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토트넘의 기적적인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뉴시스·AP
손흥민이 토트넘의 기적적인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지난 세 시즌 동안 ‘어차피 우승은 레알 마드리드’였던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모처럼 새로운 이야기로 가득 차고 있다. 연이은 이변 속에 4강 진출팀이 가려진 가운데, 누가 우승을 차지해도 한 편의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아약스, 바르셀로나-리버풀. 2018-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팀이다. 지난 시즌 3연패 달성에 성공한 레알 마드리드는 물론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 등 유럽 전통의 강호들이 빠졌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신흥강호로 떠오르며 유럽정복을 노렸던 PSG, 맨체스터 시티 등의 이름도 찾아볼 수 없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우선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빅4’ 다음으로 평가되던 과거를 넘어 ‘빅6’의 당당한 일원이 됐다. 비록 프리미어리그 우승엔 다가서지 못하고 있지만,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팀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바르셀로나, 인터밀란, PSV 아인트호벤 등 까다로운 상대와 한 조를 이룬 토트넘은 인터밀란과 승점이 같았지만 원정 다득점에 의해 조 2위에 오르며 가까스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토너먼트 역시 험난했다. 16강에선 독일의 강호 도르트문트, 8강에선 프리미어리그의 절대 강자 맨시티를 만났다. 맨시티의 경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혈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토트넘엔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16강과 8강에서 총 4골을 넣는 대활약으로 토트넘을 4강으로 이끌었다.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한 것은 전신인 유로피언컵 1961-62시즌 이후 57년 만이다. 챔피언스리그가 지금의 체제로 재편된 이후엔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다. 팀 역사상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과 우승도 내심 노려볼 수 있게 됐다.

토트넘이 4강에서 만날 상대는 더 짜릿한 이변을 연출해오고 있다. 네덜란드의 명문 아약스가 그 주인공이다.

아약스는 지난 4년간 자국리그에서 늘 2위에 머무는 등 자존심을 구겨왔다. 지난 3년간은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최대 우승팀이자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에 빛나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자국리그에서 치열한 우승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연이어 이변을 연출하며 모두를 놀라게 만들고 있다. 아약스는 심지어 본선 직행 티켓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3차예선부터 시작해 벨기에의 스탕다르 리에주, 우크라이나의 디나모 키예프 등을 차례로 꺾은 뒤에야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이변은 16강과 8강에서 펼쳐졌다. 16강에선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를 제압했고, 8강에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속한 유벤투스마저 꺾었다. 아약스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은 1996-97시즌 이후 22년 만이고, 네덜란드 구단의 4강 진출 역시 박지성이 이끌던 PSV 아인트호벤 이후 14년 만이다.

다른 한쪽에서도 흥미로운 맞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만남이다.

바르셀로나는 챔피언스리그 4강에 어울리는 강호다. 2014-15시즌 우승을 차지한 이후 세 시즌 연속 8강에서 멈춰 섰다. 이 기간,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가 3연패에 성공하며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이와 달리 올 시즌은 수월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조별리그를 무패로 통과한 뒤 16강에서 올림피크 리옹을 가뿐히 제압했다. 8강에선 명문 맨유를 만났지만 한 수 위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메시에게도, 바르셀로나에게도 모처럼 자존심을 만회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고도 골키퍼의 아쉬운 실수로 허무하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심기일전한 올 시즌은 한층 강해졌다. 골키퍼와 수비진을 강화하며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게 됐고, 공격진의 파괴력도 여전하다.

바르셀로나와 리버풀의 맞대결이 더욱 흥미로운 이유는 루이스 수아레즈, 그리고 필리페 쿠티뉴 때문이다. 두 선수는 모두 리버풀에서 활약을 펼친 뒤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결정적인 순간 친정팀을 상대하게 된 것이다. 리버풀 팬들이 이들을 어떻게 맞이할지, 또 이들이 리버풀에게 비수를 꽂을 수 있을지 등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많다.

끝을 향해 가는 2018-19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끝까지 알 수 없는 드라마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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