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투를 폭로할 수밖에 없었던 심석희 선수를 바라보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체육계 폭력·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법 제도화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김경희 기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투를 폭로할 수밖에 없었던 심석희 선수를 바라보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체육계 폭력·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법 제도화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화가 났다. 체육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지켜보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 자신 또한 70년대 농구선수로 활약했지만 “지금 같은 성추행·성폭력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미투를 폭로한 선수는 평생 무거운 짐을 지게 될 테고, 그 선수의 부모는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터였다. 같은 부모로서, 운동선수 출신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웠다. 폭력·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강력한 징계를 주장하는 이유다.

김영주 의원은 한 가지 더 제안을 했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이름을 말하지 말자는 것. 피해자의 이름이 자꾸 불리면 머릿속에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는 인터뷰 내내 심석희 선수를 ‘빙상선수’로 바꿔 말했고, 통상 ‘심석희법’으로 알려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조재범 방지법’으로 불렀다. 김영주 의원은 “이전과 변함없이 최선을 다해 운동하고 자기 길을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무개법, 누구법 이렇게 계속 끄집어내면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육계 미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김영주 의원의 고민은 깊었다. 체육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가해 지도자의 실형 확정시 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가해 지도자의 재취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징계 정보 일원화 및 범죄경력 조회 의무화 등이 고민의 결과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그는 관련 법안 통과에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끝까지 가겠다”는 각오였다. 인터뷰는 21일 국회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설명
김영주 의원은 국가대표선수 관리·운영 관련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자 처벌과 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 심석희 선수의 미투 폭로로 체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전부터 스포츠계의 만연한 폭력·성폭력 사건을 지적해온 김영주 의원으로선 더욱 참담함을 느꼈을 것 같다.
“지난해 국감에서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징계현황 자료를 발표했었다. 최근 5년간 스포츠계의 폭력·성폭력 등으로 징계가 124건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아쉽다. 그때 관심을 받았더라면, 좀 더 빨리 공론화가 됐더라면 빙상선수가 미투를 폭로하는 상황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안쓰럽다. 만나볼 엄두는 못 냈다. 자꾸 피해 선수를 만나서 어쩌겠는가. 제2의, 제3의 피해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법 제도화에 더 힘쓰는 게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국감 당시에도 대한체육회의 솜방망이 징계를 지적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달라진 점이 없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체육계는 반성이 없었고, 국회는 무관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가 열리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보일뿐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과 논의들이 있었다. 국감 이후 문체부와 함께 체육계 폭력·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개정안을 논의한 끝에 발의된 게 바로 ‘운동선수보호법(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지금으로선 2월 국회 상임위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진행 중에 있다. 문체부 스포츠혁신위가 출범했고,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의 전수조사가 예정돼 있다. 감사원 역시 문체부가 제출한 ‘국가대표선수촌 운영 등 국가대표선수 관리·운영 관련 공익감사청구’를 받아들여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책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 우려스러운 것은 수치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다. 실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은 피해 사례를 털어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그렇다. 지도자가 선수의 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보복이 두려워 폭력·성폭력을 신고하기가 어렵다. 신고를 하더라도 폐쇄적인 구조 탓에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아직도 많은 가해자와 피해자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경우를 보면, 국가대표로 명예까지 얻은 어린 선수가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 금메달리스트이기 때문에 공론화되고 주목받았다. 선수의 용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체육계의 폭력·성폭력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저는 끝까지 갈 생각이다.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 기대와 달리 정부나 국회 차원의 실태 및 진상 조사에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포츠계의 폭력·성폭력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함께 힘을 합쳐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은 처음이다. 보복을 걱정하지 않고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이 이뤄진다면 그동안 두려움에 떨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설명
김영주 의원은 스포츠가 축제로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선수의 인격을 말살시키고 수치심까지 안기면서 메달을 따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심석희 선수의 미투 폭로 이후 운동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이다. 김영주 의원이 동참한 법안의 요지는 세 가지다. 첫째, 지도자가 선수에게 폭력·성폭력의 비위를 저질렀을 경우 자격을 정지하고 형이 확정되면 자격을 영구적으로 박탈하는 것이다.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다. 따라서 지도자가 되려는 자는 폭력예방 및 성폭행 방지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둘째, 스포츠윤리센터를 설립하는 것이다. 체육계의 비정상적인 관행과 비리 제보에 대한 효율적인 처리를 위한 기관이다. 특히 센터장의 권한이 작지 않다. 필요한 경우 체육단체에 관계 물품과 서류를 제출하게 할 수 있고, 범죄혐의가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해당 소속기관 및 단체장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미이행 시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직접 징계를 할 수도 있다.

셋째, 지도자의 결격사유 및 자격취소 요건에 성폭력 범죄를 포함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가와 지자체에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의무를 부과했다. 성폭력 사건 발생 시 문체부 장관은 피해자의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그 비용은 가해자가 부담하되 피해자의 신속한 지원을 위해 정부에서 부담하고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영주 의원은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숨기거나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해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반드시 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졌을 경우 징계위원들까지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김영주 의원은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접한 뒤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는 미투 사건 관련 법안들이 여야 이견이 없는 만큼 조속한 통과를 주장했다.
김영주 의원은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여러 차례 “화가 난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의 경우 체육계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실효성에도 의문을 표시하더라. 하지만 반발이 크다고 해서 도입하지 않는다면 체육계 폭력·성폭력 문제는 영원히 근절되지 않는다. 말뿐인 처벌은 소용없다. 영구 제명과 재취업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어야 현장에서 통한다.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체육계 뿐 만아니라 폭력·성폭력에 대해선 ‘용서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미 형성됐다고 본다.”

- 역으로 체육계 육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없는가.
“사건이 터지고 난 뒤, 다음 올림픽에서 성적이 안 나오면 책임질거냐고 묻더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동안의 관행, 국익, 스포츠 강국을 위한 가르침이라고 말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잘못된 일이다. 그런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 인격을 말살시키고 수치심까지 안기면서 메달을 따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제 대한민국도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었다. 스포츠 외에도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있다. 스포츠는 축제여야 한다.”

- 그렇게 되기까지 국민적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경제대국 발판에 올라서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들이 열광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밤새 올림픽 보면서 응원하고, 순위를 매기는 게 사실상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국민들이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많아졌다. 스포츠를 단순히 성적으로 평가하지 말고 선수와 국민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

- 이번 사태에 책임지는 인사가 없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장은 지명직이 아닌 선출직이다. 국회에서 대한체육회장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지 않아 거취 문제를 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간 고민은 많았다. 얼마 전에도 문체부와 국회가 당정협의를 가졌다. 일단 감사원 감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하는 인사들에 대해선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명
김영주 의원은 체육계의 폭력 및 비위 의혹들을 뿌리뽑지 못한다면 정치인들의 직무유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선수 보호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하는 이유다.

-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는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경우 책임 범위를 규정하기 어렵다.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나 장관에게 있는 게 아니라 선거인단에 있는데, 대한체육회 규정에 산하기관의 성추행·성폭행 사건이 발생할 시 책임을 지게 한다는 내용이 없다. 사실상 본인이 사퇴하지 않으면 강제로 끌어내릴 방법은 없다. 본인의 입장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징계다. 그동안 체육계의 폐쇄적 구조와 징계 정보가 각 기관끼리 서로 공유되지 않아 가해자의 복직과 재취업이 가능했다. 이번을 계기로 징계시스템을 통합하고, 취업 과정에서 성범죄 관련 징계 여부 확인을 의무화해야 한다.”

- 결국 법안이 통과돼야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겠다.
“맞다. 제도적으로 완성해야 한다. 국회가 더욱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한다. 그게 국회의 역할이 아닌가. 지금 관련 법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결국 법제처에서 정리돼 통합법으로 추진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