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박해준‧전소니‧이정범 감독‧이선균 /뉴시스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박해준‧전소니‧이정범 감독‧이선균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전에 없던 ‘악질경찰’이 온다.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 감고 심지어 범죄까지 사주하는 경찰.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찰이 뻔뻔하게 범행을 저지르며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하지만 이 악은 때로는 거대한 악을 잡기 위한 더 큰 악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얼굴의 선이 되기도 한다.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의 이야기다.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 감는 쓰레기 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영화 ‘아저씨’(2010)로 한국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이정범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이선균과 폭발적인 연기력의 박해준, 떠오르는 신예 전소니 등이 가세해 관심이 쏠린다.

메가폰을 잡은 이정범은 감독은 25일 진행된 ‘악질경찰’ 제작보고회에서 “비리 경찰이자 자기가 잘 먹고 잘 사는 것 말고는 관심 없는 경찰이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더 큰 사고를 모의하지만 일이 틀어지게 되면서 시작되는 영화”라며 “주인공 경찰이 더 큰 악을 만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드라마를 담았다”라고 소개했다. 

영화 ‘악질경찰’로 돌아온 이정범 감독 /뉴시스
영화 ‘악질경찰’로 돌아온 이정범 감독 /뉴시스

이정범 감독은 영화 ‘아저씨’로 액션과 감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악질경찰’로 돌아온 그는 한층 더 농밀해진 감정과 탄탄해진 서사를 내세워 악질경찰 조필호가 더 나쁜 놈을 만나 참회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아낼 예정이다.

이 감독은 “데뷔작인 ‘열혈남아’(2006)와 영화 ‘아저씨’는 엔딩이 똑같다”라며 “남자 주인공이 뭔가를 깨닫고 우는 장면에서 끝나는데, 기본적으로 시작할 때와 끝났을 때 조금이라도 내적 성장을 이루는 인물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을 한다”라며 “울면서 자괴감에 빠져서 끝나는 영화가 아니다. 조필호는 잘못된 것을 깨닫고 나서서 행동을 한다. 그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더 이상 머물러있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작품이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 작품을 찍는다면 더 달라진 영화가 나올 것 같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악질경찰’에서 악질경찰 조필호로 분한 이선균 /뉴시스
‘악질경찰’에서 악질경찰 조필호로 분한 이선균 /뉴시스

◇ 이선균, 역대급 ‘악질’ 연기 선보인다 

‘악질경찰’ 속 악질 경찰 조필호는 배우 이선균이 분한다.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악랄한 연기를 선보인다. 이선균은 “직업만 경찰이고 거의 쓰레기에 가까운 인물”이라면서 “돈 버는 것에 눈먼 질 안 좋은 경찰”이라고 소개했다. 

이선균은 ‘악질경찰’을 택한 이유로 “캐릭터는 지금까지 경찰 캐릭터가 거칠고 강한데, 조필호는 직업만 경찰이고 범죄자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시나리오는 장르적으로 겹겹이 쌓여가는 사건도 흥미로웠고, 캐릭터적으로 조금 더 진한 느낌에 해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 또 사회악을 만나 각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이 좋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조필호로 완전히 분하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와 액션 스쿨에서 기본기를 다지는 등 철저한 연구와 노력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권태주 역을 맡은 박해준과 리얼함이 살아있는 액션 연기를 펼친 것으로 전해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정작 이선균은 “기절 직전까지 갔다”고 털어놔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이선균은  “아파트 실내에서 박해준과 액션 장면을 찍었는데 마치 격투기 하듯 촬영했다”면서 “원래 나눠서 촬영하기로 했는데, 롱테이크로 찍게 됐다”면서 “박해준이 초크 기술을 썼는데 제대로 들어왔다. 그런데 컷을 안 하고 줌으로 들어오더라. 힘들어서 탭(격투기에서 항복 의미로 상대방, 자신의 몸 혹은 바닥을 두드리는 행위)을 쳤는데 연기인 줄 알더라. 다행히 한 번에 끝났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정범 감독은 이선균을 조필호 역에 캐스팅한 것에 대해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주연 배우의 심리나 내적인 면들이 많이 변하는 순간이 있는데 그러한 점을 풍성하게 연기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면서 “이선균이 섬세하고 예민한 면이 있어서 십분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를 통해 이선균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는 “조필호의 감정의 낙폭이 굉장히 크다”면서 “평화로울 때와 지옥으로 떨어졌을 때 간극이 큰데 그 간극을 오갈 때 표정이 볼만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악질경찰’을 통해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전소니 /뉴시스
‘악질경찰’을 통해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전소니 /뉴시스

◇ 전소니, 신선한 얼굴의 등장 

신예 배우 전소니는 ‘악질경찰’에서 폭발사건의 증거를 가진 고등학생 미나로 분해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전소니는 자신이 연기한 미나에 대해 “의도치 않게 큰 비밀을 담고 있는 증거를 손에 넣게 돼서 인물들과 얽히게 되는 고등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여러 단편 영화를 시작으로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남자친구’를 통해 얼굴을 알렸던 그는 ‘악질경찰’이 데뷔 후 첫 장편 영화다. 전소니는 섬세한 감정연기로 미나의 복잡한 심리를 고스란히 표현했을 뿐 아니라 와이어 액션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으로 작품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은 전소니에 대해 “상업영화를 처음 찍었는데도 차분하고 똑똑했다”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마스크를 가진 훌륭한 신인배우가 나타났다”고 칭찬했다. 이정범 감독도 “상상력도 풍부하고 센스도 굉장히 좋다”면서 “현장에서도 절대 안 떨었다”고 보탰다.

전소니는 함께 호흡을 맞춘 선배 배우들에 덕에 긴장하지 않고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촬영할 때 떨지 않고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선배들이 대해줬던 방식 덕”이라면서 “이선균 선배는 (내가) 처음이라 답답할 수 있는데 먼저 생각해주고, 조언도 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또 박해준에 대해서는 “액션 연기를 했는데, 대부분 (내가) 당하는 거였다”면서 “그래서 (박해준이) 되게 어려워했다. 많이 걱정해주고 배려해줘서 안전하게 겁내지 않고 잘 연기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악질경찰’에서 권태주로 분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예고한 박해준  /뉴시스
‘악질경찰’에서 권태주로 분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예고한 박해준 /뉴시스

◇ 박해준, 조각 같은 외모 속 숨겨진 야수성 

박해준은 ‘악질경찰’에서 거대 악의 오른팔 권태주를 연기한다. 재벌이 저지른 온갖 지저분한 일을 처리하며 조필호와 미나를 끈질기게 쫓는 인물이다. 영화 ‘독전’(2018) 등 다른 작품에서도 센 캐릭터를 소화했던 그는 ‘악질경찰’에서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악역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역할은 이 사람이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안타까움이 많이 묻어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다른 악역은 잘 안되길 바라지만 권태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가 되면서 안타까운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정범 감독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박해준의 얼굴이 좋아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조각상처럼 잘 생겼는데 그 안에 야수성과 폭력성이 있다”면서 “수컷의 냄새가 굉장히 강하게 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눌려 있다가 점점 더 커지는 느낌으로 터트리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야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소니는 촬영에 임했을 때 180도 달라지는 박해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전소니는 “실제로 (박)해준 선배는 나긋나긋하고 엉뚱하다”면서 “되게 해맑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별로 안 무서우면 어떻게 하지 생각을 했었는데 촬영할 때 모니터를 보니 그 안에서 정말 무서워보였다”고 이야기했다. 이선균도 “정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친구인데 슛만 들어가면 눈빛이 변한다”며 박해준의 연기력을 칭찬해 눈길을 끌었다.

이정범 감독의 확장된 세계관과 이선균·박해준·전소니의 열연으로 완성된 영화 ‘악질경찰’은 오는 3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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