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르소나’가 베일을 벗었다. (왼쪽부터) 윤종신·전고운·이지은·김종관·임필성 /뉴시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르소나’가 베일을 벗었다. (왼쪽부터) 윤종신·전고운·이지은·김종관·임필성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다혈질에 승부욕 강한 딸, 치명적 매력의 여자, 발칙한 복수를 꿈꾸는 당찬 여고생, 기억하지 못할 꿈에 찾아온 옛 연인까지. 배우 이지은의 다채로운 얼굴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페르소나’를 통해서다. 만능엔터테이너 윤종신이 기획자로 나섰고, 네 명의 실력파 감독이 뭉쳤다. 그리고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전 세계를 무대로 삼는다. ‘페르소나’를 향한 기대가 쏟아지는 이유다.

‘페르소나’는 이경미, 임필성, 전고운, 김종관 4명의 감독이 페르소나 이지은(아이유)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총 4개의 단편 영화 묶음으로 구성된 오리지널 시리즈다. 한 명의 배우에게서 네 명의 영화감독이 영감을 받아 서로 다른 네 편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이 특별한 프로젝트는 작곡가이자 만능 엔터테이너 윤종신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윤종신은 2010년부터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통해 음악뿐 아니라 문학·영화·사진·미술·방송·게임에 이르기까지 문화 예술계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컬래버레이션으로 독보적이고 창의적인 문화기획자의 입지를 다져왔다.

‘페르소나’는 윤종신이 수장으로 있는 미스틱스토리와 넷플릭스가 함께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윤종신은 짧은 이야기 안에서 오히려 감독 본연의 창의성을 한껏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하나의 배우, 네 명의 감독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렇게 ‘페르소나’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됐다. 

윤종신이 영화 기획자로 첫 도전에 나섰다. /뉴시스
윤종신이 영화 기획자로 첫 도전에 나섰다. /뉴시스

27일 진행된 ‘페르소나’ 제작보고회에 기획자로 참석한 윤종신은 “기획하는 일을 20년 넘게 하고 있는데 항상 던지는 질문이 ‘사람들이 좋아할까?’였다”라고 말문을 연 뒤 “어느 순간 그건 정답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 이거 잘하는데, 이거 좋아하는데 만들어볼까?’가 더 우선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자본이 투입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확률이 많은 쪽으로 작품이 흘러가는 걸 보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면서 “사람들이 안 하는 것 중에 답이 있고, 사람들이 돌아보지 않는 곳에 꽤 많은 정답이 있더라. 감독님들 머릿속에는 훨씬 더 번뜩이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자본의 선택을 못 받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이 된 거다”라고 ‘페르소나’를 기획한 이유를 밝혔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은 가수 겸 배우 이지은이다. 윤종신은 “페르소나‘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두 가지의 진행 방법이 있다. 배우가 정해지고 감독님들을 섭외하거나, 감독들이 원하는 배우가 캐스팅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 이지은 편은 배우가 먼저 정해지고 감독님들을 만났다. 다 좋아해 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으로 첫 영화 데뷔를 하게 된 이지은은 “아직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페르소나’를) 찍은 지 조금 됐다”면서 “영화는 후반 작업도 오래 걸리고 기다려야 하는구나 생각을 했다. 두근두근하면서 기다렸는데, 어느새 또 제작보고회도 하고 이제 곧 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밤잠도 설치고 설레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지은은 ‘페르소나’ 시리즈 프로젝트에 대해 “신선한 시도였다”고 평가한 뒤 “네 분의 감독님이 저를 보고 다각도로 해석해서 네 가지 캐릭터를 부여받고 또 단기간에 연기를 해내야 하는 도전이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르소나’ 첫 번째 이야기는 이경미 감독의 ‘러브 세트’다. 여성에 대한 다양하고 탁월한 시각이 돋보였던 ‘비밀은 없다’ ‘미쓰 홍당무’ 등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은 ‘러브 세트’를 통해 승부욕으로 가득 찬 당돌한 소녀 이지은의 모습을 끌어낼 예정이다. 이경미 감독은 차기작 촬영으로 인해 이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지은이 ‘페르소나’로 영화 데뷔전을 치른다. /뉴시스
이지은이 ‘페르소나’로 영화 데뷔전을 치른다. /뉴시스

이지은은 ‘러브 세트’ 속 캐릭터에 대해 “다혈질적인 부분도 있고, 감정에 솔직한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실제로 분노를 터트리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연기를 할 때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지만 현장에서 이경미 감독과 스태프들이 정말 진짜인 것처럼 만들어 줬다”면서 “테니스도 힘들고 태양은 뜨겁고, 해가 질 때까지 며칠 동안 찍다 보니 화가 나더라. 사실적인 연기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예고해 기대를 높였다.

두 번째 이야기는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다. 임 감독은 ‘마담 뺑덕’ ‘헨젤과 그레텔’ ‘인류 멸망 보고서’ 등 장르영화에서 천재적인 감각을 선보여 왔다. 이지은은 ‘썩지 않게 아주 오래’에서 치명적인 매력의 은으로 분해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지은은 ‘썩지 않게 아주 오래’ 은에 대해 “가장 어려웠던 역할”이라면서 “독특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자유분방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영화나 책으로도 쉽게 접하지 못했던 캐릭터였던 것 같다”라며 “주인공 둘 다 독특한 캐릭터라 감독님과 이야기를 아주 많이 나눴다. (임필성) 감독님이 굉장히 열정적인 부분이라서 계속 설명해주고 몰입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임필성 감독은 이지은과 함께 작업한 것에 대해 “사실 (이)지은 씨는 뮤지션을 뛰어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나의 아저씨’라든가 전작들에서도 영화적인 연기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넘치는 분이라고 생각했고,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미 자신의 영역에서 성공을 이뤄낸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또 지은 씨가 사실 굉장히 바쁜데도 이 영화를 위해 두달 내내 스케줄을 내줬다. 하기 힘든 훈련들을 해냈다. 감동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이지은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페르소나’ 세 번째 이야기는 지난해 ‘소공녀’로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혜성같이 등장한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다. 극중 이지은은 억압적인 가부장제에 분노하는 씩씩한 여고생 한나를 연기한다.

‘페르소나’ 연출을 맡은 (왼쪽부터) 임필성·전고운·김종관 /뉴시스
‘페르소나’ 연출을 맡은 (왼쪽부터) 임필성·전고운·김종관 /뉴시스

전고운 감독은 “(이)지은 씨에게 누가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었고 그러면서 저도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였어야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고등학교 시절 많은 매체에서 여자 학생을 다룰 때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사실 학교에 들어가면 바로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라며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씩씩하고 재밌었던 친구들이 그립기도 했고, 지은 씨가 어린 나이부터 일을 하느라 자유롭게 못 놀았을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영화에 담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지은은 전고운 감독과의 작업 방식이 가장 독특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았다”라며 “처음 미팅을 하고 상대역 심달기 배우와 작업실에서 얘기를 하는데 (전고운 감독이) 대본을 읽는 리딩이 아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상대의 상태를 읽어내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과정을 통해 금방 친해졌고, 현장에서 그대로 보였다”면서 “이런 방법으로도 연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과 전고운 감독의 리너십에 놀랐다”고 말했다.

마지막 이야기는 ‘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조금만 더 가까이’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한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다. 김종관 감독은 밤거리를 산책하는 두 남녀를 흑백 화면으로 담아내며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영상미로 관객의 마음을 흔들 예정이다.

김종관 감독은 이지은과의 첫 만남에서 영감을 얻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처음 이지은 배우를 만났을 때 굉장히 차분하고 나른한 느낌을 받았다”라며 “강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쓸쓸함 같은 것도 보였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래서 그런 부분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녹여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인의 이야기지만, 연애 감정에 방점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에 대한 부분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지은은 ‘밤을 걷다’에 대해 “제일 먼저 촬영한 작품”이라며 “시나리오도 제일 먼저 받았던 작품인데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은 것처럼 분위기가 느껴지는 글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원래 김종관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하긴 했는데, 그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면서 저도 그 안에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쾌적한 여름밤 3일 정도 촬영했는데, 새벽에 거리를 걸으면서 꿈을 꾸듯이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윤종신(왼쪽)과 이지은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뉴시스
윤종신(왼쪽)과 이지은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뉴시스

‘페르소나’는 영화지만,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기획자 윤종신은 ‘페르소나’가 단기적으로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닌 오래도록 회자되고 기억될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기를 바랐다.

윤종신은 “콘텐츠가 풀리는 과정에서 창작자들이나 제작자들이 허무해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3년을 준비해서 단 일주일 안에 승부가 난다. 음원도 몇 개월을 준비해서 단 하루 만에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긴 시간 고민을 하고 긴 제작 기간에 비해 다음날 바로 성패가 정해지는 게 안타까웠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넷플릭스는 영원한 세일즈 기간”이라며 “한번 릴리스(공개) 되고 나면 첫날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 플랫폼이 계속 제공해주는 시스템인데 1년, 2년 뒤에도 그 작품을 봤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다. 길게 피드백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넷플릭스를 통해 ‘페르소나’를 공개하게 된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윤종신의 첫 영화 기획과 넷플릭스의 만남, 네 명의 실력파 감독과 이지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페르소나’는 오는 4월 5일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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