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하지만 18일 전당대회 일정 차 대구를 찾은 한국당은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은 분위기다. 사진은 이날 대구 엑스코 엑스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대구 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자인 김진태(왼쪽부터), 오세훈, 황교안 후보자가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뉴시스
자유한국당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창이다. 하지만 18일 전당대회 일정 차 대구를 찾은 한국당은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은 분위기다. 사진은 이날 대구 엑스코 엑스코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대구 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자인 김진태(왼쪽부터), 오세훈, 황교안 후보자가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대구=최영훈 기자]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제3차 전당대회’가 대구에서 열렸지만, ‘보수의 심장’ 대구는 되레 차가웠다. 한국당의 전당대회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관심이 의외로 무덤덤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18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이하 합동연설회)를 가졌다.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각 후보들은 지지를 호소했고, 지지자들도 ‘화려한 응원’으로 화답했다. 합동연설회가 열린 엑스코 일대도 각 후보 지지자들의 응원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엑스코 일대 교통이 한순간에 마비될 정도였다.

이날 응원전에는 빨간·파란·하얀색 응원용 막대 풍선과 각 후보 사진이 붙은 피켓과 풍선인형 등이 등장해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지지자들의 응원 목소리도 끊이지 않아 사회자가 제지를 가할 정도다.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과 지지자, 당원들이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또 이들은 한데 어우러져 한국당의 총선 승리를 희망했다. 그야말로 합동연설회는 한국당의 축제인 셈이다.

18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40여년째 채소를 판매하는 한 80대 노점상인은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인들을 보면 국민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듯 욕심 챙기기 바빠 보인다. 더 이상 여기는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사진=시사위크
18일, 대구 칠성시장에서 40여년째 채소를 판매하는 한 80대 노점상인은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정치인들을 보면 국민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욕심 챙기기 바빠 보인다. 더 이상 여기는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사진=시사위크

◇ ‘한국당 축제’에 침묵한 대구

하지만 이날 한국당의 축제가 열린 엑스코와 달리 대구 시내는 조용했다. <시사위크>가 이날 합동연설회에 앞서 대구 일대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치인에게 실망했다”고 한숨부터 내뱉었다. 30여년 째 택시기사를 한다는 한 대구 시민은 “정치인에게 실망해 뉴스에 관심을 끊었다”면서 “한국당이 전당대회를 치르는지 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엑스코 인근에서 만난 또 다른 50대 대구 시민도 기자에게 엑스코 인근이 시끌벅적한 이유를 들은 뒤 “요새는 정치 쪽 뉴스는 보지 않는다. 보기조차 싫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해외로 나갈 여건만 되면 이것도 저것도 다 보기 싫어서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전통시장 상인조차 한국당의 축제인 전당대회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당에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이날 <시사위크>가 대구 3대 전통시장 중 한 곳인 칠성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 목소리로 “정치에 실망했다”고 한탄했다.

칠성시장에서 10여년 째 잡화점을 운영하는 40대 상인은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한국당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사진은 칠성시장 내부 모습. / 사진=시사위크
칠성시장에서 10여년 째 잡화점을 운영하는 40대 상인은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한국당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사진은 칠성시장 내부 모습. / 사진=시사위크

칠성시장에서 10여년 째 잡화점을 운영하는 40대 상인은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한국당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날 합동연설회에 앞서 칠성시장을 찾은 황교안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황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70대 채소가게 상인도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 하는 건 모른다”고 말했다.

10여년 째 칠성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40대 상인도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서로 화합해야지 걸핏하면 친박(친박근혜계)니 비박(비박근혜계)니 싸우기만 한다”며 “지금도 싸우는 거 보면 (이제는 누구를 지지해야할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배박(배신한 친박)’ 논란이 일어난 데 대한 비판이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황교안·김진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연일 ‘박심(朴心)’ 사로잡기에 여념이 없다. 이를 두고 이 상인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고등어 한 마리 더 파는 것”이라며 “누가 대표를 하든 문재인 정부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하나로 뭉쳐야 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결국 이날 한국당 합동연설회는 후보와 지지자들만의 축제가 된 셈이다. 이를 두고 칠성시장에서 40여년째 채소를 판매하는 한 80대 노점상인은 “정치인들을 보면 국민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욕심 챙기기 바빠 보인다. 더 이상 여기는 안 왔으면 좋겠다”며 “와서 해준 것도 없는데 뭘 잘했다고 여기와서 악수하냐”고 일침을 가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