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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하우스 사태, 그 후③] 법원이 친환경인증 취소를 취소시킨 이유
2019. 02. 21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2017년 11월, 친환경인증(환경표지 인증) 취소 처분을 받은 유아용매트 업체 크림하우스는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면서도 줄곧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처분을 수용하고, 후속조치에 나설 법도 했지만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국가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더 큰 공신력을 지닐 수밖에 없었고, 크림하우스의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정확히 1년 3개월이 지나서야 행정소송의 결과가 나왔다. 친환경인증 취소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었다. 시간이 지나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크림하우스는 뒤늦게나마 억울함을 풀었다. 재판부는 왜 크림하우스의 손을 들어준 것인지, 인증취소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판결문을 들여다 본다.

법원은 산업환경기술원이 크림하우스 매트 제품에 대해 내린 친환경인증 취소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법원은 산업환경기술원이 크림하우스 매트 제품에 대해 내린 친환경인증 취소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피고가 2017년 11월 15일 원고에 대해 한 환경표지 인증취소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유아용매트 업체 크림하우스프렌즈(이하 크림하우스)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상대로 제기한 환경표지인증(이하 친환경인증)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크림하우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크림하우스는 정확히 1년 3개월 만에 친환경인증 취소의 억울함을 풀게 됐다.

◇ 법원에서 뒤집힌 친환경인증 취소

크림하우스는 2017년 7월 28일 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자사 유아용매트 제품 ‘스노우파레트 네이처’에 대해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인증기간은 2019년 7월 3일까지였다. 그런데 환경산업기술원은 약 석 달 뒤인 같은 해 10월 23일, 친환경인증 취소를 통보했다. 시중에 판매 중인 해당 제품에서 DMAc가 각각 157mg/kg, 243mg/kg 검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이 같은 DMAc 검출을 사용금지 원료를 사용한 근거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크림하우스 측은 원료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제품 생산 과정에서 PU원액을 배합하는 반응기를 세척한 뒤 남아있던 청소용제가 혼입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환경산업기술원은 이러한 이유에 따른 혼입 역시 관리부실에 의한 원료 사용으로 볼 수 있다며 친환경인증을 취소했다. 그러자 크림하우스 측은 인증 기준과 시험 방식 등에 문제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크림하우스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였다. 먼저, 앞서 언급한대로 반응기 세척 후 남은 청소용제가 혼입된 것을 원료 사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설령 원료 사용으로 본다 하더라도 DMAc의 질량분율을 합당하게 산정하면 인증기준에서 인정하는 ‘비의도적 혼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DMAc 검사방법을 별도로 규정해놓지 않은 환경산업기술원이 잘못된 검사방법으로 측정했고, 기준치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첫 번째 쟁점인 원료 사용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크림하우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척 후 남아있던 청소용제가 혼입된 것이라 해도 관리 부실에 의한 원료 사용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환경산업기술원의 판단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크림하우스 제품의 DMAc 검출량은 ‘비의도적 혼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크림하우스의 손을 들어주며 친환경인증 취소처분을 취소시킨 핵심 이유다. 왜 그런 것일까.

◇ 환경산업기술원, 엉뚱한 검사방식 적용했다

매트 제품에 대한 친환경인증 기준은 ‘EL327’이다. 이 인증기준은 크게 ‘환경관련 기준’과 ‘품질관련 기준’으로 나뉜다. 이 중 환경관련 기준은 원료취득, 제조, 유통·사용·소비, 폐기, 재활용 등 모든 과정에서의 환경성을 따진다.

앞서 언급했듯, 환경산업기술원이 크림하우스 매트 제품의 친환경인증을 취소한 이유는 ‘제조’ 단계에서 사용금지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EL327은 제조 단계에서의 사용금지 물질을 UN GHS(Global Harmonized System of classification and labelling of chemicals)의 ‘H코드’에 해당하는 물질로 정하고 있다. UN GHS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분류·표시 시스템이다.

다만, EL327은 일부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먼저, ‘유통·사용·소비’ 단계에서 별도로 제시된 특정 물질들은 기준치를 넘지 않을 경우 문제 삼지 않는다. 예를 들면, 제품 표면에 잔류된 DMF(다이메틸폼아마이드)는 10mg/kg 이하까지 허용되고, 제품 표면의 총 납 함량은 300mg/kg 이하까지 허용된다. ‘유통·사용·소비’ 단계에서 이 기준보다 적게 검출된 경우, 사용금지 원료의 사용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이외에도 예외규정이 있다. ‘개별원료 자체에 질량분율 0.01% 이하’로 포함된 경우 ‘비의도적 혼입’으로 간주한다. 아무리 엄격하게 생산관리를 해도 뜻하지 않게 극소량의 사용금지 원료가 혼입될 수 있고, 이에 따른 유해성이 현저히 낮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문제가 된 DMAc는 UN GHS H코드에 해당하며, EL327에서 별도로 제시하고 있는 기준치가 없다. 환경산업기술원은 크림하우스 제품에서 검출된 DMAc(157mg/kg, 243mg/kg)가 질량분율 0.01%를 넘으므로 ‘비의도적 혼입’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각각의 검출량을 질량분율로 환산하면 0.0157%와 0.0243%가 된다. DMAc가 ‘비의도적 혼입’ 기준치 이상 검출됐으므로, 사용금지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환경산업기술원은 해당 매트의 외피를 잘라 검사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는 ‘유통·사용·소비’ 단계에서 DMF 등 다른 물질을 검출하는 방식 및 기준에 해당한다. 반면 크림하우스 제품의 인증 취소 사유는 ‘제조’ 단계에서 사용금지 원료가 ‘비의도적 혼입’ 기준치 이상 혼입됐기 때문이었다. 전혀 다른 기준이 적용된 셈이다.

EL327은 특정 물질에 대한 검사방식을 규정하고 있기도 하지만, 제조 단계의 DMAc 혼입량을 판단하는 검사방식은 별도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환경산업기술원의 검사방식 및 기준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재판부는 환경산업기술원의 검사방식 및 기준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재판부는 환경산업기술원이 택한 검사방식 및 기준에 명시적 근거가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다고 봤다. 그보단 제조 과정에서 DMAc가 혼입된 PU원액 및 혼합PU원액을 기준으로 질량분율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비의도적 혼입’ 기준인 ‘개별원료 자체에 질량분율 0.01% 이하’에서 ‘개별원료 자체’가 의미하는 바를 PU원액 및 혼합PU원액으로 본 것이다.

즉, 환경산업기술원과 재판부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엇갈린 부분은 DMAc의 질량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분모’를 무엇으로 보느냐다. 재판부는 예외규정이 ‘제조’ 단계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해 실제 원재료에 사용금지 물질이 얼마나 혼입됐는지를 판단했다. 반면, 환경산업기술원은 이러한 고려 없이 ‘유통·사용·소비’ 단계에 해당하는 기준을 가져와 적용했다.

재판부가 합당하다고 판단한 기준을 기반으로 제조공정을 따져보면, 제품 원단에서 검출된 DMAc 함량은 실제 제조 단계에서 혼입된 DMAc의 약 3배를 의미하게 된다. 제조 과정에서 다른 물질은 기화되지만 DMAc는 기화되지 않으면서, 실제 혼입된 것보다 더 높은 질량분율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크림하우스 제품에서 검출된 DMAc(157mg/kg, 243mg/kg)를 ‘개별원료 자체에 포함된 질량분율’로 환산하면 0.00471%, 0.0081%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비의도적 혼입’ 기준인 0.01%에 미치지 않는 질량분율이므로 인증 기준에 부합한다.

결국 환경산업기술원은 명확한 검사방식을 마련해두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검사방식을 적용했다가 법원의 철퇴를 맞게 됐다. 그리고 이로 인한 피해는 크림하우스가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했다.

한편, 환경산업기술원은 이 같은 판결에 대해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