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희순이 영화 ‘썬키스 패밀리’(감독 김지혜)로 관객과 만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배우 박희순이 영화 ‘썬키스 패밀리’(감독 김지혜)로 관객과 만난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박희순이 카리스마를 벗고 숨겨왔던 코믹 본능을 쏟아냈다. 영화 ‘썬키스 패밀리’(감독 김지혜)를 통해서다.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에 콧소리를 가득 섞어 필살 애교를 펼치더니, 연체동물을 연상시키는 열정적인 댄스까지 선보이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낯설지만 새로운 박희순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썬키스 패밀리’는 아빠의 예쁜 ‘여사친’ 등장으로 엄마의 오해가 시작된 후 사라진 가족의 평화를 되찾기 위한 막내딸 진해(이고은 분)의 유쾌한 대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뜨겁게 사랑하는 한 가족과 사랑이 넘치는 또 다른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썬키스 패밀리’는 색다른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며 신개념 가족 코미디의 탄생을 알린다.

극중 박희순은 철부지지만 아내밖에 모르는 사랑꾼 준호 역을 맡았다. 평소에는 자상하고 애교가 넘치다가도 밤만 되면 짐승같이 돌변하는 섹시한 남편이다. ‘마녀’(2018),  ‘1987’(2017), ‘브이아이피'(2017)’, ‘용의자’(2013)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묵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던 박희순은 ‘썬키스 패밀리’에서는 전혀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그동안 박희순은 남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여성 중심 영화나 여성 감독의 작품에 분량에 상관없이 힘을 보탰고, 작은 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했다.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다. 최근 저예산 영화 ‘히치하이크’(감독 정희재)에 노개런티로 출연하기도 했다.

‘썬키스 패밀리’도 작지만, 색다른 영화라는 점이 박희순의 마음을 흔들었다. 센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충무로에 등장한 사랑스러운 가족 영화라는 점과 여성 감독의 섬세한 시선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완성된 섹시 코미디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박희순이 ‘썬키스 패밀리’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박희순이 ‘썬키스 패밀리’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박희순은 “‘썬키스 패밀리’는 행복한 웃음이 있는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제작·투자에서 어려움을 겪어 준비 과정이 길어졌다고 들었다. 드디어 개봉을 하게 됐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우여곡절이 있었고 위기가 있었지만, 그것을 다 딛고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잘 버텨준 배우들한테 너무 고맙고 결과물도 잘 나와서 기쁘다. 시사회 반응도 좋았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

-시나리오부터 특별했다고. 어떤 점이 달랐나.
“가족 영화라고 하면 착한 영화, 평범한 영화라는 고정관념이 있지 않나. 또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B급 코미디로 너무 가는 경향이 있는데, ‘썬키스 패밀리’는 보편적인 것을 잘 지키면서 아슬아슬하게 도발적이고 섹시한 부분을 잘 담아낸 것 같다. 영화적 상상력이 튀어나오는 부분도 좋았다. 이 시나리오가 스크린에 어떻게 구현될까 호기심도 많이 생겼다. (김지혜) 감독을 만나보니 자체가 4차원이더라. 툭툭 나오는 멘트들이 기발하고 재밌었다. 믿음을 갖게 됐다.”

-자칫 잘못하면 불편해질 수 있는 소재였는데, 적정선을 잘 지킨 것 같다. 
“베드신이라는 것이 아무리 간단한 신이라도 자칫 잘못하면 어색해질 수 있고, 불편해질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베드신도 안무 연습하듯이 미리 연습을 했다. 촬영할 때는 훨씬 스스럼없이 잘 나왔던 것 같다. 20년 차 부부라는 설정에 맞게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했다. 수위에 대해서는 미리 선을 정해놨다. 19금으로 가자는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는데 (김지혜) 감독이 거절했다. 감독이 그리는 명확한 선이 있었기 때문에 잘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박희순이 ‘썬키스 패밀리’에서 사랑꾼 준호로 분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박희순이 ‘썬키스 패밀리’에서 사랑꾼 준호로 분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전작에서 굵직한 캐릭터를 소화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친근한 연기를 펼쳤다. 준호가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했는데, 연기하면서 더 애착이 갔나.
“연극을 오래 했는데, 연극을 할 때는 이런 역할을 많이 맡았다. 소위 말하는 나의 18번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못써먹었던 거다. 영화 쪽으로 오면서 무거운 캐릭터들을 많이 만났고 TV에 잘 안 나가다 보니 내 모습을 보여줄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이 사람은 코미디에 안 어울릴 것이다’라는 선입견이 있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런 캐릭터가 더 익숙하다.”

-극중 준호는 진해에게는 다정한 딸 바보 아빠였고, 아들 철원(장성범 분)에게는 친구 같고 든든한 아빠의 모습이었다. 연기를 하면서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을 것 같은데, 어떤 아빠가 되고 싶나.
“친구 같은 아빠. 인생을 살면서 생각하는 지점인 것 같다. 자식이든 후배든 어떤 사람이든 동등한 위치에서 얘기를 해야 하고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야 서로 주고받을 수 있고, 시너지가 생기고 풍성해질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부터 실천하려고 노력을 한다. 아이들하고 연기할 때도 가르치려고 들지 않았다. 동등한 선에서 ‘어떻게 하고 싶어? 아빠는 이렇게 할 건데’라고 하면서 했다. 그게 시작인 것 같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느낌의 친구 같은 아빠가 되지 않을까.”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아역배우 이고은과 ‘케미’가 돋보였다.
“영화 속이랑 거의 비슷했다고 보면 된다. 다들 친구처럼 지냈다. 선배, 후배가 아니라 아빠, 엄마로 불렀다. 풍파를 거치면서 끈끈함이 생겼고, 단단해졌다. 진짜 가족처럼.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엎어지더라도 우리끼리는 계속 만나자라는 마음이 있었다. 서로 같이 힘들어하고 웃기도 했던 세월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찍는 내내 즐겁고 행복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희순이 ‘썬키스 패밀리’만의 매력을 소개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박희순이 ‘썬키스 패밀리’만의 매력을 소개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마녀’(2018) 때 ‘여성 캐릭터의 향연’이라고 말했고, ‘썬키스 패밀리’는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고 했다. 여성 캐릭터나 여배우, 여성 감독이 활약하는 작품들에 유독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여성 감독하고 몇 번 촬영을 했는데 잘 맞더라. 섬세하고 예민하다. 또 유머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이었다. 소소하고 예쁜 영화임에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감독들을 만났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으나, 돌이켜보니 애정하는 작품들 중에 여성 감독들이 많더라. ‘썬키스 패밀리’도 좋은 것이 남성의 시선으로 가면 불편한 지점이 없지 않아 생겼을 텐데, 모두가 불편하지 않을 수 있게 선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여성의 시선이라고 봤다. 비슷한 신이더라도 남성 감독이 했으면 조금 더 갔을 텐데, 선을 잘 지킨 것 같다. 남녀를 구분하는 것은 아니고 감독들마다 성향이 있겠지만, 조금 더 섬세하게 갈 수 있는 것은 여성의 감성이지 않나 싶다.”

-최근 관객들이 센 영화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썬키스 패밀리’는 그런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는 사람이 지칠 정도면 보는 사람도 지칠 거다. 배우들도 여러 가지 장르를 하고 싶은데, 사회적인 것 아니면 스릴러다. 남성성이 강한 영화들이 많다 보니, 한두 번 하면 재밌는데 계속하다 보면 힘들다. 다양성이 있을 때 배우들도 안 지치고 관객들도 안 지칠 것 같다. ‘썬키스 패밀리’도 그런 의미에서 밝고 유쾌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비범함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썬키스 패밀리’만의 매력을 꼽자면.
“한국 영화뿐 아니라 외국영화도 마찬가지로 스케일이 커지고, 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작은 이야기 중에서도 무거운 얘기들이 많고, 어느 순간부터 영화를 보면서 행복해지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외국의 좋은 영화들도 덤덤하다, 한편은 쓰리고 좋은 명작들이 있지만 행복해지는 영화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두 시간 내내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웃음이 있는 작품이 드물었는데, 보편적이지만 도발적인 ‘썬키스 패밀리’가 그렇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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