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디지털 성범죄의 ‘2차 가해’가 심각하다. 피해자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나서는 행위, 피해 상황을 조롱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디지털 성범죄의 ‘2차 가해’가 심각하다. 피해자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나서는 행위, 피해 상황을 조롱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우리 사회에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반인뿐 아니라 유명인까지 스스럼없이 몰카를 촬영, 유포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2차 가해’다. 피해자의 신원을 파헤치고 피해 상황을 조롱하는 등의 방식으로 발생하고 있다. 

◇ 근절되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 사회 곳곳서 발생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심각하다. 이른바 ‘몰카 범죄’로, 정부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정준영 사태’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알려주는 대목이다. 

정준영도 이를 시인했다.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적으로 촬영,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날 정준영은 취재진에 “정말 죄송하다.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저에 대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 오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다투지 않고 법원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모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 20일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몰카 촬영, 유포 혐의가 있는 일당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 3일까지 영남·충청 등 일부 지역에서 무선 IP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을 불법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1,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일당은 몰카 영상 803개를 인터넷 유료 사이트에 유포했으며, 이를 통해 700만원가량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 그들만의 조롱 문화… 피해자에 ‘2차 가해’ 

디지털 성범죄가 해결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최근 밝혀진 연예인 등의 불법촬영 및 유포 사건과 관련해 그간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한 부처로 대단해 유감스럽다”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유희화하는 일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현재도 많은 피해자가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 같은 몰카 범죄 이후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나서는 행위, 피해자를 조롱하는 행위, 근거 없는 비난 행위 등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 

특히,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질 경우 피해자의 외모 평가 및 조롱, 피해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같은 행위를 ‘가해’로 지칭하는 까닭이다.

2차 가해의 대부분은 온라인에서 벌어진다. 단순 호기심 등이 이유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사람들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에 부탁한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명백한 성폭력 범죄다. 피해자에 대한 억측, 신상털기 등의 2차 가해를 중지해 달라. 여러분의 호기심 역시 피해자를 비롯한 무고한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가해 행위라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준영 사태에서도 2차 가해 사례가 발생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연예인으로 지칭된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기 위해 나섰으며, P2P 사이트에서는 일부 영상 판매자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관계가 없는 영상에도 ‘정준영 동영상’ 혹은 ‘버닝썬 동영상’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성폭력 문제로 생각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디지털 성범죄가 일종의 음성적인 온라인 문화로 자리 잡은 셈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류혜진 팀장은 “남성들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온라인 공간에 한번 게시된 영상은 계속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못한다. 그들이 행위가 한 여성의 인격에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여가부는 최근 디지털 성범죄 2차 가해가 심각하다고 판단, 긴급 협의회를 열었다. 지난 18일 여가부는 관계부처 간 실무협의회 및 14개 관계 부처 차관들로 구성된 정부위원 협의회를 개최했다.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부처 간 공조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이날 “최근 성폭력 사건의 2차 가해 상황은 우리 사회에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문화가 뿌리 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오늘 긴급 협의회를 통해 수렴된 민간위원 의견을 토대로 관계부처 간 실무협의를 거쳐 우리 사회 성착취 문화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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