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가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오호석(전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총회장) 전 회장을 고문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픽사베이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가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오호석(전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총회장) 전 회장을 고문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가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오호석(전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총회장) 전 협회장을 고문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 협회장은 오 전 회장의 실형 선고에 따라 지난해 11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당시 김춘길 상임부회장이다. 김 회장은 오 전 회장과 대전지역에서 D영업소 공동대표를 지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오는 3월 4년 임기의 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계획이다.

오 회장 구속 후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의 재정비를 촉구해왔던 전 관계자들은 “다음 달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분들도 있지만 당선은커녕 후보 자격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협회가 여전히 과거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 유흥업중앙회, 머나먼 개혁... “기득권 챙기기만 몰두”

지난해 재판 중 회장이 법정구속 되면서 한 차례 곤욕을 치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이하 협회)가 내부 개혁보다는 기존 기득권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 회장은 단체 공금 2억8,7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6월 18일 재판 중 법정구속됐다. 이날 재판부의 구속결정은 검찰 측도 미리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 측은 당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오전에 재판 준비를 하면서 검토했지만 구속 여부는 알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 회장이 선고 전 구속되면서 사실상 법원에서 유죄로 판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법원은 같은해 8월 오 전 회장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씨는 계속 범행을 부인하다 뒤늦게나마 잘못을 깨닫고 중앙회 임원들도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범행 기간이 길고 횟수와 피해 금액이 많은 점, 실질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회원들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재판 내내 업무추진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면서 “이는 단체를 자신의 사조직으로 여겼다는 반증이다. 회장 업무에 더 이상 관여하지 못한다거나 그로 인해 재범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협회에서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열고 오 전 회장을 고문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 A씨는 “임원의 경우 실형을 선고받을 시 재취업을 할 수 없어 고문으로 추대했을 것”이라며 “오 전 회장의 동의를 받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부에서는 오 전 회장 출소 후 바로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 전 회장은 1심 선고 전 횡령액을 전액 납부했다. 이는 재판부에서도 인정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당시 협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오 회장이 반납한 횡령금에 협회 자금이 투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횡령금을 전액 납부하기에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 일부 차용해준 사실은 있다”면서도 “어디까지나 차용일 뿐이고, 협회 외에서도 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의 이 같은 ‘감싸주기’는 오 전 회장뿐만이 아니었다. 오 전 회장과 함께 같은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전 협회 부총장에 대한 복직 여부도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 협회 관계자 B씨는 “지난 18일 오후 대전지회 사무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전 부총장에 대한 복직 등을 논의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다만 외부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복직이 최종 결정되면 부총장이 아닌 다른 직함을 역임하는 것으로 대화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협회 측 “내부 규정상 문제될 것 없어”

다음 달 진행될 협회장 선거와 관련해서도 말들이 나오고 있다.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우선 협회 회원자격이 있어야 한다. 이후 후보 추천권이 있는 이사 12명 중 3분1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이사 추천을 받은 후보들은 대의원들의 투표를 거쳐 협회장에 당선된다. 현재 협회 대의원은 97명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춘길 회장 외에도 2명의 회원이 조심스럽게 출마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회장 외 회원의 경우 사실상 이사 추천을 받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다음달 선거 또한 김 회장의 단독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협회 전 관계자 C씨는 “현재 대의원의 15% 가량도 회원 자격에 시비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면서 “정관에 규정된 정년이 지난 임원 및 지회장(이사)들도 많다. 중앙회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년이 지난 사람들을 계속 안고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협회 측은 정관이나 내부 규정을 어긴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오 회장 고문 추대는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고, 고문료도 지급된 적도 없다”면서 “다만 협회에서 오랫동안 기여한 바가 있고, 전문성도 있는 만큼 협회 발전을 위해 자문을 받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논의가 나왔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년을 넘기고 계속 재직 중인 경우도 내부 규정에 따른 것으로, 이사회에서 필요에 따라 정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부총장의 복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임원의 경우 집행유예 이하의 형은 정황들을 고려해 복직을 할 수 있도록 돼있다. 더욱이 그분은 시키는 대로 하다가 그렇게 됐는데, 누구라도 윗사람을 거스르긴 어렵지 않겠는가”라며 “그런 점을 참작하자는 얘기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 당사자의 의사를 청취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선거 공고도 내려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누가 추천이 되고 안 되고 하는 것은 내부 규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추정일 뿐”이라며 “선거는 중앙회에서 개입할 수 없다. 내부 규정에 따라 후보자로 등록되면 누구라도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12일 식약처를 방문해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자체 조사를 촉구했다. 또한 19일에도 같은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식약처에 접수한 상태다. A씨에 따르면 식약처는 이달 말께 협회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A씨는 “지금까지 수차례 식약처에 조사를 촉구해왔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협회에 재직 중인 분들 중에도 말을 못할 뿐 내부 개혁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제라도 협회가 투명하게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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