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을 승부수로 던진 (사진 좌측부터) '나쁜형사', '바벨', '빅이슈' 포스터.
'19금'을 승부수로 던진 (사진 좌측부터) '나쁜형사', '바벨', '빅이슈' 포스터.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다채로워진 볼거리의 향연에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 나선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기 위해 TV 속 드라마가 ‘19금’을 승부수로 던졌다.  

‘나쁜형사’가 포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된 MBC ‘나쁜형사’는 지상파 드라마 사상 9년 만에 ‘19세 미만 관람불가’를 내세우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나쁜형사’는 연쇄 살인마보다 더 나쁜 형사와 매혹적인 천재 여성 사이코패스의 위험한 공조 수사를 그린 범죄 드라마로, 신하균이 나쁜 형사 ‘우태석’ 역을 맡아 명연기를 선보였다.

그간 지상파에서 보기 힘들던 ‘19세 미만 관람불가’라는 타이틀 때문이었을까. ‘나쁜형사’는 4회(30분 방송 기준)만에 시청률 10.6%(닐슨코리아 기준)를 달성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하지만 열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답답함을 유발하는 스토리 전개와 심히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요소들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에 후반부 ‘나쁜형사’는 시청률 3.9%(1월 22일 방송분)를 기록하기도. 절반 이상 시청률이 하락한 셈이다.

폭력적인 장면이 다수 방영됐던 MBC '나쁜 형사' / MBC '나쁜형사' 방송화면 캡처
폭력적인 장면이 다수 방영됐던 MBC '나쁜 형사' / MBC '나쁜형사' 방송화면 캡처

전체 작품을 ‘19세미만 시청등급’으로 제작할 시 시청률 하락의 직접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해당 시청등급은 작품 초반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는 추세다. 지난 24일 종영한 TV CHOSUN ‘바벨’이 대표적인 예다.

‘바벨’은 복수를 위해 인생을 내던진 검사와 재벌과의 결혼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여배우의 사랑을 그린 미스터리 격정 멜로 드라마다. 

“우리 작품이 4회까지는 19세 이상 관람가로, 연령 제한을 두고 가고 있다”며 “야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사실적이고 리얼한 표현이 필요했다”고 ‘바벨’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밝힌 윤성식 감독. ‘바벨’은 윤 감독의 계획보다 한 회 많은 5회까지만 ‘19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으로 방송됐다. 6회부터는 15세 이상 관람가로 방송됐다.

첫 방송된 ‘바벨’은 시청률 3.2%를 기록했다. 여기엔 ‘19금 격정 멜로’라는 점이 많이 어필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벨’ 역시 이러한 반응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주 만에 2.5%로 시청률이 하락한 것. 이후에도 ‘바벨’은 2.5%~3.4%대를 오가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5회까지 19세 미만 관람가로 방영됐던 드라마 '바벨' / TV CHOSUN '바벨' 방송화면 캡처
5회까지 19세 미만 관람가로 방영됐던 드라마 '바벨' / TV CHOSUN '바벨' 방송화면 캡처

또 하나의 작품이 ‘19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으로 시청자들의 관심몰이에 나선다. SBS 수목드라마 ‘빅이슈’가 주인공. ‘빅이슈’는 한 장의 사진으로 나락에 떨어진 전직 사진기자와 그를 파파라치로 끌어들이는 악명 높은 편집장이 펼치는 은밀하고 치열한 파파라치 전쟁기를 다룬 드라마다. 현재 한예슬(지수현 역)과 주진모(한석주 역)가 주연으로 맹활약을 보이고 있다.

‘빅이슈’는 27일, 28일 방송분을 ‘19세 미만 관람불가’로 편성했다. 최근 뜨거운 화제성을 보이고 있는 연예계 사건들과 매우 흡사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27일 방송된 ‘빅이슈’에서는 마약과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연예계 모습을 파파라치 사진기자 한석주가 포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날 방송된 ‘빅이슈’는 시청률 3.7%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방송분이 4.1%를 기록한 것에 비해 0.4% 하락한 수치다.

최근 19세 미만 관람불가 작품을 만든 감독들은 “선정적인 장면이 필요해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19금’ 작품을 택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선택이 디테일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필요치 않은 장면에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남용할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증폭시키는 치명적 단점이 될 수 있기 때문. “화제성을 위해 선정적인 소재를 소비하는 것 같다”는 시청자들의 평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연예계 일어나고 있는 에피소드를 다루기 위해 19세 미만 관람불가 시청등급으로 편성한 '빅이슈' / SBS '빅이슈' 방송화면 캡처
연예계 일어나고 있는 에피소드를 다루기 위해 19세 미만 관람불가 시청등급으로 편성한 '빅이슈' / SBS '빅이슈' 방송화면 캡처

2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19세 미만 관람불가’ 작품들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이유가 다수”라며 “▲‘나쁜형사’ 17건 ▲‘바벨’ 3건 ▲ ‘빅이슈’ 1건의 민원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또한 자극적인 소재는 또 다른 자극적인 소재를 불러오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어 각별한 신중함이 필요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청률 저하로 고민하던 방송사들이 다급한 마음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쏟아내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당장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자극만 높이는 천편일률적인 방식은 결국 시청층을 협소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변화에 맞서 도전을 한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드라마의 트렌드는 눈여겨볼만하다. 단, ‘자극적인 소재’만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은 한계성이 분명 존재한다. 깊이 있는 스토리와 가치가 빛나는 작품에 시청자들은 큰 선호를 보이고 있는 상황. 실제 JTBC '눈이 부시게'는 19금 요소를 전혀 넣지 않고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및 2018년 이후 방영된 월화 드라마들 중 화제성 1위를 달성했다. KBS 2TV '왜그래 풍상씨' 역시 평일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가족 드라마 형태로 최고 시청률 22.7%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것에 귀 기울이는 자세, 안방극장으로 시청자들을 다시 끌어 모을 수 있는 진정한 해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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