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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걸캅스] 답답한 현실에 날리는 통쾌한 한 방
2019. 05. 0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가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가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충무로에 반가운 여성 투톱 영화가 등장했다.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형사 액션물이다. 뉴스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긴 듯 현실과 맞닿아있는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을 앞세워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선다.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의 이야기다.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라미란 분)과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지혜(이성경 분). 집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는 시누이-올케 사이인 두 사람은 민원실에 신고 접수를 하기 위해 왔다가 차도에 뛰어든 한 여성을 목격하고 그녀가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강력반, 사이버 범죄 수사대, 여성청소년계까지 경찰 내 모든 부서들에게 복잡한 절차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건이 밀려나자 미영과 지혜는 비공식 수사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누가 시켜야 잡냐? 나쁜 놈이니까 잡지!

수사가 진전될수록 형사의 본능이 꿈틀대는 미영과 정의감에 활활 불타는 지혜는 드디어 용의자들과 마주할 기회를 잡게 되는데…

‘걸캅스’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라미란(왼쪽)과 이성경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걸캅스’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라미란(왼쪽)과 이성경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현실 그 자체 ‘UP’

‘걸캅스’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린 이야기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신종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관객을 극으로 끌어당긴다.

영화가 그리는 현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있어 더욱 공분을 자아낸다. 클럽에서 젊은 여성을 상대로 마약을 이용해 기절을 시킨 뒤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이를 몰래 촬영해 유포하는 등 최근 연예계에 불거진 ‘버닝썬’ 사태를 연상하게 하는 사건들을 결코 가볍지 않게 담아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미영과 지혜의 활약은 답답한 현실 속 꽉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준다. 통쾌한 액션도 볼거리다. 현실감 넘치는 맨몸 액션은 물론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카체이싱까지 생동감 있게 담아내 짜릿한 액션 쾌감을 전한다.

‘걸캅스’는 충무로에 보기 드문 여성 주연 영화로 이목을 끌고 있다. (왼쪽부터) 최수영·이성경·라미란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걸캅스’는 충무로에 보기 드문 여성 주연 영화로 이목을 끌고 있다. (왼쪽부터) 최수영·이성경·라미란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충무로에 보기 드문 여성 투톱 주연 영화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누구의 엄마, 아내 혹은 범죄의 도구로 희생되는 피해자만이 아닌 서사의 중심에 서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주요 캐릭터로 활약, 극을 이끈다.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형사 액션물과 여성 콤비의 조합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 첫 주연에 도전한 라미란은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 역을 맡아 생활밀착형 연기부터 강도 높은 액션, 남다른 카리스마까지 연기파 배우의 저력을 과시한다. 현직 꼴통 형사이자 미영의 파트너 지혜로 분한 이성경도 호연을 펼친다. 화끈한 입담은 물론 시원한 액션 실력을 뽐내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해 이목을 끈다.

최고의 수확은 최수영이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최수영은 민원실 주무관 장미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거침없는 욕설 연기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 등 이제껏 본 적 없는 색다른 매력으로 극에 유쾌한 에너지를 더했다. 망가짐도 불사하는 그의 열연은 배우 최수영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미영의 남편 지철로 분한 윤상현과 민원실장 염혜란, 신종 디지털 범죄조직의 리더 우준을 연기한 위하준 등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극을 채웠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카메오 군단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다.

‘걸캅스’ 속 남성 캐릭터의 활용법이 아쉬움을 남긴다. (왼쪽부터) 주우재·위하준·강홍석·김도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걸캅스’ 속 남성 캐릭터의 활용법이 아쉬움을 남긴다. (왼쪽부터) 주우재·위하준·강홍석·김도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남성 캐릭터의 활용 ‘DOWN’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은 반갑지만, 남성 캐릭터들을 담아낸 방식은 아쉽다. 여성이 정의구현을 위해 싸우는 동안 남성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태를 보인다. 범죄에 가담한 이들도 모두 남성이다. 미영의 남편 지철을 제외하고 영화 속 남성은 사건을 방관하거나 가해자로 그려질 뿐이다. 연출을 맡은 정다원 감독은 “여성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했지만,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 총평

남성 캐릭터의 활용법이 아쉽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를 소비한 방식과 별반 다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활약은 반갑다. 무기력하게 희생됐던 과거와 달리 목소리를 내고 직접 사건을 해결하는 등 서사의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었다. 여기에 통쾌한 액션 쾌감은 물론, 유쾌한 웃음을 더했다. 묵직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라미란·이성경·최수영 등 배우들의 열연은 ‘걸캅스’를 빛나게 하는 이유다. 러닝타임 107분, 오는 5월 9일 개봉.