산이라는 새로운 종교 단체를 조사 중이다.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이 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쫓던 경찰과 우연히 사슴동산에서 마주친 박목사는 이번 건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 전 터널 사건의 용의자는 자살하고,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실체를 알 수 없는 정비공 나한(박정민 분)과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동생 금화의 존재까지 사슴동산에 대해 파고들수록 박목사는 점점 더 많은 미스터리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이 태어나고 모든 사건이 시작됐다.

‘사바하’에서 박목사로 분한 이정재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바하’에서 박목사로 분한 이정재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추리적 재미 ‘UP’

‘사바하’는 신흥 종교 집단을 쫓던 박목사가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게 되며 시작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2015년 영화 ‘검은 사제들’로 구마 사제라는 신선한 소재를 새로운 장르로 변주하며 544만 관객을 사로잡은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검은 사제들’이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면, ‘사바하’는 서사 자체가 주인공인 영화다.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를 통해 사슴동산이라는 가상의 신흥 종교를 소재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가짜를 추적하는 박목사, 여중생의 사체가 발견된 영월 터널 사건을 쫓는 경찰, 사건 용의자의 주변을 맴돌던 미스터리한 인물 나한, 그리고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동생 금화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점층적으로 미스터리를 쌓아가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접점을 찾고,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을 박목사의 시선으로 담아내며 추리의 재미를 더한다.

독특한 미장센을 완성한 ‘사바하’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독특한 미장센을 완성한 ‘사바하’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검은 사제들’ 만큼은 아니지만 공포 요소도 빠지지 않는다. 불교와 기독교, 무속신앙 등 종교적 색채에 오컬트(초자연적 현상) 요소를 녹여내 ‘사바하’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폐쇄적이고 음산한 금화의 집, 짙은 안개와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을, 벽면을 가득 채운 탱화 등 독특한 미장센과 검은 염소의 울음소리, 짖어대는 개, 사람도 짐승도 아닌 듯 한 그것의 울음소리 등 강렬한 사운드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쌍둥이 언니 그것과 나한의 악몽 속 등장하는 환영은 섬뜩한 비주얼로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오랜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온 이정재는 ‘신과함께’ 시리즈 속 염라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는 활약을 펼친다. 신흥 종교 집단을 쫓다 의문의 인물과 사건들을 마주하며 혼란에 빠지는 박목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박정민과 진선규도 제 몫을 해낸다. 미스터리한 정비공 나한을 연기한 박정민은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미스터리하고 다크한 연기를 펼친다. 해안스님으로 분한 진선규는 이정재와 의외의 ‘코믹 케미’를 발산하며 타이트한 긴장감 속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사바하’에서 나한을 연기한 박정민(위)와 금화 역을 소화한 이재인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바하’에서 나한을 연기한 박정민(위)와 금화 역을 소화한 이재인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예 배우 이재인은 그것과 그것의 쌍둥이 동생 금화까지 1인2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신인답지 않은 섬세한 표정과 눈빛 연기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복합적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다. 형사 역을 맡은 정진영과 사슴동산에 잠입한 전도사 요셉을 연기한 이다윗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힘을 보탠다.

▼ 호불호 갈릴 결말 ‘DOWN’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를 연출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팽팽하게 이어지던 긴장감은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진다. 반전이 공개되고 결말에 다다르기까지의 전개도 다소 맥없이 그려져 아쉬움이 남는다. 오컬트적 요소보다 서사에 집중한 탓에 ‘검은 사제들’을 뛰어넘는 섬뜩한 공포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겠다.

◇ 총평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를 두고 “오컬트 영화보다 종교적 색채가 진한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소개했다.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을 뛰어넘는 공포감은 없지만, 탄탄한 서사로 러닝타임을 끌고 가는 작품이다. 곳곳에 오컬트적 요소를 배치해 장르적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스토리만으로도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힘을 지녔다. 배우들은 자신이 해야 할 몫을 정확히 해냈고, 장재현 감독은 세련된 연출력으로 ‘사바하’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완성해냈다. 러닝타임 122분, 오는 2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