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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단답 마니아’ 신하균의 반전 매력
2019. 04. 2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단답 마니아’ 신하균이 반전 매력을 과시했다. / NEW 제공
‘단답 마니아’ 신하균이 반전 매력을 과시했다. / NEW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그 어느 때보다 인터뷰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쾌적한 사무실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날의 인터뷰 주인공이 ‘단답 마니아’로 알려진 배우 신하균이었기 때문이다.

‘수다 좀 떤다’는 소리를 듣는 기자이지만, 온라인상에서 떠돌고 있는 그의 역대급 ‘인터뷰 짤’들은 모아본 후, 자신감은 땅으로 떨어졌다.

Q. 다시 태어난다면? → “좋겠다” 
Q. 나에게 ‘마흔한 살’이란? → “작년” 
Q. 마흔두 살이란? → “올해” 
Q. 마흔세 살이란? → “내년” 
Q. 신하균앓이? → “내가 좀 아프다”

베테랑 리포터도 당황하게 만드는 신하균의 기막힌 말솜씨에 아직 병아리인 기자는 잔뜩 얼어버렸다.

하지만 긴장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냥한 미소로 기자를 반기던 신하균은 첫 질문부터 긴 대답을 쏟아냈다. 기자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성심성의껏 대답을 이어갔다. 화려한 언변이나 빵 터지는 입담을 자랑하진 않았지만,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유쾌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어떤 ‘프로 인터뷰이’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신하균을 만났다. 그는 오는 5월 1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지체 장애인 세하를 연기한 신하균 스틸컷. / NEW 제공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지체 장애인 세하를 연기한 신하균 스틸컷. / NEW 제공

‘나의 특별한 형제’는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 분)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다.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10여 년을 한 몸처럼 살아온 지체 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신하균은 1998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한 뒤 ‘공동경비구역 JSA’(2000), ‘킬러들의 수다’(2001), ‘복수는 나의 것’(2002), ‘지구를 지켜라’(2003), ‘우리 형’(2004), ‘웰컴 투 동막골’(2005), ‘예의없는 것들’(2006), ‘더 게임’(2008), ‘퀴즈왕’(2010), ‘고지전’(2011), ‘런닝맨’(2013), ‘빅매치’(2014), ‘순수의 시대’(2015), ‘악녀’(2017), ‘바람 바람 바람’(2018), ‘극한직업’(2019)까지 긴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다수의 작품을 소화했지만,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것이 없었다. 청각 장애인부터 북한군 병사·한국군 장교·혀 짧은 킬러·노인·경찰·용의자 등 매 작품 독특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왔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그는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 소화해 ‘하균신(神)’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2011년에는 KBS 2TV 드라마 ‘브레인’으로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진가를 인정받기도 했다.

이번에도 안주가 아닌 도전을 택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 신하균은 목 아래로는 움직일 수 없는 지체 장애인 세하로 분했다. 겉으로 보기엔 까칠하지만 동생을 위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한 인물이다. 신하균은 표정과 눈빛, 대사로만 연기해야 하는 제한된 상황에서도 세하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며 극을 이끈다.

신하균이 ‘나의 특별한 형제’만의 특별함을 꼽았다. / NEW 제공
신하균이 ‘나의 특별한 형제’만의 특별함을 꼽았다. / NEW 제공

신하균은 “특별하지 않아 특별한 영화”라고 ‘나의 특별한 형제’를 소개했다.

-‘나의 특별한 형제’만의 특별함을 꼽자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영화인 것 같다.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그리거나 동정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닌 현실적이고,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영화라서 좋았다. 감정을 강요하는 부분도 없었다. 담백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좋았다. 기술적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화려한 영화가 아니었고, 정직하게 감정에 충실하면서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가 맡은 캐릭터에 대한 도전 의식도 생겼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서 감동도 있을 것 같았다.”

-세하는 전작인 ‘극한직업’ 속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어떻게 준비했나.
“이야기 안에서 내가 할 몫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인물이 도드라져 보이면 안 되지 않나. 이야기 안에서 세하가 할 부분이 무엇이고, 어떤 성격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나를 생각하다 보면 인물에 맞춰서 연기가 나오고 만들어진다. ‘극한직업’은 워낙 다른 스타일의 코미디 영화였다. 그것에 맞는 캐릭터가 나왔다. 전작 때문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항상 0(영)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

-세하는 어떤 인물이었나.
“처음 시나리오 받고 굉장히 안타깝고 안쓰럽고 슬픈 감정을 느꼈다. 어린 나이에 상처를 받고 살아가는 친구가 삶을 다 포기했을 때 동구를 만나서 다시 삶에 대한 의지도 생기고 책임감도 생기고 동생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되게 슬프더라. 이런 짠하고 슬픈 정서와 감정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영화적으로 표현되는 캐릭터로서는 거침이 없고 까칠한 면도 보여줘야 하고, 유쾌한 부분도 있고 유머도 있고 그런 점들을 같이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부담도 컸을 것 같다.
“(육상효) 감독과 대화를 많이 했다. 실존 인물이 있고, 관계나 에피소드들은 거의 실화 바탕이지만 우리 영화에 맞는 지점을 찾아서 또 다른 세하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목표였다. 또 장애가 있는 것에 대해 다르게 접근하지 말고 똑같은 감정 표현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자고 했었다. 똑같이 화도 내고, 똑같이 바라는 것도 있고 욕망도 있는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신하균이 자신을 향한 수식어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 NEW 제공
신하균이 자신을 향한 수식어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 NEW 제공

-세하의 실존 모델인 최승규 씨가 시사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어떤 대화를 나눴나.
“시사회 후에는 집에 바로 가셔서 못 뵀다. (육상효) 감독님과 통화를 하는 것은 들었다. 너무 재밌게 보셨다고 하더라. 본인들의 에피소드가 많이 담겨있고 이야기들이 있으니 재밌어하셨다. 실제 사회복지사이시고, 똑똑하시다. (최승규 씨의 평가가) 너무 궁금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사나 표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했다. 세하를 연기하는데 가장 힘든 부분이었나.
“외적인 것들은 적응이 되면 하게 된다. 그런데 모든 영화에서 감정의 톤을 잡고 표현을 하는 것이 힘든 것 같다. 영화에 맞는 톤과 전체적인 감정선을 잡아나가는 부분이 항상 고민이 된다. (육상효) 감독님한테 의지를 많이 했다.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고, 동료 배우들에게도 의지하면서 촬영했다.”

-세하와 동구를 연기한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어린 세하를 연기한 안지호와 캐릭터에 대해 따로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있나. 
“얘기한 적 없다. 아역이긴 하지만 배우이지 않나. (육상효) 감독님과 소통을 했을 거고,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다른 배우가 침범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완성된 편집본만 봤다. 성인 연기자들이 촬영하기 전에 아역 부분을 먼저 찍은 거다. 너무 잘 하더라. 아역 부분이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 마무리도 좋았고.”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찬욱)에서 청각 장애인을 연기했고, 이번 작품에서 지체 장애인을 연기했다. 장애인을 다룬 작품, 혹은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난 후에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감정에 변화가 있기도 한가.
“우리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특별한 형제지만, 우리 영화는 특별함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특별하게 바라보기 때문이 그분들이 힘들 수도 있다는 거다. 사실 장애인분들은 본인들이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똑같이 생각을 해야 하는데 괜히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니까 동정심도 생기는 거다.

그게 가장 안 좋은 것 같다. 세상 밖으로 나와서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우리 영화에서도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세하 대사에 ‘우리 그냥 내버려 두면 잘 살 수 있는데’라는 말도 있다. 최승규 씨 같은 경우에도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자립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이 좋았다고 말해주셨다.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연기한지 20년이 넘었고, 대상도 수상했다. 하균신(神)이라는 별명도 있다. 그런 수식어에 대해 굉장히 민망해하는 것 같다.
“솔직한 내 마음이다.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시사회에서 보면 단점들이 눈에 너무 띄니까 부끄럽고 아직까지 똑같다.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긴 한데,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부끄럽다.”

-그렇다면 신하균이 말하는 신하균의 매력은 무엇인가. 대답 안 해줄 것 같지만, 그래도 묻겠다.
“하하. 대답 못할 거 알면서 뭘 묻나.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작품 할 때만 배우다. 잘 모르겠다. 굉장히 쑥스럽다.”

신하균이 관객들의 반응을 볼 때 연기의 재미를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 NEW 제공
신하균이 관객들의 반응을 볼 때 연기의 재미를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 NEW 제공

-베테랑 배우에게 맞는 질문일지 모르겠지만, 어떤 마음으로 긴 시간 연기를 해왔나.
“연기가 생각대로 나오면 얼마나 좋겠나. 느낌 그대로 생각한대로 탁 나오면 너무 좋을 거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통해서 시너지가 작용되기도 하고, 배우들의 방향을 정확하게 잡아주는 감독님의 눈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이 종합적으로 다 맞아야 영화가 잘 나온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항상 이야기가 재밌고 새로우니까 그런 즐거움을 갖고 시작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캐릭터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할 때가 많다. 그래서 겁도 나고 긴장도 되고 항상 그렇다. 아무리 오래 해도 똑같은 역할을 한 적이 없고, 똑같은 역할이라는 것도 없다. 같은 시나리오를 보고 같은 시나리오를 한다고 해도 내가 보는 관점하고 다른 배우가 보는 관점도 다를 거다. 살아온 환경이나 생각하는 것도, 세계관도 다 다를 거고. 그래서 어려운 것 같다.”

-연기의 재미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
“마지막은 관객들의 피드백이다. 관객들이 그 시간을 너무 즐거워하고, 본인들이 봐왔던 영화들 중에서 정말 재밌었던 영화들 중에 내 영화가 하나라도 껴있으면 너무 좋다. ‘나의 특별한 형제’ 보고 나서 ‘너무 재밌고 즐거웠다 감동받았다’ 이런 얘기 들으면 너무 행복하다.  촬영할 때는 힘든 것도 많다. 감정이 내가 조절하는 만큼 다 나오면 좋겠지만 그날 분위기나 컨디션에 따라 안 나올 때도 있는 거고, 생각을 덜 해서 혹은 잘못해서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럴 때는 속상하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같이 도와가면서 만들어나가는 것 같다.”

-‘나의 특별한 형제’ 개봉 후에는 관객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듣고 싶나.
“우리 영화가 화려하거나 뜨거운 영화가 아니지 않나. 우리 영화에 맞는 감정들? 얼마 전에 관객들의 감상평을 썼는데 ‘기분 좋은 눈물을 흘렸다’는 평도 좋더라.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유쾌하게 다가와서 따끔하게 혼내는 영화’라는 평이 인상적으로 들렸다.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