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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염정아가 전성기를 대하는 자세
2019. 04. 1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염정아의 전성기가 이어지고 있다. /쇼박스 제공
배우 염정아의 전성기가 이어지고 있다. /쇼박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염정아가 데뷔 28년 만에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능력도 흠잡을 데 없다.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염정아는 쏟아지는 관심과 대중의 사랑에 매일매일 감사하면서도, 들뜨지 않으려고 매 순간 노력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고 오래도록 ‘배우’로 남기 위함이다.

1991년 제35회 미스코리아 선(善) 출신인 염정아는 같은 해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발한 활약을 펼쳤다. 2003년 ‘장화, 홍련’의 흥행을 시작으로 ‘범죄의 재구성’(2004), ‘전우치’(2009), ‘카트’(2014) 등 다수의 작품이 성공을 거뒀다.

특히 지난해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이 52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인 180만명을 훌쩍 넘겼고, 2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인 종합편성채널 JTBC ‘SKY 캐슬’은 최고시청률 23.8%을 기록하며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영화 ‘미성년’에서 남편의 바람에도 담담한 아내 영주로 분한 염정아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화 ‘미성년’에서 남편의 바람에도 담담한 아내 영주로 분한 염정아 스틸컷. /쇼박스 제공

배우 인생 최대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염정아의 다음 행보는 오늘(11일) 개봉한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이다. ‘미성년’은 부모의 불륜을 알게 된 두 여고생이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한 김윤석의 첫 연출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미성년’은 김윤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호평을 얻고 있다.

극중 염정아는 남편 대원(김윤석 분)의 비밀을 알고도 담담한 영주로 분했다. 그는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되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담담한 척 상처를 내색하지 않는 영주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심도 있는 연기로 소화해냈다. 특히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영주를 절제된 내면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완벽한 타인’부터 ‘뺑반’, 드라마 ‘SKY 캐슬’, 그리고 ‘미성년’까지 쉴 틈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는 최근 영화 ‘시동’(감독 최정열) 출연을 확정하며 빠르게 차기작을 결정하는 등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데뷔 28년 차 배우 염정아는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것이 여전히 설레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염정아가 김윤석 감독을 향한 믿음으로 ‘미성년’을 택했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염정아가 김윤석 감독을 향한 믿음으로 ‘미성년’을 택했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미성년’ 시나리오 보고 바로 다음날 결정했다고. 어떤 점이 좋았나.
“시나리오 보고 바로 결정해서 다음날 연락했다. 하하. 일단 김윤석 선배 첫 연출작이라고 하니 관심이 많이 생겼고, 받자마자 읽었다. 시나리오가 내가 기존에 생각했던 김윤석 선배와 많이 달라서 깜짝 놀랐다. 너무 재밌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구성이나 스토리였다. 그것을 김윤석 감독님이 어떻게 연출할까 너무 궁금했다. 또 영주 역할이 힘들 것 같았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하게 됐다.”

-김윤석의 첫 연출작인데,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나.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없었다. 그냥 (김윤석이 연출을) 잘 할 것 같았다. 연기할 때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분은 연출할 때도 다른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연기할 때도 놓치는 것 없이 완벽하게 하는 분인데, 연출도 그렇지 않겠나. 믿음이 있었다. (김윤석은) 첫 촬영하는 순간부터 완전히 감독님이셨다.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모습도 멋있었다. (카메라 안과 밖의 김윤석은) 달랐다. 완벽하게 달랐다. 저기에는 김 감독님이 계셨고, 여기에는 김윤석 배우가 있었다. 그래서 너무 신기했다. 그 와중에 연기도 잘 하시지 않나. 정말 놀라웠다.”

-영주는 어떤 인물이었나.
“(김윤석)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알게 된 영주는 자존감이 굉장히 강한 인물이었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10년 넘게 해왔고, 그래서 주리(영주의 딸, 김혜준 분)가 구김살 없이 밝은 아이인 거다. 그런데 남편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 그런데 그냥 무너지면 자존감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끝까지 잡고 있으려고 하는 여자인 것 같다.”

-영주가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데, 연기하면서 답답했을 것 같다.
“답답한 것보다 너무 어려웠다. 매 신,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고민스러웠다. 그래서 (김윤석) 감독님한테 많이 의지하고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감독님이 명쾌하게 답을 주셨다.”

-영주는 남편 대원의 불륜 사실을 알고도 담담한 태도를 보인다. 영주의 선택들이 공감이 됐나. 실제 염정아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나.
“내가 어떻게 했을지 보다 그냥 영주가 이해됐다. 공감할 수 있었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의 면모를 봤을 때 참 비겁하지 않나. 사건을 저지른 당사자인데 아무것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계속 피해 다닌다(한숨). 특별히 하자가 있는 가정도 아닌데, 의리를 지키지 않았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어른이, 한 가정의 가장이 거기까지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지. 뒤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거다. 너무 무책임한 행동을 한 것 같다.”

염정아가 진정한 어른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염정아가 진정한 어른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담담하던 영주가 미희(김소진 분)의 딸 윤아(박세진 분) 앞에서 처음으로 감정을 내보인다.
“윤아가 영주의 마음에 꽂히는 말을 한 거다. ‘주리나 신경 쓰세요’라고. 턱까지 찼었던 것들을 건드렸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윤아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었을 거다. 어른들이 저지른 일인데, 아르바이트한 돈을 내밀고. 어른으로서 창피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다.”

-진정한 어른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묻는 영화였다. 답을 찾았나. 
“두 아이(주리·윤아)가 더 어른스럽지 않나. 사건이 터지고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두 아이밖에 없다. 정작 일을 저지른 대원과 미희는 외면하려고 하고 회피하려고 한다. 영주 역시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영주는 제일 어른스러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숙하게 연기를 하고 싶었다.

또 이번 작품을 보면서 어른스러워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진정한 어른이란) 객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 한발 뒤로 물러서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 섣불리 뭔가를 급하게 해서 일을 그르치거나,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거나 이런 것들을 조금 자제하는 것들이 어른스러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수의 작품을 소화했지만, ‘미성년’은 특히 더 어려웠던 것처럼 느껴진다.
“매번 힘든데, 특히 이 영화는 부담을 가진 것 같다. 김윤석 감독님의 첫 연출작인데 감독님을 좋아하는 만큼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의 작품이 잘 되고, 돋보이게 해드리고 싶었다. 왜냐하면 내 연기를 믿어줬고, 나를 선택해줬으니까. 혹시라도 내가 해석을 잘 못하거나 하면 누가 될까 싶어서 정말 책임감을 갖고 임했던 것 같다.”

염정아가 자신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쇼박스 제공
염정아가 자신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쇼박스 제공

-남성 중심 영화들이 주를 이루다가 최근 여성 주연 영화나 여성을 다루는 시각이 변화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성년’도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다.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여배우로서 이런 긍정적 변화에 남다른 기분이 들 것 같다.
“실제로 체감을 한다. 벌써 들어오는 시나리오들이 굉장히 다양해졌다. 많이 변화가 생기고 있구나 싶었고,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도 갖고 있다. 나는 ‘SKY캐슬’도 잘 되고, ‘완벽한 타인’도 잘 돼서 시나리오를 많이 받고 있는 입장이라 너무 행복하다. 하하.”

-지난해 영화 ‘완벽한 타인’도 흥행을 거뒀고, 드라마 ‘SKY캐슬’도 잘 됐다. ‘미성년’도 반응이 좋은데,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다 보면 부담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 들뜨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한다. 후배들하고도 그런 얘기를 한다. 그냥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것들을 겪어봤지 않나. 사랑해주시는 거에 너무 감사하고 그걸로 충분하다. 덤으로 좋은 시나리오들이 많이 들어오고 이런 것들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작품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 때 가장 뿌듯한가.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면 그 좋은 작품에 출연을 한 것만으로도 되게 좋다. 그 좋은 작품을 알아봐 주시고 많이 봐주시는 게 제일 좋고. 하하. ‘잘 못 만들었다’라는 이야기가 가장 힘들다. 연기에 대한 평가는 ‘그 인물에 잘 녹아있더라’라는 말.”

-드라마 끝나고 바로 차기작을 결정했다. 영화 ‘시동’으로 ‘열일’ 행보를 이어가는데,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냥 좋다.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것도 좋고, 내가 하고 싶은 작품들을 선택하는 거지 않나. 그런 작품들을 만나서 인물을 만들어가고 같이 어우러져서 작품을 만드는 게 참 설렌다. 그래서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미성년’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스토리가 인물의 감정을 따라서 간다. 각 인물들이 한 사건을 마주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시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각기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미성년’은 심각한 영화가 아니다. 굉장히 재밌는 영화다. (관객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오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