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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우상] 이수진 감독의 불친절, 득일까 실일까
2019. 03. 1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이 국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이 국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 CGV아트하우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돼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이 국내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영화 ‘한공주’(2014)로 국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수진 감독의 신작이자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한석규·설경구·천우희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수진 감독이 다시 한 번 극장가에 충격을 몰고 올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차기 도지사로 주목받고 있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 분). 어느 날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고 이를 은폐한 사실을 알게 된다. 신망 받는 자신의 정치 인생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는 아들을 자수시킨다.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좇는 아버지

오직 아들만이 세상의 전부인 유중식(설경구 분)은 지체 장애 아들 부남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인 아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절망에 빠진다. 사고 당일 아들의 행적을 이해할 수 없고, 함께 있다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 분)를 찾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아들의 죽음 너머에 드리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중식은 홀로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사건 당일 비밀을 거머쥔 채 사라진 여자

한편 그날 밤 사고의 진실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최련화. 부남과 함께 있다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그녀에게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알아서도 안 될 진실이 숨겨져 있는데… 그날의 사고로 모든 것이 시작됐다!

‘우상’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한석규(위)와 설경구 스틸컷. / CGV아트하우스 제공
‘우상’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한석규(위)와 설경구 스틸컷. / CGV아트하우스 제공

한석규와 설경구 그리고 천우희 ‘UP’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좇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차기 도지사 후보에 거론될 정도로 존경과 신망이 두터운 도의원 명회는 명예와 권력이라는 우상을 좇으면서 스스로도 모두의 우상이 되고 싶어 한다.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은 중식은 혈육이라는 우상을 향해 폭주한다. 그리고 우상조차 갖지 못하는 련화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없다. 본인만의 우상을 좇아 폭주하는 세 인물의 이야기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펼쳐져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우상을 좇는 사람과 본인이 좇는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 그리고 우상조차 갖지 못하는 사람까지 미로처럼 얽힌 세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관객이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사유하게 만든다. 맹목적인 믿음을 좇고 있진 않은지, 그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내리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며 곱씹고 또 곱씹게 한다.

한석규와 설경구, 천우희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아들의 사고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도의원 명회로 분한 한석규는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인물의 내적 갈등과 혼란을 밀도 있게 표현해 몰입감을 높인다.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좇는 아버지 중식 역을 맡은 설경구는 처절한 부성애를 표현한다. 분노와 절망, 슬픔 등 자식을 잃은 부모의 복잡한 심경을 고스란히 담아내 울림을 선사한다.

‘우상’에서 미스터리한 인물 최련화로 분한 천우희 스틸컷. / CGV아트하우스 제공
‘우상’에서 미스터리한 인물 최련화로 분한 천우희 스틸컷. / CGV아트하우스 제공

천우희는 강렬하다. 사고 이후 비밀을 거머쥔 채 사라진 여자 련화로 분한 그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등장과 동시에 숨죽이게 만드는 내공을 발휘한다. 선배 한석규와 설경구의 사이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 끊임없는 물음표 ‘DOWN’

‘우상’은 불친절한 영화다. 미스터리한 전개로 몰입감을 높이며 긴장감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피로도를 높인다. 세 캐릭터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데, 복잡한 전개 탓에 흐름을 놓치면 따라가기 힘들다. 수많은 메타포가 점철돼있어 한 번의 관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해석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잔인하고 수위가 센 장면이 다수 포함돼있어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주요 인물들의 대사 전달이 매끄럽지 않은 점도 ‘우상’이 불친절한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조선족 사투리를 사용하는 련화의 대사는 자막이 필요할 정도로 알아듣기 힘들다. 몇몇 장면에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극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됨에도 불구하고, 정보 전달의 역할은 전혀 하지 못한다. 이수진 감독은 “뉘앙스만으로도 의미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지만,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우상’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CGV아트하우스 제공
‘우상’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 CGV아트하우스 제공

◇ 총평

복잡한 전개와 불친절한 설명, 수많은 메타포와 주요 캐릭터의 부족한 대사 전달력까지. ‘우상’은 극을 이해하는데 어려운 요소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 번의 관람만으로는 영화를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이수진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곳곳에 숨겨놓은 단서를 찾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재관람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우상’의 불친절함은 결과적으로 실이 될까, 득이 될까. 러닝타임 114분, 오는 2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