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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항거:유관순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열일곱 소녀, 유관순
2019. 02. 1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열일곱 소녀 유관순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를 통해서다. 해당 영화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열일곱 소녀 유관순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를 통해서다. 해당 영화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3평이 채 되지 않은 좁은 공간, 30여 명의 여성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걷는다. 발이 붓지 않기 위해서다. 화장실도 존재하지 않고 온기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열악한 환경, 피부를 찌르는 듯한 추운 날씨에도 단 한 벌의 옷으로 4계절을 버텨내야 한다.

의료시설도 없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최악의 공간. 그러나 이곳에서 독립을 향한, 작지만 위대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열일곱 소녀 유관순과 그와 함께 했던 여성들의 용기 있는 외침이 그 시작이다.

3.1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가 몰랐던 열일곱 소녀 유관순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감독 조민호)를 통해서다.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에서 시작된 만세운동 이후, 고향 충청남도 병천에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유관순이 서대문 감옥에 갇힌 후 1년여의 이야기를 담았다.

유관순 열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위인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낸 영화는 없었다.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독립운동가로서의 유관순 열사의 모습뿐 아니라 평범한 열일곱 소녀 유관순, 서대문 감옥 8호실 여성들과 연대하는 유관순의 모습을 스크린에 구현한다. 특히 독립운동 전개 과정이 아닌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후 사망까지의 1년을 담아내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역사를 새롭게 재조명, 의미를 더한다.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여성들과 연대하는 유관순의 모습을 담아낸다. 해당 영화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여성들과 연대하는 유관순의 모습을 담아낸다. 해당 영화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정직하게 전개된다.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은 교과서에서 접한 이야기지만 이후 서대문 감옥에서 옥살이를 시작한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연대는 낯선 이야기다. 1년 후인 1920년 3월 1일 만세운동 1주년을 기념하며 여옥사 8호실에서 만세운동이 시작됐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또 수원에서 30여 명의 기생을 데리고 시위를 주도했던 기생 김향화, 다방 직원이었던 이옥이,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다 아들을 잃고 만세운동을 시작한 만석모, 아이를 가진 수감인으로 갖은 고생 속에서도 아이를 키워낸 임명애 등 우리가 알고 있던 위인들만이 아닌 평범한 여성이었던 다양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그려내 눈길을 끈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끝까지 일제에 굴복하지 않고 항거한 그들의 외침은 100년 후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단순한 감동을 넘어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항거: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고아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항거:유관순 이야기’에서 유관순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고아성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조민호 감독은 흑백으로 담아낸 미장센을 통해 인물들의 표정과 마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유관순의 과거 회상 시절과 가족과의 장면은 컬러로, 옥중에서의 장면은 흑백으로 표현해 ‘항거:유관순 이야기’만의 절제된 미장센을 완성했다. 특히 흑백 화면은 화려한 색감을 덜어냄으로써 감정의 절제를 느끼게 한다. 이를 통해 유관순과 서대문 감옥 8호실 여성들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고아성은 진심을 다해 열연을 펼친다. 특히 고문으로 거의 먹지 못하게 된 유관순을 촬영할 당시 실제로 열흘을 금식하며 고통을 직접 느끼려고 하는 등 남다른 책임감과 열정으로 작품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관순으로 완전히 분한 그는 평범한 열일곱 소녀의 모습부터 슬프지만 당당함을 담고 있는 유관순의 뜨거운 눈빛까지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게 한다. 고아성의 진심을 담아 완성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는 오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