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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공화국의 그늘②] 위태로운 오토바이들… 도로 위 무법자는 누가 낳았나
2019. 04. 19 by 조나리 기자 spot@sisaweek.com

[편집자주] 2019년의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말 중 절대 빠질 수 없는 말이 있다. 바로 ‘배달공화국’이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14년 1,500여만건에서 올해 초 4,000만건으로 증가했고, 월간 2,800만건의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 요기요 역시 5년 전에 비해 주문건수가 12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낸 것은 1인가구의 증가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태의 확산, 그리고 배달앱 업체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과거엔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메뉴 등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사실상 모든 음식을 내 앞에 가져다 놓을 수 있게 됐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장의 등장 및 고용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하지만 배달음식 시장의 성장에 따른 편리함 이면엔 여러 그늘도 존재한다. 배달공화국이 한층 더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배달음식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배달인력들의 사고율과 시민 불편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시사위크
배달음식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배달인력들의 사고율과 시민 불편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그래픽=이선민 기자, 이미지=프리픽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배달음식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배달인력들의 사고율과 시민 불편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배달 인력들이 과거의 노동형태와 달리 배달앱 업체들과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을 맺으면서, 그에 따른 문제들도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 늘어나는 배달 오토바이들, 시민들 불만도↑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발생한 오토바이 사고는 1만4,084건으로, 지난 5년간 오토바이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다. 물론 일부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곡예 주행’이 사고의 원인이지만, 배달업 종사자들의 사고 또한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국내 배달 앱 이용자는 87만명에서 올해 2,500만명으로 29배 늘었다. 배달기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여건의 업체들도 배달 대행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배달업체만 10여 곳 이상이다. 전국 지점을 포함하면 유관 업체는 약 1,000여 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배달앱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오토바이도 부쩍 늘었다. 이와 함께 시민들의 불편·불만도 비례하고 있다. 잠시 서 있거나 걸어가는 중 바로 코앞으로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아찔한 상황을 종종 겪는다. 또한 갑자기 인도로 뛰어들거나 신호위반, 차선위반, 과속, 소음 등 배달 오토바이는 도로의 무법자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서대문구에 거주 중인 정모(30·여) 씨는 “버스로 통근을 하는데 큰 사거리에서 내린다. 차도 많고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정차된 차들 사이로 배달 오토바이들이 지나간다”면서 “이해는 가지만, 사람이 안 다치더라도 사고라도 나면 오롯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텐데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한국의 배달 오토바이는 위험하기로 유명하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주의사항에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가 포함될 정도다.

또한 밤새 오가는 배달 오토바이 때문에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김포에 거주 중인 박모(33·남) 씨는 “사고 위험도 위험이지만, 무엇보다 밤이건 새벽이건 울려대는 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아기를 재울 수가 없었다”면서 “재우는 사람도 힘들고, 아기도 힘들고 밤마다 오토바이 소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보행자를 위협하는 오토바이에 대해 범칙금을 인상하는 등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해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응답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4.8%가 ‘가장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이륜자동차를 꼽았다. 이들 중 79%는 인도에서 주행하는 이륜자동차에 대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 도로 위 무법자들?...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뉴시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뉴시스

그러나 배달업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처벌 강화만으론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달앱 업체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인력들의 수익도 점차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의 배달인력들은 과거처럼 음식점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형태가 아닌, 배달앱에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일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학습지교사와 전자제품 서비스기사들을 비롯해 지난해 ‘탠디 사태’로 불거진 제화공들과 마찬가지인 처지다.

특수고용직에 해당되는 이들은 본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고, 본사의 관리·감독을 받으면서도 4대보험은 물론 연차 휴가도 보장받지 못한다. 나아가 배달업 종사자의 경우 택배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아, 많이 배달할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배달업 종사자들을 장시간 노동에 내몰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배달 대행 기사들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10.6시간이다. 배달 건당 수익은 평균 3,011원으로 조사됐다.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 당 5건 이상의 배달을 해야 한다는 게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대다수 개인사업자 신분의 배달 종사자들이 오토바이 구입은 물론 수리비와 기름값까지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서울지역 음식배달 종사자 500명의 노동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문제들이 잘 드러나 있다. 조사 결과 이직을 고민 중이라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노동 강도에 비해 낮은 수입을 꼽았다. 또한 처우개선을 위해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으로 고용안정(47% 중복응답)이 1위에 꼽혔다. 이어 배달수수료 또는 임금인상(46.8%), 휴게시간 및 휴일보장(29.8%) 순이다.

김재민 서울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은 “음식배달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정규직 채용과 함께 안전과 노동환경 개선을 논의하는 노사민정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배달업 종사자들이 사고를 당해도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보도되면서 이 또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배달앱 업체들이 라이더들에게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대형 업체에 국한되고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이에 대해 “라이더들의 산재보험 가입이 법적인 의무가 아님에도 ‘배민라이더스’ 소속 라이더들에게 산재보험을 제공하고, 월급제 적용은 물론 4대 보험 혜택도 보장된다”면서 “배달원 및 음식점 점주들을 대상으로 이륜차 안전운전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 관계자의 설명처럼 라이더들의 산재보험 가입은 법적인 의무가 아니다. 대부분의 음식 배달인력들은 사고가 나도 보험혜택을 받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전용앱을 통해 배달하는 종사자 10명중 3명은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손상에 대한 비용을 본인 스스로가 처리한 경우도 40%에 육박했다.

무엇보다 배달 대행업체에 대한 법적 제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가운데 유사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배달인력들의 처우와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이는 안전사고를 위험을 높여 배달인력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배달 종사자들은 지난달 플랫폼노동연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업체들의 개선 노력과 법적 제도 마련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배달공화국의 그늘은 시민들의 안전에까지 드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