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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열정부자’ 유준상의 흥행엔 이유가 있다
2019. 03. 25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KBS 2TV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 또 한 번 흥행신화를 그려낸 배우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제공
KBS 2TV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 또 한 번 흥행신화를 그려낸 배우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행보로 대중들과의 소통을 게을리 하지 않은 배우 유준상. 그가 또 한 번의 흥행을 손에 거머쥐며 자신의 저력을 재입증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서다.

지난 14일 종영한 ‘왜그래 풍상씨’는 동생 바보로 살아온 중년 남성 풍상 씨와 등골 브레이커 동생들의 아드레날린 솟구치는 일상과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담은 작품이다. 극중 유준상은 동생바보 ‘이풍상’ 역을 특유의 인간 냄새 나는 연기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특히 유준상은 간암에 걸리게 되며 겪는 가슴 찡한 과정들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믿고 보는 배우’임을 다시금 실감케 만들었다. 최근 평일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시청률 20%대를 돌파한 ‘왜그래 풍상씨’. 유준상의 공이 통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왜그래 풍상씨’는 유준상이 2012년 ‘넝쿨째 굴러온 당신’ 이후 7년 만에 KBS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흥행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터. 최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유준상은 “관계자분들이 잘해주시더라”라며 소감을 전했다.

- ‘왜그래 풍상씨’가 흥행을 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7년 만의 KBS 복귀작이어서 소감이 더욱 특별할 것 같다. 어떠한가.
“우선 관계자분들이 잘해주시더라.(웃음) KBS에서 예전에 ‘태양은 가득히’ 했을 때도 시청률 40%대가 나왔었고, 그 다음(‘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너무 잘 됐었다. 사실 시간이 흐를수록 매체들도 많아지고 해서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힘든데 이번에 잘 되서 되게 기분이 좋았었다.”

'이풍상'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제공
'이풍상'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제공

- 간암에 걸리는 설정을 현실적으로 잘 표현해서 호평이 잇따른 바 있다. 해당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 참고한 것이 있나.
“간암에 걸리는 연기를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친척 형님이 간암에 걸리셔서 둘째아들이 간을 준 적이 있다. 또 은사님이 간암에 걸리셔서 기증을 받아 나으신 경우가 있다. 그런 케이스들을 병문하면서 봐서 참고가 됐었던 것 같다. 또 해당 사례들을 많이 찾아보고 연구도 했다. 극중에서 헛것을 보는 것과 같이 어떤 증상들을 보이는지 디테일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간암) 경과에 따라 나오는 손동작이 있다. 그런 것들을 디테일하게 찾아서 넣어봤다.”

- 캐릭터를 녹여내는 부분에서 어려운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어떤 생각을 하면서 캐릭터를 녹여냈는가.
“요즘 같은 시대는 별의 별 일들이 다 일어나지 않나. 풍상이도 많은 일을 겪지만 여기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현실 속에서는) 교통사고 당해서 갑자기 죽는다거나 더한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나기 때문에 저도 어느 순간 나이를 먹으면서 ‘이 세상 어떻게 될지 모르는거구나. 내일 일은 모르는구나’ 생각해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든 역경들을 고스란히 바람맞듯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갔던 것 같다.”

- ‘왜그래 풍상씨’는 주말드라마를 주로 집필했던 문영남 작가의 신작으로 알려지며 방영 전부터 막장 스토리에 대한 우려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한 염려는 없었나.
“일단 시놉시스를 딱 보고 이야기가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영남 작가님의 필력이 너무 좋았다. 진짜 잘 쓰시는구나 싶었다. 분명 이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게 있었던 것 같다. 작가선생님도 그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물을 끝까지 몰아붙인 것 같다. 미니시리즈를 선택하게 된 것도 응축시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잔가시들을 빼버리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향해 달려갔던 것 같다. 작가님이 초반부터 아무리 잘돼도 연장은 없다고 했었다.”

7년 만에 KBS에 복귀한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제공
7년 만에 KBS에 복귀한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제공

-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뭐라고 생각하나.
“풍상이는 잘해준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 동생들은 못 받은 것만 기억한다. 보통 나는 잘해줬는데 상대방은 못해준 것만 기억한다. 그런 것에 대한 공감이 사실 그 전부터 있었다. 마침 진형욱 감독님이랑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번 작품을 통해 좋았던 것은 풍상이가 분실(신동미 분)에게 ‘내 마음 편하자고, 나 좋자고 저 녀석들에게 한 걸 잘 해준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나. 아무리 학력이 높고, 높은 지위에 있어도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쉽지 않은 행동이다. 특히 그 대상이 가족이면 더 힘들다. 사실 많은 분들이 ‘지금 세대에 저런 가족이 어딨어’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리 세대 그리고 우리 엄마·아빠 세대의 삶을 그대로 가져와서 지금 현재 우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요즘 ‘난 우리 식구들 둘러 앉아 밥 먹을 때가 제일 좋더라’ 하는 말 어디서 들어보나. 각자 핸드폰하기 바쁘고 밥 한 번 먹기 바쁘지 않나.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깊은 이야기가 분명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다.”

- ‘왜그래 풍상씨’가 끝나고 난 뒤 어떤 생각이나 감정들이 드는가.
“이 작품에서 제가 그동안 없었던 얼굴을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진형욱 감독님이 그런 얼굴들을 찾아 만들어준 것 같아서 감사하다. 워낙 모든 배우들이 참 열심히 했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는 건 배우들의 열정이었던 것 같다. 하물며 박인환 선생님(간보구 역)이 드라마 끝난 다음에 저희들에게 ‘너희들한테 많이 배웠다. 너네들이 독기를 품고 하더라. 내가 열심히 안할 수가 없었다. 많이 배웠다’고 하시더라. 

저는 사실 선생님한테 말씀을 안 드렸지만 세트장 화장실 한 켠에서 박인환 선생님이 대본 연습 하시는걸 들은 적이 있다. 후배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해 화장실까지 가서 다음 찍을 신을 연습하시더라. 이보희 선배님(노양심 역)은 말할 것도 없다. 환갑인 나이에 그 많은 욕을 먹으면서도 현장에서 감독님께 ‘저 이렇게 하는 거 맞나. 괜찮나’ 하시더라. 물 한 번 뒤집어 쓰고 또 뒤집어쓰기 위해 다시 말리고 분장하는 과정에서도 아무런 불평 없이 준비하는 걸 보면서 후배로서 자극이 됐다. ‘전달자’ 역의 이상숙 선배님도 그렇게 줄줄 대본을 외우시더라. 사실 신이 많지 않음에도 현장에 와서 대사만 외우셨다. 이처럼 선배님들은 후배들이 눈에 불을 키고 하니까 더 열심히 하시는 거고, 저희는 선배님들이 화장실에서까지 하시는데 빨리 대본 봐야지 하게 됐다.”

- 시놉시스에서도 ‘가족은 힘일까. 짐일까’ 하는 문구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가족은 어떤 것 같나.
“풍상이가 ‘가족들이 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날 살게 한 힘이었어’라고 마지막에 했던 것처럼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또 ‘아프기 잘했던 것 같아. 안 아팠으면 동생들이 저런 마음인 줄 몰랐을 거잖아. 정말 많은 일들이 이번 겨울에 있었지만 아프기 잘했고,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어’ 하고 말하듯이 큰 아픔이 성장을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를 계속 보시는 분들이 마지막에 ‘그래, 이거지’라고 안심하고, 순간 따뜻하게 가족들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 

신동미와 실제 부부같은 케미를 그려낸 유준상 / KBS 2TV '왜그래 풍상씨' 방송화면 캡처
신동미와 실제 부부같은 케미를 그려낸 유준상 / KBS 2TV '왜그래 풍상씨' 방송화면 캡처

- 극중 아내 ‘간분실’ 역을 맡았던 배우 신동미와의 케미는 어땠나.
“(신동미 배우는) 제 얼굴만 쳐다봐도 눈물이 났었다. 저도 둘이 뭐하다가 ‘오늘 이런 신을 찍으려고’ 말하면 눈물이 났다. 서로서로 그렇게 되더라. ‘우리가 호흡이 좋구나’라는 걸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실제 진짜 부부 같았다. 극중에서 많은 부부 호흡을 맞췄지만 이번엔 진짜 부부 같았다. 진짜 부부가 어떻게 매일 사이좋을 수 있겠나. 맨날 구박하고 욕먹고 그러다가 위기 순간에 의지해주고 챙겨주고 하니까 그런 모습들이 실제처럼 보였던 것 같다. 동미랑은 정말 신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다.”

- 그렇다면 현실 아내 홍은희와 아이들은 이번 작품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나.
“손톱(때 낀 분장)이 안 지워져서 그대로 집에 들어갔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 ‘왜그래 풍상씨’ 초반 어느 날에 ‘자랑스럽게 생각하세요. 이것 때문에 풍상 씨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거예요’ 하더라. 그게 큰 힘이 되었다. 아이들은 처음에 간 안준다고 하다가 큰 아이는 중간부 정도에 준다고 하고, 작은 아이는 끝까지 안준다고 하다가 극중 중이(김지영 분)가 간 준다는 장면을 보고 ‘저도 드릴게요’ 하더라.(웃음)”  

- 다방면에서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드라마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감독님들을 잘 만나는 것 같다. 문영남 작가 선생님도 이번에 저 보시더니 ‘그냥 풍상이네’ 하시더라. (나에게서) 연민이 느껴지는 것 같다.(웃음) 같이 작업하는 분들도 좋은 분들을 항상 만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열심히 해주면 (잘) 안 될 수가 없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제공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제공

- 드라마는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걸 선택한다면, 영화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등 비교적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을 선택해왔다.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영화와 드라마의 구분이 있는가.
“이야기를 선택하는거다. 뮤지컬 같은 경우는 ‘프랑켄슈타인’ ‘벤허’ ‘삼총사’ 등 제가 전혀 해볼 수 없는 역할들을 한다. 20대 역할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어떻게 하겠나.(웃음) 다양한 공연을 통해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어떤 역을 맡은 상황에 처했을 때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스스로 생긴 것 같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 큰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더라도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그런 영화를 출연하는 편이다.”

- 뮤지컬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는 상황. 꾸준히 뮤지컬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삼총사’는 10주년 공연을 얼마 전에 했고, ‘그날들’은 5번째 공연을 하고 있다. 창작 작품은 처음부터 같이 만든다는 점에서 정말 남다르다. 제가 작품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을 진 모르지만 인물은 저와 함께 만든 것이지 않나. 55세 정도면 해당 역할들을 못하게 된다. 정년이 오고 있다. 출연할 수 있는 나이대가 높은 작품들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60세에도 할 수 있는.”

- 추후 행보는 어떤가.
“제가 만든 두 번째 영화를 전주 국제영화제에 낸 상태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올 초에 세 번째 영화 ‘스프링 송’을 김서준 배우를 데리고 일본 후지산에서 찍었다. 현재 해당 작품 편집 중에 있다. 제가 원래 영화 연출 전공이다. 전공을 살리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음악영화로 만드는 게 재미있더라. 첫 번째, 두 번째 작품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었었다.”

데뷔 24년 차 배우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제공
데뷔 24년 차 배우 유준상 / 나무엑터스 제공

- ‘배우’로서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가.
“결국은 후배와 함께, 선배님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면서 상대방 의견을 더 수렴하고 상대방이 더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게 옆에서 서포트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기가 ‘이게 정답입니다’라는 게 없지 않나.”

유준상은 1995년 SBS 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어느덧 24년 차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오랜 세월 한 길만 걸으면 지칠 법도 할 법. 하지만 그는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배우’로서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열정이 없으면 그만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열정 없이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없다.
물론 지친다. 저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열정이 저를 힘들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걸 또 즐기는 거다.

여느 신인 배우 못지않은 열정이다. ‘열정 부자’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 유준상. 한결 같이 뜨거운 열정의 힘, ‘왜그래 풍상씨’가 흥행했던 이유이자, 그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