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가 시즌 초반 대활약을 펼치며 두산 베어스의 용병 타자 잔혹사를 끊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뉴시스
페르난데스가 시즌 초반 대활약을 펼치며 두산 베어스의 용병 타자 잔혹사를 끊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두산 베어스가 모처럼 용병 타자의 맹활약으로 미소 짓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역대급’ 용병의 대를 이를 선수가 탄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인공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2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홈런 1개 등 4안타를 폭발시키며 팀의 4연승, 그리고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페르난데스의 타격 지표는 환상적이다. 타율은 0.430에 달하고, 26경기에서 43개의 안타를 생산해냈다. KBO리그 유일의 4할 타자이자 최다 안타, 최다 득점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만루홈런을 포함해 5개로 늘어난 홈런 역시 리그 2위에 해당한다. 특히 페르난데스는 26경기 중 16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으며, 결승타를 5번이나 때려내는 등 순도 높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실력 뿐 아니라 인성적인 측면에서도 합격점이란 평가가 나온다. 쿠바 출신이자 아이티 국적을 가지고 있는 페르난데스는 개성 넘치는 헤어스타일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야구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차분하고 진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태도는 계약내용에서도 잘 드러난다. 페르난데스의 계약은 계약금 5만달러에 연봉 30만달러, 인센티브 옵션 35만달러로 이뤄져있다. 연봉보다 옵션이 많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상당수 외국인 용병들이 높은 보장금액을 선호하는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페르난데스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콧대만 높고 실력은 물론 성실함도 부족해 ‘잔혹사’만 남긴 채 떠났던 여러 외국인 용병과는 차원이 다르다. 에릭 테임즈로 대표되는 외국인 용병 성공사례의 대를 이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외국인 용병 타자에 있어서만큼은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던 두산 베어스이기에 페르난데스의 활약은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시즌 첫 퇴출 용병이었던 지미 파레디스에 이어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스캇 반슬라이크를 영입했지만 또 다시 실패를 마주해야 했다. 외국인 용병 타자의 부재 속에 결과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도 놓쳤다.

반면 올 시즌엔 페르난데스의 활약 덕분에 양의지의 이탈이란 악재마저도 깔끔히 지워버렸다. 두산 베어스는 26경기에서 무려 18승 8패의 성적으로 승률이 7할에 육박한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서서히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전설적인 외국인 용병 타이론 우즈를 비롯해 호르세 칸투, 닉 에반스 정도만 성공적인 외국인 용병 타자로 남아있다. 다만, 우즈는 인성적인 측면에서, 칸투와 에반스는 실력적인 측면에서 다소간 아쉬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겸비한 페르난데스가 두산 베어스의 역대 최고 용병으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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